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매매’ 폭탄 우려…과도한 빚투 경계
신용잔액 32.8조원 사상 최대 … 미수거래 비중 크게 늘어
‘빚투’ 개미 강제 청산 공포 … 증권사 신용거래 중단까지
미국과 이란의 전쟁 격화로 국내 증시가 사상 최대 급락세를 기록하면서 반대매매 폭탄 우려가 커졌다. 신용융자 잔액이 32조8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초단기 외상 거래인 위탁매매 미수금 규모 또한 크게 증가한 가운데 ‘빚투(빚내서 투자)’ 개미들은 강제 청산 공포 또한 확대됐다.
폭락장이 지속되면 반대매매 물량이 대거 쏟아지고 대규모 반대매매가 다시 추가 반대매매를 부르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과도한 빚투 경계 목소리가 높아졌다.
◆투매 악순환 발생하나 = 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2조804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유가증권시장 21조7780억원, 코스닥시장 11조259억원 규모다. 3일 코스피가 7% 급락했음에도 전 거래일 대비 1351억원 증가했다. 빚내서 저가 매수에 뛰어든 개미들이 많다는 얘기다.
신용거래융자는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자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뒤 아직 상환하지 않은 금액을 말한다. 잔고가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빚투’ 규모가 커졌다는 의미다.
문제는 지수가 급락할 경우 반대매매를 당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신용계좌는 통상 최소 담보비율 140%를 유지해야 하는데, 주가가 떨어져 이 수준을 밑돌면 증권사는 먼저 마진콜을 실시하고, 다음 거래일까지 증거금을 추가 납부하지 못하면 강제 청산에 나선다. 투자자의 보유 주식이 하한가로 강제 매도되며 손실이 극대화되는 것이다. 반대매매는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기계적으로 주식을 매도하는 식이어서 하방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문제는 지난 이틀간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기록적인 폭락세를 보인 점이다. 코스피는 지난 3일 7.24% 급락한 데 이어 4일에도 12.06% 넘게 빠지며 이틀간 무려 20%나 폭락했다. 코스닥 역시 같은 기간 두 자릿수 낙폭을 기록했다. 이에 담보 부족에 따른 반대매매 계좌가 급증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 삼성, 대신, 메리츠 등 국내 5개 증권사의 담보부족계좌는 지난달 13일 1571개에서 이달 3일 3708개로 136%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일 급락분을 반영하면 담보부족계좌는 훨씬 더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초단기 외상거래인 위탁매매 미수금도 문제다. 3일 기준 미수금 규모는 1조606억원에 달했다. 미수거래는 개인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고 2영업일 이내 대금을 갚는 초단기 외상이다. 미수거래로 산 주식의 결제 대금을 제때 납입하지 못하면, 증권사는 반대매매를 통해 주식을 강제로 팔아 빌려준 돈을 회수한다.
시장 전문가들은 지난달 27일이나 이달 3일 미수거래에 나선 개인 계좌에서 반대매매 물량이 대거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71억원이던 미수 반대매매 금액은 올해 1월 102억원으로 늘었고 지난달에는 135억원까지 증가했다.
조아인 삼성증권 연구원은 “레버리지 투자 비중이 높아진 상황에서 국내 증시가 연이틀 급락함에 따라 내일 반대매매 물량이 쏟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됐다”고 지적했다.
◆과도한 빚투 시장 변동성 요인= 과도한 빚투는 시장 전체 차원에서도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증시 급락으로 반대매매가 연이어 발생하면 강제 청산 물량이 쏟아지며 낙폭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추가 반대매매가 발생하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증권사들은 한도 소진에 신용거래융자 신규 거래를 일시 중단한 상황이다. 재개 시점은 미정이다.
신한투자증권은 “신용융자는 대출을 지렛대 삼아 고수익을 꾀할 수 있지만, 주식이 대출 담보로 잡히기 때문에 주가 하락 시에는 담보 가치 부족으로 보유 증권이 강제로 처분(반대매매)돼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며 “최근 시장 변동성 확대로 인한 계좌 내 담보 비율 가치의 급변으로 반대매매 등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달라”고 안내했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