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산불피해 줄인 건 ‘조기대응’ 효과
피해면적 99%↓ 사망자 0명
헬기·소방·주민대피체계 강화
올해 봄철 산불 피해가 지난해보다 크게 줄어든 것은 산불조심기간 조기 시행과 범정부 총력대응체계 가동, 예방활동 강화, 초기 진화자원 확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정부 분석이 나왔다. 정부는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산불 예방·대응에 기여한 현장 유공자를 대대적으로 포상하기로 했다.
행정안전부는 올해 봄철 산불조심기간 산불방지 성과를 분석한 결과, 선제적 대응체계 가동이 피해 감소의 핵심 요인으로 나타났다고 15일 밝혔다. 올해 봄철 산불조심기간은 예년보다 앞당겨 1월 20일부터 5월 15일까지 운영됐다. 이 기간 산불 피해면적은 722㏊로 지난해 10만4975㏊보다 99% 줄었다. 산불 진화에 걸린 평균 시간도 지난해 3시간 44분에서 올해 1시간 34분으로 단축됐다. 사망자는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산불 사망자 0명은 2000년 통계 작성 이후 세차례뿐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중앙사고수습본부와 대책지원본부를 선제적으로 가동한 점을 첫번째 성과 요인으로 꼽았다. 산림청은 산불 주관기관으로 중앙사고수습본부를, 행안부는 재난안전 총괄기관으로 대책지원본부를 운영했다. 산불 확산 우려가 있을 때는 상황판단회의를 열어 기관별 대응을 조정했다. 봄철 산불조심기간 종료 뒤에도 위험 여건이 이어지자 두 본부 운영을 6월 3일까지 연장했다. 6.3 지방선거를 전후해 지방행정의 현장 대응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감안하면 대응체계 연장은 행정 공백을 줄이는 안전판 역할을 한 셈이다.
예방활동도 강화됐다. 영농부산물 파쇄량은 지난해 8만7000톤에서 올해 9만6000톤으로 11% 늘었다. 산불 기동단속에는 2만여명이 투입됐다. 화목보일러 사용가구 3만1000가구 점검, 정부합동 대국민 담화문 발표, 현장 캠페인 등도 병행됐다. 산불 원인별 맞춤형 예방과 홍보·단속을 함께 추진한 것이다.
초기 진화 역량은 크게 강화됐다. 군 헬기 143대를 포함해 산불 진화에 투입 가능한 헬기 규모가 216대에서 325대로 늘었다. 산불 신고가 접수되면 산불 여부 확인 절차를 줄이고 우선 출동하는 체계도 가동했다. 국가소방동원령은 다섯차례 선제적으로 발령됐고, 소방은 민가·산림 구분 없이 진화현장에 적극 투입됐다. 밀양 산불에서는 대용량 방사포 등 특수장비가 동원돼 요양시설 등 민가 확산을 막는 데 활용됐다.
대형산불 확산 전 국가 통합지휘체계를 가동한 점도 눈에 띈다. 함양과 밀양 산불 때는 시장·군수에서 산림청장으로 지휘권을 이양해 국가 차원의 진화자원을 집중 투입했다. 의성 산불 등에서는 현장상황관리관을 파견해 산불 진행 상황과 주민대피 등 중앙과 지방정부 간 협조사항을 조정했다.
주민대피체계 개선도 인명피해를 막은 요인으로 분석됐다. 정부는 산불확산예측시스템에 순간최대풍속 등 변수를 반영하고, 화선 도달시간에 따라 준비·대피대기·즉시대피로 나누는 ‘Ready-Set-Go’ 체계를 도입했다. 전남 광양 산불 때는 338세대 601명이 대피해 올해 기준 가장 많은 대피 인원이 발생했지만 인명피해는 없었다. 밀양 산불 때는 요양병원 환자 65명을 선제적으로 대피시켰다.
현장 대응 방식도 고도화됐다. 산림청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산불 확산경로 예측 정확도를 높였고, 강원 영월에서는 전국 최초로 산불지연제 예방살포가 이뤄졌다. 울산은 대형풍선을 활용한 산불감시를 도입했고, 강원도는 산불방지센터 중심의 24시간 초동대응체계를 운영해 3년 연속 대형산불과 인명피해를 막은 사례로 평가됐다.
정부는 산불 피해 감소에 기여한 공무원과 민간인, 기관·단체를 발굴해 포상한다. 포상 규모는 정부포상 90점과 기관장 표창 400점 등 모두 490점이다. 정부포상은 훈장 3점, 포장 6점, 대통령표창 36점, 국무총리표창 45점으로 잠정 정해졌다. 기관별 후보자 추천과 국민 공모, 7월 공적심사를 거쳐 8월 중 포상 전수식이 열릴 예정이다.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15일 산림청을 찾아 산불 대응 직원들을 격려하고 커피차를 전달했다.
윤 장관은 “선제적인 범정부 총력대응체계를 가동해 올해 봄철 산불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다”며 “산불 피해를 막기 위해 현장에서 묵묵히 헌신하신 분들을 적극적으로 찾아 그 공로가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도록 포상하겠다”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