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해양부산부냐, 해양강국 사령탑이냐
“부산으로 간 해양수산부가 해양강국 사령탑이 아니라 ‘해양부산부’가 되면 북극항로 개척과 해양수도권 건설은 실패한다.” 세종시에 모여 있는 정부 부처 중 단 하나, 해수부를 떼어내서 부산으로 옮기겠다고 한 이후 나온 이야기다. 북극항로 개척도 해양수도권 건설도 모두 대한민국의 성장전략이고, 지정학적 한계와 자원빈국의 저주를 극복할 ‘마지막 기회’로 추진하는데 자칫 정치권의 부산 선거전략에 이용되는 식으로 되면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다.
세종시는 노무현정부에서 추진한 국가전략의 산물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2년 9월 제16대 대통령선거 새천년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한계에 부딪힌 수도권 집중 억제와 낙후된 지역경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충청권에 행정수도를 건설해 청와대와 중앙부처부터 옮겨가겠다. 수도권 집중과 비대화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공약하며 첫발을 내디뎠다. 그 이후 이명박정부에서 기업도시로 방향을 틀었지만 박근혜정부 시절 행정중심복합도시라는 원안으로 돌아오면서 현재의 세종시로 완성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시절 “중앙부처에서 하나만 떼어내 옮기는 것은 비효율적이지만 해수부는 부산으로 옮기겠다”고 공약했고, 지난해 12월 이재명정부 출범 6개월 만에 세종시를 떠나 부산으로 이전했다.
세종시 건설의 꿈을 넘어선 새로운 꿈은 무엇인가. 이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대통령선거 운동 기간 중 북극항로 전도사 김태유 서울대 명예교수와 대담에서 북극항로 선점과 거점항구 건설을 위해 대통령실 별동대로서 해수부를 부산으로 옮기겠다고 말했다.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대통령을 보좌하기 위해 3실장(비서실장, 국가안보실장, 정책실장) 2보좌관(외교안보특별보좌관, 경제기획보조관)과 8수석·3차장 체계의 대통령실에 준하는 임무를 해수부가 가진 것이다.
하지만 지금 해수부에서 외교와 통상 미래산업전략과 5극3특의 한 축으로서 ‘북극항로 개척’ ‘해양수도권 건설’을 모색하는 모습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대신 HMM을 포함한 해운기업과 산하 공공기관 부산 이전을 둘러싸고 노동조합 설득에 전전긍긍하고, 9월 중 시행하기로 한 컨테이너선박의 북극항로 시범운항 준비에 초조해 하는 모습이다. 미-이란 전쟁으로 해상공급망에 빨간불이 들어왔지만 주도적으로 문제를 파악하고 푸는 일은 해수부 밖의 일이라며 선박과 선원의 안전을 챙기는 ‘일’에만 집중하고 있다.
그 사이 사퇴한 전직 장관은 부산시장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북극항로를 열다, 부산의 미래를 열다’라는 책의 출판기념회도 열었다. 이재명정부 해수부는 그냥 해양부산부로 남을 것인가, 해양강국의 사령탑이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