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소닉 '잃어버린 30년' … 일본경제 축소판
매출 30년 전보다 후퇴 '역성장' … 일본 명목임금 30년간 4% 올라, '저렴한 일본' 조롱
니혼게이자이 칼럼서 비판
일본 언론은 이런 파나소닉이 소니처럼 살아나기 위해서는 특단의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니혼게이자이신문 나가야마 아츠시 편집위원이 최근 '파나소닉과 저렴한 일본'이라는 칼럼을 통해 파나소닉의 지난 30년 경영의 문제점을 지적한 내용이다.
파나소닉은 4월부터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고 이름도 '파나소닉홀딩스'로 바꾼다. 기존의 사업을 8개 회사로 재편하고 이들의 독립성을 보장하면서 의사결정을 보다 빠르게 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이 파나소닉의 설명이다. 파나소닉은 이를 계기로 다시 비약할 수 있을까.
이 회사의 최대 문제는 지난 30년간 성장이 멈춘 것이다. 파나소닉의 2022년3월기(2021년4월~2022년3월 회계연도) 매출은 7조3000억엔(73조원) 수준이 예상된다.
이는 일본의 버블경제 붕괴이후 1992년3월기 매출과 비교해도 1500억엔(1조5000억원) 줄어든 수준이다. 지난 2011년 잇따라 완전 자회사로 전환한 파나소닉전공(옛 마쓰시다전공)과 산요전기는 매출이 합쳐서 약 3조엔이다. 한편으로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 핵심 사업에서 한국, 중국과의 경쟁에서 고전을 하면서 사업에서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예전에 '복리를 결여한 파나소닉'이라는 칼럼에서 지적했듯이 자기자본이익율(ROE)의 관점이 결여된 점을 지적한 것이다. ROE는 기업의 자본효율성을 보여주는 지표이다. 우량한 기업의 상징을 보여주는 ROE 10% 수준을 유지하려면 '순이익÷자기자본'의 계산식에 있는 분모와 분자를 어느쪽이라도 복리로 계속 늘려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이 회사에는 그러한 힘이 결여돼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번에 지적하고 싶은 지점은 더 단순하다. 기업의 성장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매출을 파나소닉은 왜 늘리지 못했는가 하는 점이다. 역시 복리의 발상이 부족했기 때문이 다. 이 회사의 매출을 일본의 물가와 비교해 보자. 일본의 각종 물가와 급여는 최근 30년간 변화가 없다. 세계 주요 국가와 격차가 분명하게 드러나면서 '저렴한 일본'이라는 조롱을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일본의 명목임금은 1991년부터 2020년까지 29년간 4% 늘어나는데 그쳤다. 연봉이 500만엔이던 월급쟁이라면 그 사이 520만엔으로 늘어난 셈이다.
이에 비해 미국은 소비자물가가 1991년부터 연평균 2.3%씩 상승했지만, 그보다 웃도는 연평균 3.2%의 임금인상이 지속됐다. 임금이 2020년까지 매년 3.2%의 복리로 늘어났다는 의미다. 이를 월급쟁이 연봉으로 치면 500만엔에서 2500만엔으로 2.5배가 늘었난 셈이다.
이처럼 파나소닉의 매출은 일본의 물가, 임금과 비슷한 추세를 보이면서 '제로 성장'을 했다. 글로벌기업과 일본경제를 단순하게 비교할 수는 없지만, 일본도 파나소닉도 '수요 창출력'이 사라졌다. 상품과 서비스를 비싸게 팔아서 이익을 내고, 이를 종업원과 주주에게 환원하지 못하면 복리의 선순환은 없다. 파나소닉도 일본도 세계의 성장과 함께 하지 못했던 것은 당연한 것일 수 있다.
미국에서는 많은 IT기업이 디지털화의 파도에 올라 타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디지털의 세계에서는 경영모델을 적절하게 만들면 복리의 마술로 성장을 일궈나갈 수 있다. 아마존닷컴의 매출은 최근 20년간 복리로 해마다 28%씩 늘었다. 거기에 착안한 소니그룹도 게임사업부터 혁신을 통해서 최근 10년간 이 부문에서 매출을 연평균 13%의 복리로 늘렸다.
복리의 마술에 대해서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아마존과 소니, 파나소닉이 각각 10조엔을 시작으로 28%, 13%, 0%의 복리로 매출 경쟁을 벌인다고 치자. 이렇게 앞으로 30년이 지나면 아마존 1경6455조엔, 소니 391조엔, 파나소닉은 10조엔의 매출 실적을 보일 것이다.
파나소닉은 최근 '다이나믹 케이파빌리티'(DC)라는 경영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는 변화의 조짐일 수도 있다. DC는 199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데이비드 티스 교수가 제창한 개념이다. 기업이 사회의 변화와 리스크에 직면해 '자사의 자산을 부단히 재편성하면서 경영개혁을 지속하는 방식'을 말한다. 여기에 상대적인 개념이 '오디너리 케이파빌리티'(OC)로 이는 기존의 일본식 '카이젠'(개선)과 비슷한 개념이다.
DC를 보다 쉽게 집대성한 사람이 데이비드 티스 교수의 친구인 찰스 오라일리 스탠퍼드대 교수로 그는 '양손잡이 경영'을 제창했다. 데이비드 티스 교수의 제자인 기쿠자와 켄슈 게이오대학 교수에 따르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는 곧 DC다'라고 한다. 단순한 업무의 디지털화는 DX라고 부를 수 없는 것이 당연하지만, 필요한 DX는 '자사의 자산을 재구성하면서 디지털 기술의 힘을 빌려 복리의 성장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파나소닉 입장에서 DC의 핵심은 지난해 인수한 미국 블루욘더가 될 수 있다. 수요와 납기를 예측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요금 체계와 관련한 서비스를 통해 공장과 물류, 소매업 등의 현장에서 고객기업의 DX를 지원하고 있다. 이미 주된 고객으로 영국의 유니리버와 미국의 스타벅스 등이 있다. 이 회사의 2020년 매출은 1200억엔 수준이지만, 소니의 게임사업과 같이 13%의 복리로 성정한다면 30년 후에는 4조6939억엔이 될 것이다. 이는 파나소닉 전체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클 것이다. 일본경제의 상징과 같았던 파나소닉이 본래의 모습을 되찾는 시험대가 될 수도 있다.
일본 역대 최고경영자 1위는 파나소닉 창업자 마쓰시다 고노스케
일본 주간지 '주간포스트'가 지난 2월 경제전문가와 대학 교수 등 3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역대 최고의 경영자로 파나소닉의 전신인 마쓰시다전기를 창업한 마쓰시다 고노스케가 1위로 선정됐다. 마쓰시다는 일본에서 '경영의 신'으로 불릴 정도로 일본 근대화의 상징적인 인물이다. 그는 평소 "기업은 사회의 공기"라는 말로 기업과 경영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마쓰시다가 세운 '마쓰시다 정경숙'은 근현대 일본의 수많은 정치인과 관료 등을 배출하기도 했다.
조사에서는 마쓰시다에 이어 혼다자동차를 창업한 혼다 소이치로, 야마다 운수의 오구라 마사오 전 사장, 소니의 창업자 모리다 아키오 전 사장 등이 뒤를 이었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최고경영자로는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사장과 일본전산의 나가모리 시게노부 회장 등이 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