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SKB 망사용료 소송 2라운드

"상호무정산" VS "대상 아니다"

2022-03-21 10:50:41 게재

치열한 법리 공방 예고 … 세계 통신업계 "거대 플랫폼 망투자 분담해야"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간 망사용료 소송 2라운드가 시작됐다.

서울고등법원 민사부는 16일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 2심과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 반환 소송 첫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앞서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가 2019년 11월 "넷플릭스로 인한 트래픽이 과도해 망에 부담이 된다"며 방송통신위원회에 재정신청을 내자 2020년 4월 "망 비용을 낼 의무가 없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몇차례 변론 끝에 지난해 6월 1심 재판부는 SK브로드밴드 손을 들어줬다. 넷플릭스는 1심에 불복해 항소심을 제기하면서 2심 절차가 시작됐다.

통신망 사용료 문제는 콘텐츠사업자(CP)와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 사이의 해묵은 갈등이다. 넷플릭스 유튜브와 같은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일으키는 인터넷 트래픽이 전체 인터넷트래픽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통신사업자에게 망투자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국내 콘텐츠 사업자를 비롯해 대부분 CP들은 망사용료를 내고 있지만 구글과 넷플릭스는 내지 않아 차별 논란이 벌이지고 있는 것도 한 이유다.

업계에 따르면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과 넷플릭스 두 기업이 전세계 인터넷 트래픽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이른다.

국내의 경우도 비슷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20년 10~12월 일평균 트래픽 발생량을 분석한 결과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이 25.9%로 가장 많았고, 넷플릭스가 4.8%로 뒤를 이었다. 네이버(1.8%) 카카오(1.4%) 콘텐츠웨이브(1.2%)를 다 합쳐도 넷플릭스보다 적었다. 지난해 2분기 일평균 트래픽 상위 10개 사이트 가운데 유튜브, 넷플릭스 등 글로벌 CP사가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의 78.5%로 집계됐다.

◆넷플릭스 "상호무정산 적용해야" = 넷플릭스는 이번 항소심에 1심에서 주로 주장했던 '망 중립성' 논리를 버리고 '상호무정산(빌앤킵, Bill and Keep)'이라는 새로운 논리를 들고 나왔다.

1심에서 넷플릭스는 "'망 중립성'에 따라 전송은 통신사업자가 책임지는 것으로 망 이용대가는 없다"라는 논리를 폈지만 재판부는 "'연결에 관한 대가'를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빌앤킵은 기업이 서로의 이득을 위해 직접 연결할 경우 망사용료를 지급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넷플릭스는 "서로의 이득을 위해 직접 연결할 경우에는 비용을 지급하지 않는 것이 인터넷 생태계의 기본적인 모습"이라며 "2016년 1월부터 국내에서 서비스를 시작하며 다른 ISP들과 마찬가지로 SK브로드밴드와도 오픈커넥트(OCA)를 통한 직접 연결에 합의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오픈커넥트란 세계 곳곳에 가입자들이 많이 보는 콘텐츠를 저장하는 서버를 설치해 전체 트래픽을 줄이는 넷플릭스의 정책이다.

넷플릭스는 또 " 전 세계 7200개가 넘는 ISP들과 연결돼 있는데 SK브로드밴드를 제외하고는 망 이용대가를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한 ISP는 단 한 곳도 없다"며 "그 이유는 ISP들이 넷플릭스와 직접 연결, 그리고 OCA 설치 등을 통해 이익을 얻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상호무정산은 통신사업자 간 거래 관행" = SK브로드밴드는 이 같은 넷플릭스의 OCA를 통한 상호무정산 주장에 대해 전제부터 잘 못된 것이라는 입장이다.

SKB는 "빌앤킵은 ISP간 트랙픽을 소통함에 있어 교환되는 트래픽 비율과 망 연동을 통해 얻게되는 이익이 유사한 경우 비용을 청구하지 않는 정산 방식"이라며 "넷플릭스는 CP이지 ISP가 아니기 때문에 대상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넷플릭스가 주장한 OCA 기술을 국내망에 설치해도 망 이용대가 지급 의무가 면제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콘텐츠를 국내로 가져오는 부담은 줄지만 국내망 이용료, 인터넷데이터센터(IDC) 비용, 서버운용에 따른 전기료 등은 그대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SKB는 넷플릭스가 자신들을 택배업자에 비유해 데이터 전송에 대한 책임이 없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자신들은 택배업자가 아니라 고속도로 사업자로 넷플릭스는 개인 이용자와 마찬가지로 이용요금을 내야한다는 것이다.

SKB는 "고속도로는 이용자에게 사용이 허용돼 있으나 어디까지나 이는 요금을 지불하는 것을 전제로 그 사용이 허용된 것"이라며 "도로공사가 보다 나은 도로를 만들어 최고속도를 무제한으로 하거나 130km로 한다고 하더라도, 콘텐츠를 운송할 의무가 있어서가 아니라 운송인의 물건 운송을 원활하게 하기 위함"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유럽을 중심으로 글로벌 CP가 망 이용료를 부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월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2'에서 글로벌 통신사들은 CP들이 망 투자를 분담해야 한다는 의견을 모았다.

고성수 기자 ssg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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