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경쟁력 여전, 파괴적 혁신 필요

2022-04-08 11:20:43 게재

닛케이, 일본 기업 부활을 위한 제언 … "디지털화 더뎌도 소재·부품업체 장점 많아"

1990년대 이후 버블경제의 붕괴와 반도체 등 첨단 제조업의 참패, 21세기 디지털경제의 파도에 올라타지 못한 일본 기업은 부활할 수 있을까. 1980년대 전세계 기업 시가총액 상위 10곳 가운데 7개를 차지할 정도로 위세를 떨쳤던 일본 기업은 현재 도요타 등 일부를 빼면 경쟁력을 잃었다는 평가다.

하지만 여전히 소재와 부품, 장치산업을 중심으로 강력한 제조업이 존재하기 때문에 디지털 혁신을 결합하면 부활할 수 있다는 희망도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자국의 기업 경쟁력과 과제를 점검하는 '일본기업, 부활할 수 있을까'라는 특별 기고를 실었다.


일본 제조업의 3가지 가능성

후지모토 타카히로 와세다대학 교수는 일본 제조업이 △국제적 임금격차의 축소와 납기의 중요성 부각 △생산재 부문에서의 플랫폼 존재감 △설계의 비교우위와 고객의 높은 신뢰도 등에서 강점을 가진다고 분석했다. 후지모토 교수는 그러면서 이들 3가지 기회요인을 살리기 위해서 고공전 저공전 지상전 등 3개의 전략적 목표를 가지고 혁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후지모토 교수는 우선 일본 제조업의 연간 실질 부가가치 총액은 100조엔(약 1000조원)을 넘어서 최근 30년간 1.3배로 늘었고, 국내총생산(GDP)의 20%를 넘어선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주요 선진7개국(G7) 가운데 제조업 비중이 GDP의 20%를 넘어서는 나라는 일본과 독일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1인당 연간 부가가치 생산성은 약 1100만엔(1억1000만원)으로 비제조업의 1.4배에 달한다. 이는 최근 30년간 2배로 늘어난 수준이다. 중국의 급성장과 미국의 디지털산업 성장세와는 거리가 있지만 일본 제조업이 아직 죽지 않았음을 지표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일본 제조업이 가지는 3가지 강점을 제시했다. 첫째, 국제적인 임금격차의 축소에 따른 코스트 경쟁력의 회복이다. 예컨대 시장개방 초기 중국에 비해 20배나 높았던 일본의 임금은 최근 3배 수준까지 격차가 좁혀졌다. 한국이나 대만 등과는 이 격차가 거의 없거나 오히려 역전됐다. 이와 같이 신흥 산업국과의 임금격차가 줄면서 일본내 양질의 제조공장이 가진 높은 생산성이 돋보인다.

둘째, 이른바 '사이버 피지컬층'의 출현이다. 미국의 GAFA(구글, 애플 등 미국의 IT 기업) 등과 같은 강력한 소비재 중심의 세계적인 플랫폼에서는 열세지만 생산재 플랫폼에서는 다르다. 생산재 플랫폼에서는 데이터의 소유구조가 바뀌고 있다. 제조설비를 가진 기업이 데이터를 점유하고, 신뢰할 수 있는 다른 기업과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다.

이는 생산과 물류를 가진 기업이 리얼타임으로 인터넷 등 가상공간과 접속해 다양한 일체형 제품을 양산하는 구조가 가능하다. 양질의 설계능력과 제조, 판매에서 경쟁력 우위에 있는 일본의 유력 제조기업에 기회가 찾아온다.

마지막으로 공급망의 지속적인 위기와 이에 따른 납기의 중요성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위기의 글로벌 공급망에서 기업들은 부품업체의 납기 준수를 가장 중요시하게 됐다. 가격은 높지만 품질이 좋고, 전면적인 가동 중단 등이 상대적으로 덜해 납기를 맞추는 데서는 가장 신뢰가 높은 일본 소재 및 부품업체의 경쟁력이 높다. 실제로 세계적인 공급망 혼란의 와중에 반도체 관련 부품과 장치 등에서 일본내 공장은 쉬지 않고 납기를 맞추기 위해 돌아가고 있다.

제조업 부활을 위한 3가지 전략

후지모토 교수는 디지털 경제의 3층 구조모델을 활용해 일본 제조업의 전략적 방향을 제시했다. 우선 '고공전'이다. 일본 기업은 스스로 메가플랫폼(MPF)이 되기는 어렵지만 글로벌한 MPF나 유력한 보완재 기업에 자사가 가진 설계의 비교우위를 통해 고기능 제품과 부품, 장치를 자사의 표준으로 판매해 높은 이익을 창출한다. 예컨대 스마트폰용 고성능 전자부품에서 일본기업의 '고공전'은 성공하고 있다. 오랫동안 키워온 연구·개발과 생산 현장의 통합형 생산조직능력이 이를 지탱해준다.

