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롱예금 꺼내" … 일, 자본시장 진흥 모색
가계 금융자산 2경원, 절반은 현금·예금
기시다, 영국서 투자활성화 의욕 드러내
기시다 일본 총리는 지난 5일 영국을 방문해 런던 금융가에서 연설을 통해 "저축에서 투자로 이행을 촉진해 자산소득배증을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연설 과정에서 1980년대 자신이 옛 일본장기신용은행(현 신세이은행)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강조하면서 "전후 일본 총리중에서 금융업계 출신은 내가 처음이다"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구체적인 투자활성화 계획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소액투자에 대한 비과세를 확대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2050년 탄소중립화를 위한 민관의 대규모 투자를 언급하면서 향후 10년간 150조엔(약 1470조원) 규모의 새로운 투자를 유치하겠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일본 언론은 기시다 총리가 지난해 당내 총재 선거에서 언급한 금융소득세의 인상 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기시다 총리는 당초 '새로운 자본주의'를 강조하면서 소득격차의 해소에 집중하면서 이른바 '1억엔의 벽'을 타파하겠다고 공약했다. 1억엔의 벽은 일본의 소득세율이 금융소득이 많은 부유층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조에서 나온 말이다. 연간소득 1억엔(약 9억8000만원)까지 소득세 부담률이 높아지다가 이를 초과하면 세금 부담이 낮아지는 역전 현상이 발생한다. 예컨대 2019년 기준 연간 소득 5000만엔~1억엔의 소득세 부담은 27.9%로 정점을 찍은뒤 1억엔을 초과하면 조금씩 하락해 10억∼20억엔 20.6%, 100억엔 이상은 16.2%로 떨어진다.
일본 정부의 이러한 정책이 일부 성과를 내고 있다는 수치도 있다. 지난해 주식투자신탁에 새로 유입된 규모가 9조9000억엔(약 97조200억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3배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이후 최대 규모의 증가다. 닛쿄리서치센터가 상장지수펀드(ETF)를 뺀 주식투신상품을 대상으로 집계한 결과, 2008년이후 최고였던 2015년 7조엔을 넘어선 것이다.
닛쿄리서치센터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투자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과거와 같이 주가가 하락했을 때 현금과 예금으로 빠지지 않고 지속적인 투자로 이어지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신탁상품은 대체로 해외주식형이 전체의 77%를 차지해 압도적으로 비중이 컸다. 애플을 비롯한 미국 IT업체 등에 투자하는 펀드와 S&P500지수와 연동한 상품이 인기가 높다는 분석이다.
한편 일본 정부가 주식시장을 비롯해 자본시장 활성화에 나서는 데는 자국 국민들의 뿌리깊은 안정지향성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일본은행이 올해 3월 발표한 '2021년 4분기 자금순환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가계 금융자산은 전년 동기에 비해 4.5% 증가한 2023조엔(약 1경9825조원) 규모로 사상 처음 2000조엔을 넘어섰다. 일본의 가계 금융자산이 늘어난 것은 7분기 연속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코로나19 이후 개인소비가 줄어들면서 현금과 예금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데 따른 결과"라고 분석했다.
전체 금융자산 가운데 현금과 예금은 전년 동기대비 3.3% 늘어난 1092조엔으로 전체의 54.0%를 차지해 절반을 넘었다. 이어서 보험과 연금(540조엔), 주식(212조엔), 투자신탁(94조엔) 등이 뒤를 이었다. 기업이 보유한 금융자산은 전년 동기대비 5.9% 늘어난 1279조엔(약 1경2534조원)으로 집계됐다. 현금과 예금이 319조엔, 해외직접투자 168조엔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