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살아 돌아온 ‘늑구’, 사살된 ‘뽀롱이’

2026-04-22 13:00:01 게재

늑대 ‘늑구’가 탈출한 지 열흘 만에 대전동물원 오월드로 돌아왔다. 2018년 퓨마 ‘뽀롱이’는 죽어서 돌아왔지만 이번에는 다행히 살아서 귀환했다. 살아 돌아온 ‘늑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뜨겁다. 오죽하면 ‘국민늑대’라는 호칭까지 나왔을 정도다. 국민 모두 아무런 사고 없이 무사히 돌아온 ‘늑구’에 감사해하고 있다.

8년 전 대전동물원 사육장을 탈출한 퓨마 ‘뽀롱이’는 5시간도 안돼 사살됐다. 사살 직후 국민들은 이중적인 감정에 시달려야 했다. 아무런 사고 없이 맹수가 잡혔다는 안도감과 과연 사살하는 게 적절했는지에 대한 의문 때문이었다.

8년이 지나고 이번에는 늑대 ‘늑구’가 탈출했다. 대전 도심까지 나타났다. 하지만 구조당국은 생포가 원칙이라고 밝혔고 국민 대부분이 사살하지 말고 생포하기를 바랐다. 아마도 ‘늑구’의 탈출 소식에 상당수 국민은 8년 전 그 기억을 떠올렸을 것이다.

이번 구조당국이 보인 모습은 칭찬할 만 하다. 집으로 돌아오려는 늑대의 강력한 ‘귀소본능’, ‘동물원 늑대’로 사냥기술이 없다는 점, 물을 마시면 은신처에서 수십일 버틸 수 있다는 점, 하지만 결국 굶주림과 목마름으로 물가나 민가에 나타날 것이라는 점 등 늑대의 본능과 늑구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했다.

하지만 이 같은 칭찬과 별개로 대전동물원 오월드의 개혁은 뒤로 미뤄서는 안된다. 국민적 관심에 기뻐할 때만은 아니다. 8년 만에 맹수가 또 탈출했다는 점은 어떠한 변명으로도 감싸지지 않는다. 생포과정과 달리 현재까지 밝혀진 늑구의 탈출과정은 대전동물원의 상식을 벗어난 관리·운영을 보여준다. 대전동물원은 퓨마 ‘뽀롱이’ 탈출 이후 대책으로 담을 높이 세웠다. 하지만 늑구는 담 밑 땅을 파고 탈출했다. 늑대는 땅을 잘 파기로 유명한 동물인데도 이에 대한 대책은 허술했다. 늑대 개체수는 늘어났지만 이들이 살아가는 공간은 제한적이었다. 영역을 확보하려는 늑대의 본능은 억눌렸다. 이번 늑구의 생포과정이 늑대의 본능을 활용했다면 탈출과정은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인류는 동물학 등이 발전하면서 동물의 세계를 좀 더 넓고 깊게 알게 되었다. 어찌보면 8년 전 우리 국민이 ‘뽀롱이’를 대할 때와 이번 ‘늑구’를 대할 때의 모습처럼 말이다. 늑구가 돌아온 후 지역 시민환경단체 등은 대전동물원이 동물의 종 특성을 반영한 환경으로 거듭나기를 촉구했다. 대전시 역시 동물사육공간 확충 등 안전성과 운영 효율성을 크게 강화한다고 한다. 참 다행이다.

생명의 존엄성은 동물이라고 다를 수 없다. 늑구가 앞으로 종 특성에 맞게, 이왕이면 탈출했다가 돌아온 늑구만의 특성까지 고려돼 살아갔으면 좋겠다. ‘늑구’는 단순한 구경거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윤여운 자치행정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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