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산업 외형 급성장 … "회계개혁 최종 종착점은 높은 감사품질"

2022-02-22 10:43:20 게재

금융당국, 감사인지정제 보완

'중소기업 지원 데스크' 추진

소규모 상장사 '규제 차등화'

"회계법인 규모로 줄 세운 '등급' 바꾼다" 에서 이어짐

회계제도 개혁 시행 초기에는 통상 규모가 큰 회계법인들의 품질관리체계가 우수하다는 전제를 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실제 감사품질의 우수성을 따져보기로 했다.

다만 금융위 관계자는 "품질관리체계 평가결과가 얼마나 반영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이해관계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 위원장은 "감사품질관리 수준이 높은 회계법인이 더 많은 상장사를 감사할 수 있도록 감사인 지정제도를 보완하겠다"며 "올해 정부는 회계산업의 외형적인 성장에 걸맞도록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18년 회계개혁 이후 회계업계는 매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2020년 기준 회계산업 매출은 4조3640억원으로 2017년 2조9839억원과 비교하면 46% 증가했다. 중견회계법인들이 감사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기준 36.0%로 빅4 회계법인(31.0%)을 앞질렀다.

하지만 올해 들어 오스템임플란트 세영디엔씨 계양전기 휴센텍 등 상장사 4곳이 내부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주식거래가 중단되는 등 기업의 내부통제관리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고 위원장은 "최근 일부 상장사들의 일탈행위는 오랜기간 쌓아온 회계투명성에 대한 신뢰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음을 보여줬다"며 " 일부 회계법인들의 감사품질이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의견도 상존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회계법인의 감사품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면서 한편으로는 회계개혁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대응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비상장 중소기업은 강화된 제도의 유예 적용 등으로 크게 어려움을 겪지는 않고 있지만 상장 중소기업들의 부담이 큰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들 기업들은 상장 회사라는 점에서 투자자 보호를 위한 투명한 회계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회계투명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감사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 위원장은 "원칙 중심의 회계기준과 감사기준이 전문 회계인력과 재원이 부족한 중소기업에 상당한 부담이 된다는 지적이 있어 왔던 만큼, 현행 회계기준과 감사기준 적용 과정에서 중소기업의 특성을 고려할 수 있는 방안을 관계기관과 심도 있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연구용역을 통해 현행 회계기준과 감사기준 중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차등화할 수 있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또한 한국회계기준원이 제안한 '중소기업 지원 데스크' 설치를 추진하기로 했다. 한국회계기준원은 소규모 상장기업의 회계부담 완화를 위해 회계기준 해석과 처리를 도와줄 기구의 설치를 제안했다.

따라서 회계감사와 관련한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방안은 크게 '규제의 차등화'와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회계처리 업무의 지원' 등 2가지 방향으로 추진된다.

한편 고 위원장은 이날 불가피한 사업보고서 제출 지연에 대해서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제재를 면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 위원장은 "회계개혁의 최종적인 종착점은 높은 감사품질과 회계투명성에 대한 시장의 신뢰 확보"라며 "정부의 제도 개선과 처벌 강화만으로 이를 달성하기는 매우 어렵고, 제도와 처벌의 공백을 메우는 것은 다름 아닌 회계인들의 전문가적 소명의식일 것"이라며 회계업계의 노력을 당부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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