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융합 발전, 2030년대 상용화 가능할까
영국 스타트업, 지난달 1억도 플라스마 실현
각국 민간기업 지난해 3조원 넘는 투자 유치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영국의 토카막에너지 등 핵융합 발전에서 앞서가는 주요 3개 기업이 2030년대 상용화를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며 "탈탄소 목표와 에너지원 전환의 결정적인 승부수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핵융합발전은 워낙 고난도 기술을 요구하는 것이어서 아직 연구단계이지만 최근 일부 기업들이 상당한 기술적 진전을 이루고 있다. 당초 엄청난 예산과 인적자원이 들어가는 연구여서 미국과 중국, 유럽 등이 국가 차원에서 주도한 것에서 민간 스타트업이 가세하는 모양세다. 실제로 몇년 전까지 세계적으로 10여개 기업에 불과하던 것에서 50개 안팎의 업체가 참여하는 수준으로 늘었다. 연구개발투자도 지난해 25억달러(약 3조1700억원)를 넘어섰다.
특히 세계적으로 미국과 영국 등 3개 업체가 이 분야에서 앞서가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영국의 토카막에너지는 지난달 민간기업 처음으로 섭씨 1억도의 플라스마를 실현했다고 밝혔다. 원 모양의 토카막 장치에 자기장을 이용해 고온의 플라스마를 가두는 기술에 성공한 것이다. 지금까지 가장 힘든 기술적 장애로 여겨졌던 1억도 이상의 플라스마를 가두는데 성공하면서 이 기술을 이용한 핵융합 발전의 일보를 내디뎠다는 평가이다.
하지만 플라스마를 지속한 시간은 불과 0.02~0.03초에 그쳤다. 이 회사는 향후 의료용 자기공명영상장치(MRI)의 8배에 이르는 24테슬라 수준의 자기장을 생성하는 초전도자석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20년대 후반까지 플라스마 유지 시간을 더 늘리고, 2030년대 초반까지 실제 핵융합로에서 시험운전을 거쳐 2030년대 후반 상용화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미국의 메사추세츠공대가 주도하는 커먼웰스퓨전시스템스도 초전도자석을 사용해 50~100메가와트 정도의 실험로를 건설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25년까지 투입한 에너지보다 많은 에너지를 얻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빌게이츠 등으로부터 18억달러(약 2조28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이르면 2030년대 초반 상용화가 가능할 수 있다는 전망을 제시했다.
캐나다의 제너럴퓨전사는 액체금속으로 플라스마를 가둬 압축하는 독자적인 기술로 핵융합반응을 제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가동한 시험기기로 액체금속의 활동을 수십밀리초 단위로 제어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 등은 이 기업에 지난해 11월 1억3000만달러(약 1650억원)를 투자했다. 이 회사는 올해 영국원자력공사(UKEA)와 실험 융합로를 공동으로 건설하기 시작했는데, 2030년대 초반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 TAE테크놀로지사도 지난해 4월까지 8억8000만달러(약 1조1150억원) 이상을 조달했다. 이 회사는 2014년 구글과 연계하면서 플라스마의 제어 등에 인공지능(AI)기술을 활용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실험 핵융합로를 만들어 수소와 붕소를 연료로 사용해 핵융합 반응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한다는 구상이다. 이 회사는 2020년대 후반 상업운전을 목표로 한다는 계획을 제시했지만, 기존 방식보다 더 어려운 기술적 장애가 있어 실용화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핵융합 기술의 진전에 AI가 얼마나 기여할지도 주목된다. 구글의 지주회사인 알파벳 영국 자회사인 딥마인드는 스위스연방공과대학이 운영하는 스위스플라스마센터와 핵융합로를 AI로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AI는 플라스마를 안정적으로 장시간 유지하는데 없어서는 안될 기술적 진전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기대이다. 이밖에 레이저를 이용해 플라스마를 제어하는 방식에 도전하는 기업도 상당수다.
한편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과 중국, 일본, EU 등이 참여하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가 2020년 7월부터 프랑스 남부 카다라슈 지역에 건설중이다. ITER는 주요 국가들이 참여하는 국제적인 공동 연구개발사업으로 2025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르면 2040년까지 실험 운영을 마치고 2050년대는 상용화를 기대하고 있다. 한국은 토카막의 일부 섹터와 내부 입자 제어장치인 초전도 도체 등 주요 장치의 부품 조달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핵융합발전이란
핵융합발전은 수소와 같은 가벼운 원소의 핵이 서로 결합해 헬륨과 같은 무거운 원소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생긴 질량의 결손에 의해 방출되는 에너지를 이용한 발전방식이다. 핵융합이 일어나기 전 원자핵의 질량의 합보다 핵융합 이후 만들어진 원자핵의 질량의 합이 더 작은데, 이런 식으로 핵융합 과정에서 질량 차이에 의해 방출되는 에너지를 이용하는 발전이다.
문제는 핵융합을 위해 1억도 이상의 플라스마를 만들고 이를 일정 시간 가둬 둘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고온의 플라스마를 용기 안에 가두는 방법으로 가장 대표적인 장치가 도넛 모양의 '토카막(Tokamak)'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