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정부 경제특구만 748개 '중복·남발'

2022-05-03 11:39:38 게재

전체 60% 가량, 2010년 이후 지정

대부분 유사한 형태, 차별성 없어

윤석열정부도 기회발전특구 추가

전국에 무려 748개의 경제특구가 지정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관 부처만 12개이고, 특구 종류만 50가지나 된다. 정부가 정책 목표나 지원 제도의 차별성이 크지 않은 유사한 형태의 경제특구를 무분별하게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대통령직인수위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에 따르면 인천상공회의소가 조사한 2020년 4월 기준 전국 경제특구는 748개였다. 경제특구 관련 법률은 모두 44개이고, 이 법률로 지정 가능한 특구는 50종이었다.

좁은 의미의 경제특구, 즉 외국인 투자유치 촉진 지역은 6개다. 경제자유구역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국제자유도시 새만금사업지역 외국인투자지역 자유무역지역 등이 이에 속한다. 나머지 44개는 특정산업을 육성하거나 낙후지역 개발을 목적으로 지정한 경제특구다.

관광특구나 기업도시 혁신도시 첨단의료복합단지 등 그나마 이름이 알려진 특구들도 있지만, 농촌융복합산업지구 석재산업진흥지구 환경산업연구단지 같은 이름이 생소한 특구들도 많다. 해양박람회특구(전남 여수)나 동계올림픽특구(강원도 평창 등) 등 특정 지역을 대상으로 법률을 만들어 지정한 특구도 있다. 스마트도시 조성 및 산업진흥 등에 관한 법률은 국가시범도시, 스마트규제혁신지구, 스마트도시특화단지 등 3종류의 특구를 지정할 수 있다. 국제회의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 역시 국제회의도시와 국제회의복합지구를 지정할 수 있다. 동·서·남해안 및 내륙권 발전 특별법과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도 마찬가지다.

법률은 마련돼 있지만 실제 경제특구를 지정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2020년 4월 기준 모두 11개 경제특구가 법률 근거가 있는데도 특구 지정을 하지 않았다.

이들 경제특구를 지구 단위로 보면 숫자는 더 늘어난다. 39종류의 경제특구가 전국에 무려 748개나 있다. 지구는 특정 지역이나 도시 또는 업체 등 다양한 형태로 지정되고 있다. 지역특화발전특구는 전국에 196개 지구가, 외국인투자지역은 112개 지구가 각각 지정돼 있다. 국가혁신융복합단지는 59개, 연구개발특구는 30개, 경제자유구역은 29개 지구가 있다.

◆전남 80개, 경기도 79개 특구 지정 = 경제특구를 시·도별로 보면 부산과 전북에 각각 21종의 특구가 지정돼 있다. 강원과 경북은 각각 20종, 전남은 19종의 경제특구가 있다. 경제특구가 가장 적은 세종도 5종이나 된다. 지구 단위로 보면 전남이 80개로 가장 많다. 경기도가 79개로 뒤를 이었다. 경북은 73개, 충남은 65개, 강원은 63개 지구가 지정돼 있다.

경제특구 도입 시기도 눈길을 끈다. 2000년 이전에 도입된 경제특구는 모두 7개 종류밖에 안된다. 나머지 43종은 2000년대 들어 생긴 것이다. 특히 2001부터 2010년 사이에는 12종이, 2011년부터 2015년까지는 15종, 2016년 이후에는 11종이 만들어졌다. 정부별로 보면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에서 특구 지정이 가장 많았던 셈이다. 문재인정부도 적지 않았다.

이들 특구 지정·운영을 담당하는 부처도 12곳이나 된다. 국토교통부가 11개 특구를 담당하고 있고, 산업통상자원부도 9개 특구를 담당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5개, 중소벤처기업부는 6개를 관할한다. 농림축산식품부 5개나 된다.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산림청도 각각 1개의 경제특구를 운영한다.

경제특구 지정은 모두 법률에 근거하는데 일반법은 12개 뿐이고 나머지 32개는 특별법이다. 필요할 때마다 특별법을 만들어 특구를 지정해온 것이다. 특구 지정이 난립·중복된 것도 특별법을 무분별하게 제정해 특구를 지정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2020년 전국 경제특구 지정현황을 조사했던 윤희택 인천상의 지역경제실장은 "경제특구에 조세나 부담금 감면, 또는 규제 특례 등의 지원책이 제시되고 있지만 대부분 유사해 특구별 차별성을 찾기 어렵다"며 "정책 목표가 유사한 형태의 경제특구를 통합하는 등 개선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윤석열정부도 새로운 경제특구를 지정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균형발전 전략으로 내놓은 기회발전특구(ODZ)다. 균형발전특위가 파격적인 세제혜택과 규제완화를 하겠다고 제시했지만 지자체들은 이미 지정돼 있는 여러 경제특구들과 얼마나 다를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오문성 인수위 균형발전특위 자문위원은 "윤석열정부가 지역균형발전 전략으로 내놓은 기회발전특구는 기존 특구들과는 개념부터 다르다"고 항변한다. 오 위원은 "중앙정부가 기준을 정해놓고 지자체 신청을 받는 기존 방식과 달리 지자체들이 특구를 지정하고 필요한 규제완화와 특례를 제시하면 중앙정부가 이를 지원하는 형태로 운영할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기존 특구를 흡수 통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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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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