법원, 명지학원 회생절차 중단

재정 위기 타개 자구책 제시 못해

2022-02-10 12:18:33 게재

'회생 폐지' 결정되면 파산 절차 이행 … 학생·교직원·교수 피해 우려

명지대·명지전문대와 명지초·중·고교 등을 운영하는 학교법인 명지학원의 회생절차가 중단됐다. 일각에선 명지학원이 파산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 제18부(부장판사 안병욱)는 지난 8일 명지학원에 대해 회생절차 중단을 결정했다.

명지대 자연캠퍼스 전경. 사진 명지대 제공


법원은 "명지학원이 제출한 회생계획안이 관계인집회에서 심리되지 못해 회생절차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회생 절차는 빚이 많은 기업이 법원 관리 감독 하에 빚의 일정 부분을 나누어 갚고 나머지는 탕감 받는 제도다. 통상 명지학원 사례와 같이 회생 절차를 중단하는 '회생 폐지'가 결정되면 재산을 매각해 청산하는 파산 절차로 넘어간다.

◆사학비리가 재단 부실 촉발 = 앞서 2020년 5월 SGI서울보증이 명지학원에 대한 회생신청을 하면서 회생절차가 개시됐다. 지난해 4월 기준으로 명지학원의 채무는 SGI서울보증 500억원, 세금 1100억원, 기타 700억원 등 2200억~23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명지학원의 위기는 경기 용인시 명지대 캠퍼스 내 실버타운 '명지 엘펜하임'을 개발하면서 시작됐다. 명지학원은 2004년 "9홀짜리 골프장을 지어 평생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내용의 광고를 하며 주택을 분양했다. SGI서울보증은 분양자들에게 보증서를 끊어줬다.

그러나 명지학원은 골프장을 건설하지 못했고, 이에 김 모씨를 비롯해 33명의 분양 피해자는 분양대금을 돌려달라며 2009년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2013년 최종 승소해 192억원의 배상 판결을 받아냈다.


하지만 명지학원이 배상을 미루자 피해자들은 2018년 12월 법원에 파산신청을 했다.

이후 일부 피해자들은 합의했으나 합의하지 못한 피해자들이 지난해 명지학원을 상대로 다시 파산 신청을 냈다.

법조계에서는 명지학원이 결국 파산 수순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명지학원은 회생 신청뿐만 아니라 지난해 법원에 파산 신청이 접수돼 관련 절차가 잠정 중단된 상황이다. 회생절차 중단이 확정되면 법원은 파산 신청 검토를 재개하게 된다.

명지학원은 회생을 재신청할 계획으로 교육부와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명지학원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설립자 가족이 매출 2조원대 기업을 보유하는 등 재정이 튼튼한 학교법인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설립자의 장남인 유영구 전 이사장이 2007년 자신이 소유한 명지건설 부도를 막기 위해 법인의 수익용 재산인 명지빌딩을 2600억여원에 매각했고, 사학 비리가 터지면서 재정이 악화됐다.

◆학생만 2만4000여명 = 명지학원 입장에선 파산을 면하기 위해 대학의 보유재산 정리를 검토할 수 있다. 명지학원은 그동안에도 상대적으로 지가가 높은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소재 자연캠퍼스를 매각하고 김포시 등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법원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차액으로 부채를 갚겠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명지학원의 계획은 실정법에 어긋난 것으로 교육부 허가를 받지 못했다. 법원 관계자도 "학교법인 회생 절차가 진행되려면 교육부 허가를 받아 일부 학교 재산을 매각해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데, 교육부가 매각을 허가하지 않아 절차가 진행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동안 명지학원과 법조계 일부에서 단국대 사례를 예로 들며 교육당국을 압박했다. 하지만 전혀 다른 사례라는 것이 교육당국의 판단이다.

단국대는 1700억원의 부채로 대학이 파산 위기에 이르게 되자 한남동 캠퍼스를 매각하고 용인으로 캠퍼스를 이전했다. 하지만 단국대의 경우 대학의 부채였던 데 반해 명지대는 법인 부채다. 현행 사립학교법은 교비회계(학교)에 포함된 재산과 수입을 다른 회계에 전출하거나 대여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명지학원이 파산이 현실화되면 대학과 유·초·중·고교는 폐교하게 된다. 초·중·고교의 경우 관할 교육청인 서울교육청에서 학생을 재배치하게 된다. 문제는 규모가 커 인근 학교에 편입 등의 방법으로 재배치가 어려운 명지대와 명지전문대다. 명지학원이 운영하는 유·초·중·고교는 학생 2700여명, 교직원 220여명이 소속돼 있다. 명지대·명지전문대는 학생 2만1400여명, 교직원 1100여명에 달한다.

교육계에서는 캠퍼스 통합 등을 통한 자구책 마련 등 법적 테두리 내에서 가능한 자금조달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일부에서는 부채를 안고 경영권을 인수할 기업 등 재정기여자를 물색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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