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이란, 호르무즈 해협 ‘전면대치’

2026-03-04 13:00:14 게재

이란 ‘봉쇄’ 위협에 트럼프 “유조선 호송” … 전세계 원유 20% 통로 쟁탈전

미국과 이란이 전세계 에너지 수송의 핵심 관문인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싸고 전면 대치 국면에 들어섰다. 이란이 해협 봉쇄를 공개 경고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조선에 대한 미 해군 호송과 정부 차원의 보험보증 카드를 꺼내 들었다. 군사력과 금융수단을 결합해 국제 유가 급등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공언한 가운데,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충돌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3월 3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후자이라(Fujairah) 연안에 유조선들이 정박해 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3일(현지시간) 트럼프행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을 미 해군 함정이 호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행정부 관계자는 이를 “원유 및 가스 공급을 위한 군사적 지원”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필요한 경우 미 해군이 가능한 한 빨리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 호송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미국 국제금융개발공사(DFC)에 걸프 지역을 지나는 해운, 특히 에너지 운송 선박에 대해 정치적 위험 보험과 보증을 제공하라고 지시했다. 전쟁 위험이 커지면서 보험료가 급등하거나 보장이 철회되는 상황을 정부가 직접 완충하겠다는 조치다.

호르무즈 해협은 하루 평균 1700만~2000만배럴의 원유가 통과하는글로벌 전략 요충지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쿠웨이트 이라크 등 주요 산유국의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가 이 수로를 통해 전세계로 향한다.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군사작전 이후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을 침몰시킬 수 있다”고 위협했다. 봉쇄 방식은 단순한 물리적 차단을 넘어 기뢰 설치, 고속정·드론 공격, 대함미사일 위협 등 비대칭 전술을 포함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봉쇄가 현실화할 경우 국제 유가는 급등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시장 반응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3거래일 연속 상승해 배럴당 74달러대 중반에서 거래를 마쳤다. 미국 내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3달러를 다시 넘어섰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위험 프리미엄’을 키우면서 선물시장 변동성도 확대되는 흐름이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잠시 유가가 조금 높을 수 있지만 작전이 끝나면 유가는 내려갈 것이며 이전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단기 충격은 불가피하지만 군사적·외교적 목표 달성 이후 에너지 공급 안정이 회복될 것이라는 메시지다.

이번 조치는 군사적 억지와 경제적 완충을 병행하는 ‘복합 안정 전략’으로 평가된다. 해군 호송은 항행의 자유를 실력으로 보장하겠다는 신호다. DFC 보험 보증은 해운사와 정유사의 비용 부담을 낮춰 실물 물류 흐름을 유지하려는 장치다. 보험 시장이 붕괴되면 선박 운항이 위축되고 이는 곧바로 공급 차질과 가격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 맥락도 중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당시 ‘에너지 가격 안정’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유가상승은 곧 물가상승과 직결되며 이는 소비심리와 경제성장률에 영향을 준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연료비 급등은 집권 여당에 부담일 수밖에 없다. 트럼프행정부가 군사적 결단과 동시에 유가 관리에 적극 나서는 배경이다.

다만 미 해군이 실제로 대규모 호송 작전에 돌입할지는 미지수다. ‘필요한 경우’라는 단서가 붙은 만큼 이란의 행동 수위와 국제사회의 대응, 동맹국과의 공조 등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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