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봉쇄 8주…아시아'석유 탈중동·친미국’ 가속화

2026-04-22 13:00:25 게재

미 석유 수출 사상 최대 … “유조선 없어 기름 못 살 판”

중동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막힌 지 8주째로 접어들었다. 글로벌 원유·가스 공급대란이 심화되는 가운데 아시아 지역에선 ‘탈중동·친미국’ 에너지 조달구조가 조성되는 모습이다.

◆대서양 일대가 호르무즈 대안으로 = 블룸버그는 최근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아시아로 향하는 원유 공급이 차단되면서 아시아 정유산업이 혼란에 빠지고 연료 생산 위기가 발생했다”며 “아시아 정유업체들이 미국산 원유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최소 6000만배럴의 미국 멕시코산만 원유가 다음달 선적을 위해 구매됐으며, 구매자에는 일본 한국 싱가포르 태국 정유업체가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아시아로 향하는 미국산 원유의 대부분은 약 200만배럴의 원유를 실을 수 있는 초대형 유조선(VLCC)에 선적된다.

에너지 정보 분석회사인 스파르타 커머디티스의 원유 분석가 존 콜먼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2주 동안은 임대 가능한 VLCC 선박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원유와 정제유를 포함한 미국 석유 수출량은 4월 둘째주 하루 1300만배럴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중 원유 수출량은 하루 500만배럴 이상으로 급증하며 지난해 9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지금 모든 유조선 소유주들이 중동 걸프만에서 선적할 수 없으니 대서양 일대를 유력한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설사 미국과 이란이 내일 당장 전쟁을 끝낸다고 해도 향후 몇 달 동안 미국의 석유 수출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룸버그는 또 “아시아 국가들은 멕시코만 원유 뿐 아니라 알래스카 노스슬로프 원유 주문도 늘렸다”고 전했다. 알래스카 노스슬로프 원유는 페르시아만 원유와 품질이 유사한 고유황 원유다.

이러한 분위기를 등에 업고 알래스카 노스슬로프 원유는 브렌트유 대비 배럴당 최대 10달러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40일 걸리는 멕시코만 대신 12일만에 오는 ‘알래스카 원유’ 눈길 = 알래스카산 원유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거리’와 ‘성질’에 기인한다. 알래스카에서 원유를 실은 유조선은 한국까지 약 12~15일이면 도착한다. 미국 멕시코만산 원유가 희망봉~수에즈운하를 거쳐 한국으로 오는데 40일 이상 걸리는 점과 비교하면 경쟁력을 갖췄다.

중동산 원유는 호르무즈해협과 말래카해협을 거쳐 한국까지 오는 데 20~25일 소요된다.

또 알래스카 원유는 경질유와 중질유 사이의 중간유이지만 황 함유량이 1% 내외여서 중질유 성향으로 분류된다. 국내 정유업계 관계자는 “알래스칸 원유는 정기적이진 않지만 스팟물량으로 국내에 도입한 사례가 있다”며 “중질유에 맞춰 설계된 국내 정유시설에서 블랜딩해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한국은 원유도입 다변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최근 국내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쟁이 끝나더라도 비중동산 원유 도입을 확대하고, 수송 루트를 다원화하는 작업을 멈추지 않고 밀어붙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산 경질유는 우리 정유사가 중동산 중질유와 섞어 쓰기에 편한 유종이라고 하더라”며 “중동산 의존도를 낮추는 과정에서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미국 비중이 커지는 것은 불가피한 과정”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남미에서도 원유도입을 모색하고 있다.

리스타드 에너지는 최근 보고서에서 “원유 가격이 배럴당 약 100달러 수준일 경우 남미가 2035년까지 하루 210만배럴의 추가 원유 공급량을 확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원유 생산국가로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가이아 수리남 등을 꼽았다.

◆미국 LNG 수출 2027년 30% 증가 = 한편 미국 에너지정보청(EIA)는 액화천연가스(LNG) 시설 증설에 힘입어 천연가스 수출량이 2027년까지 약 30% 증가할 전망이라는 보고서는 내놓았다.

천연가스 순수출량(수출량에서 수입량을 뺀 값)이 2026년 전년대비 18% 증가한 하루 187억입방피트, 2027년 205억입방피트에 이를 것이라는 내용이다.

EIA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LNG 수출 차질로, LNG 대체 수요가 증가하면서, 미국 LNG 수출 터미널의 가동률은 2026년 상승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은 1일 대국민연설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원유를 수입하는 국가들이 직접 해협으로 가서 보호해야 한다”며 “미국에서 원유를 구입하라”고 압박한 내용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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