이어서 '저공전'이다. 일본의 부품 및 소재기업은 고기능 생산재에서 비교우위를 갖고 있고, 부품 조달과 납품관계에서 거래 기업과 높은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거래하는 고객 기업과 데이터 등을 공유하기도 한다. 복수의 기업이 벽을 넘어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고, 고객과 상시 접속해 영업 프로세스를 개선해주기도 하고 솔루션을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지상전'이다. 일본 제조업에 비교우위가 있는 일체형 제품에는 전용부품이 많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들 공장에서는 제조공정에 있는 제품생산의 정체나 장애가 향후 어디에서 발생할지 예상이 어렵다. 이러한 복잡한 흐름의 예측과 제어는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는 사이버 피지컬시스템(CPS)을 활용할 수 있다.

일본 기업이 경쟁우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중국 등에서 늘어나고 있는 심플한 모듈형 제품을 양산하는 '원격조작형 스마트공장'이 아니다. 현장에 다기능의 기능공이 팀으로 남아 있고, 각종 센서와 자동기기, 인공지능(AI), CPS, 5G 등이 서로 연동해 복잡한 흐름을 유지하는 '협동형 스마트공장'에서 우위를 점한다.

후지모토 교수는 그러면서 선행한 사례의 공통점을 들어 '광의의 생산능력' 구축을 지속해 △자사의 표준 관철(고공전) △고객기업과 데이터 공유(저공전) △고도의 유연생산 시스템(지상전)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과 같은 저성장과 노동력 부족, 임금상승 압박의 시대에는 우수한 설계능력에 의해 부가가치 생산성이 향상된다. 납기를 준수하고 품질을 유지하는 데서 오는 중요성도 커졌다. 제조업에서 디지털화는 중요하지만 이는 수단이다. 본질적인 것을 경시하고, 흐름만 좇는다면 디지털화 전략은 실패할 것이다.

외국인재의 영입과 파괴적 아이디어

다마다 ??페이 간사이가쿠인대학 교수는 일본 기업이 파괴적인 혁신을 통해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마다 교수는 "일본의 문제는 젊은층 인구 감소보다 가치 있는 신제품과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가는 혁신을 실현하는 최신 지식을 배우고 익히는 인재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라며 "특히 일본 기업은 1990년대를 정점으로 기존의 제품과 서비스보다 더 우수한 것을 고객에게 제공하려는 '지속적 이노베이션'에 대한 노력이 시들해졌다"고 지적했다.

다마다 교수는 이를 위해 외국의 젊은 인재를 적극적으로 고용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외국 인재를 얻기 위해서는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노동환경 정비 △기업내 일부 영어공용화 △연구개발과 상품기획 부문의 해외 이전 등을 과제로 제시했다. 우선 노동환경의 정비를 위해 연공체계가 아닌 성과에 의한 유연한 보수체계와 투명성 높은 인사평가제도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아울러 기업내 혁신에서 '자사로서는 지속적'이지만 '타사에 있어서는 파괴적'인 아이디어가 중요하다. 이러한 아이디어가 있으면 자사의 가치기준 및 비즈니스 프로세스와 적합성이 높기 때문에 사내에서 우선순위가 높아지고, 경영자원을 투입하는 의사결정도 쉬워진다.

예컨대 앱손의 비즈니스 전용 잉크젯 복합기의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 회사는 전부터 컴퓨터용 잉크젯 프린터를 제작했다. 잉크젯 복합기는 프린터 기능에 더해 복사와 스캔, 팩스 송수신 등을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앱손 입장에서는 지속적인 혁신의 상품이다. 하지만 최근 잉크의 개량과 프린터 엔진의 성능 향상 등으로 인쇄 속도와 선명도 등이 레이저 프린터 수준에 이르는 잉크젯 복합기가 가능해졌다.

잉크젯 프린터는 인쇄 비용이 레이저 프린터에 비해 크게 싼 파괴적 혁신이다. 후지필름이 볼 때 자사의 레이저 복합기와 경쟁하기 때문에 쉽사리 잉크젯 프린터를 내놓기 어렵다. 결국 잉크젯 복합기는 '자사(앱손)에게는 지속적'이지만 '타사(후지필름)에는 파괴적'인 아이디어인 셈이다. 다마다 교수는 한발 더 나가 '자사에도 타사에도 파괴적'인 혁신적 아이디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자사에서의 파괴적인 혁신은 이론적으로 기존 조직에서 일어나기 어렵기 때문에 별도의 조직에 맡기는 것이 적절하다고 했다. 아울러 개별 조직에는 파괴적 혁신의 실행을 최우선으로 하는 가치기준을 갖게 하고, 충분한 경영자원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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