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혁신 막는 '0.7%차 석패' … '윤호중 비대위' 정통성 논란

2022-03-14 11:37:13 게재

"책임 있는 지도부가 비대위 지휘" 지적

"아쉬운 패배" … "책임없는 혁신 가능할까"

"4.7 재보궐 이후 변화 못해 패배" 비판도

20대 대선에서 패배한 더불어민주당이 '아쉬운 패배'에 방점을 찍고 '반성과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당 안팎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대선을 이끈 윤호중 원내대표가 지도부 일괄사퇴 명단에서 제외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당 수습과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하기로 한 데 대한 반발이 심상치 않다.

이는 지난해 4.7 재보궐선거 패배 이후 11개월 동안 과감한 변화에 실패, 정권을 재창출하지 못한 결과가 지방선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이 4번의 전국 선거 승리에 이은 4.7 재보선, 3.9 대선 연패를 끊을 수 있겠냐는 얘기다.

현충원 참배하는 윤호중│더불어민주당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이 14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민주당은 '대선 패배'보다는 0.7%차이라는 '역대 최저차' 패배와 '1614만명'이라는 민주당 역대 '최다 득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지적이다.

14일 민주당 모 중진의원은 "선거에서 패배했다면 패배의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고 윤호중 원내대표 역시 핵심 인사인데 도리어 비대위원장을 맡겠다는 것은 지방선거를 겨냥한 기득권을 놓지 않겠다는 것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면서 "'질서 있는 퇴진'은 책임을 져야할 당사자들이 해야 할 말은 아니며 일단 그만두면 그 다음은 당이 시스템으로 만들어갈 일"이라고 했다.

◆윤호중 비대위체제 공개비판 이어져 = 김두관 의원은 13일 페이스북에 "대선 패배에 책임지고 물러나야 할 윤호중 비대위원장으로 지방선거를 치를 수는 없다"며 "적어도 윤호중은 비대위원장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했다.

같은날 민주당보좌진협의회(민보협)에서도 입장문을 내고 "과감하고 빠른 변화가 필요한데 비대위가 과연 제대로 이끌 수 있는가"라며 "이전과는 다른 방향성을 제시하고 제대로 추진할 수 있는 인사가 당을 이끌어야 한다"고 했다. 이수진 의원(서울 동작을)은 "대선 패배의 책임자 중 한 명인 윤호중 원내대표에게 비대위를 맡겨선 안된다"며 "대한민국 대전환을 민주당이 책임있게 만들어가려면 당내의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 윤호중 비대위가 이런 과제를 수행하기에 부족하기도 하지만 적절하지도 않다"고 했다. 정춘숙 의원도 "지난 11일 의원총회에서 발언한 대부분의 의원들이 윤호중비대위의 불가함에 대해 발언했다"며 "대선패배의 책임을 함께 질 수 밖에 없는 공동선대위원장이 비상대책위원장을 맡는 것은 극히 비상식적인 일"이라고 했다. 이어 "0.73%의 패배가 더불어민주당의 변화에 독약이 될까 우려하는 분들이 계신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윤 원내대표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당대표와 최고위원들과 함께 선거를 지휘했던 지도부로서 무거운 책임을 느끼고 그 책임을 벗을 수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도 "선거를 80일 앞둔 상황에서 선거 준비 중단, 비대위 개편을 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을 전 지도부에서 내리게 됐고 그 사정을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에게 충분히 설명드렸고 양해를 얻은 사항"이라고 했다.

◆4.7 패배의 재현? = 민주당이 11개월전의 재보궐선거 패배와 비슷한 흐름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4.7재보궐선거에서 패배한 이후 민주당은 조국 사태, 부동산 정책 등에 대해 사과하며 '변화'와 '혁신'을 약속했지만 이를 현실화시키지 못했다. 강성 지지층들의 목소리에 주로 귀를 기울이며 강도 높은 자기 혁신보다는 입법 독주와 '내로남불' 행태를 보여 왔다.

조응천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지난 5년 동안 조국사태와 서초동 시위, 시도지사들의 성추행 사건, 위안부 할머니들의 공적 가치를 사유화했다고 의심받는 윤미향 사건, 말 바꾸기 위성정당 사태 등을 거치며 우리 당의 도덕성과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되었지만 반론을 용납하지 않는 당 내부 문화가 정착돼 그때마다 강고한 진영논리로 덮이면서 민주당은 더 이상 개혁적이지도 도덕적이지도 않은 세력으로 인식됐다"며 "작년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 과정에서 오만과 무능 그리고 내로남불이라는 근본적인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노출되었음에도 반성하지 않았고 반성이 없었으니 쇄신은 더더욱 없었다"고 진단했다.

◆근본적 쇄신 가능할까 = 윤호중 비대위가 제대로 쇄신을 해 나갈 수 있을까. 비대위 리더십에 대한 불안감이 적지 않다. 이상민 의원은 전날 KBS일요진단에서 "작년 서울 부산 재보궐선거부터 민심이 떠나간 걸 확인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민주당과 문재인정부가 국민 마음을 다잡는 부분에 상당한 부족함이 있었다"면서 "민주당이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혹독한 시련에 계속 거듭될 것"이라고 했다.

김두관 의원과 이수진 의원은 윤호중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을 '패배주의'로 봤다. 이 의원은 "이미 질 것을 전제로 하는 패배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비대위원을 맡은 조 의원은 "근본적인 원인을 진단하고 지금껏 하지 못한 처절한 반성을 통한 근본적 쇄신만이 다시 우리 당이 국민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며 "힘든 일이지만 비대위에서 이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채이배 비대위원도 "(윤 비대위원장의 책임론 제기는) 당내에 당연히 있을 수 있는 비판"이라며 "그런 부분들을 더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비대위가 더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될 것 같고 일부 의원님들의 그런 비판들이 있지만 다수 의견은 아니다"고 했다.

25일 원내대표 선거와 6.1 지방선거, 8월 당대표 선거를 앞두고 공천권 등 당권 장악을 놓고 계파간 세대결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윤호중 비대위의 '질서있는 수습'이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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