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5G 품질개선, 원칙만 보고 뚝심있게 가라

2022-02-22 11:43:39 게재
임종수 세종대 교수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한국은 2019년 세계 최초 5G 상용화라는 타이틀을 차지했다. 5G 스마트폰과 통신장비를 만드는 삼성전자는 한국 시장에서의 상용화 사례를 통해 글로벌 5G 시장의 다크호스로 자리매김했다. 이동통신사는 5G로 '초시대'를 열겠다며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하지만 그 이면은 씁쓸했다. 5G 요금제는 LTE 요금제보다 수만원이나 비쌌지만, 5G 기지국이 LTE에 훨씬 못 미쳤기 때문에 통신이 끊기기 일쑤였다. 이통3사는 실제 품질과 괴리가 있음에도 5G가 LTE보다 20배나 빠르다고 광고했다가 당국의 제재를 받기도 했다.

'세계 최초' 타이틀 뒤 부끄러운 민낯

그럼에도 품질개선에 대한 움직임은 요원하다. 통신3사의 설비투자액(CAPEX)은 전년 대비 1% 줄었고, 방송통신위원회 산하 통신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5G 관련 분쟁조정 신청건수는 1.6배(2021년 227건)나 늘어났다. 5G 상용화 초기부터 누적된 소비자 불만에 통신사에 대한 집단소송의 불씨도 아직 남아있는 상황이다. '세계 최초'는 챙겼을지 몰라도, 5G가 여는 초연결의 메타버스 문명으로의 전환에는 제대로 기여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통신사들은 주가 부양에만 관심을 두고 있는 듯하다. 한 통신사는 '기업가치홍보'를 전담하는 조직을 만들었고, 다른 통신사도 분사 후 자회사들의 기업공개(IPO)에 눈독을 들인다.

품질개선은 결국 설비투자를 통해 이뤄진다는 건 누구보다도 통신사들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지금은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에 머무르지 않고 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데 힘을 모아야할 때다. 통신시장의 건강하고 선순환적 생태계를 위해서는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 그리고 지속적인 신뢰와 협력이 요구된다. 공공재인 5G 주파수 활용은 공공의 이익에 부합되어야 하는 것은 모두가 동의하는 기본 원칙이다.

정부는 투자촉진과 품질개선을 위해 주파수 추가할당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2018년 경매에서 LG유플러스가 확보한 대역의 인접 20㎒폭 주파수 대역이다. 지난해 12월 할당 결정이 난 뒤 공청회와 국회 토론회를 거치면서 의견수렴을 진행했지만 결론을 못냈다. 경쟁사가 극렬히 반대해서다.

공공의 이익 부합되느냐가 원칙

사실 경쟁사의 반대 역시 돈과 관련이 있다. 이번에 추가할당 대상으로 나올 대역과 비슷한 위치에 있는 3.7~4.0㎓ 대역이 몇년 안에 할당될 예정인데, 경쟁사들은 이번 20㎒폭 추가할당이 달갑지 않을 것이다. 총 300㎒폭이기에 각사별로 1조원 이상의 지출이 예상되는 대역이다. 그런데 전파법 시행령에는 주파수할당 대가를 산정할 때 앞서 유사한 용도의 주파수가 할당됐을 때의 가격을 고려해 대가를 정한다는 조항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 경매를 통한 추가할당이 진행되면 나중에 낼 돈이 늘어나게 된다.

이번 주파수 추가할당 계획에서 정부가 내건 조건은 15만 개의 5G 무선국 구축과 재난상황에 대비해 이동통신 네트워크 안정성과 신뢰성을 강화할 방안을 제출하라는 것이다. 전파가 가진 공공성에 초점을 둔 요구다. 주파수 정책의 근간이 되는 전파법의 핵심 목적이 '공공복리의 증진'이라는 점을 상기해보면 지극히 당연하다.

원칙이 올바르고 국민 편익에 증진되는 방향이라면 무소의 뿔처럼 뚝심있게 밀고나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