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 인력 사전 확보전 치열
2022-05-23 11:23:56 게재
대학·기업, 채용조건 학과 신설 바람 … 반도체서 AI·밧데리 등으로 확대
23일 대학가에 따르면 고려대, 서강대, 연세대,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 포항공대, 한양대 등 이른바 주요 대학들이 앞다퉈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를 신설하고 있다.
대학 입장에서는 취업률이 높아지고 기업 지원으로 적은 비용에 우수학생 유치가 가능하다.
반면 기업은 첨단기술 분야의 고질적인 인력난을 해소할 수 있는 통로가 확보된다. 특히 대학 입학 때부터 키워 모셔가지 않으면 경쟁사에 인재를 뺏기고, 장기적으로 성장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기업들의 위기감이 계약학과 신설에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채용형 계약학과는 반도체 관련 학과가 중심이었다. 그동안에는 삼성전자와 손을 잡은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가 관련 분야 인재를 독식했다.
하지만 지난해 고려대와 연세대에 반도체 관련 학과가 신설되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여기에 올해 삼성전자와 손을 잡은 카이스트(KAIST)가 반도체시스템공학과를, 포항공대가 반도체공학과를 신설한다.
또 서강대와 한양대는 SK하이닉스와 차세대 반도체 인재육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시스템반도체공학과(서강대), 반도체공학과(한양대)를 신설해 학생 모집에 나설 예정이라 우수 자원이 분산될 전망이다.
주로 반도체 관련 학과들이었던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는 최근 디스플레이, 배터리, AI(인공지능), 차세대통신 등으로 넓혀가고 있다. 또 학부는 물론 대학원에 설치하는 경우도 있다.
연세대는 LG디스플레이와 손잡고 국내 최초로 디스플레이 분야 계약학과인 디스플레이융합공학과를 신설했다. 고려대도 삼성전자와 6G를 포함해 차세대 통신 기술을 다루는 차세대통신학과를 채용연계형 계약학과로 신설한다.
LG디스플레이는 연세대, 한양대, 성균관대 대학원과 '디스플레이 계약학과'를 설치한다. LG디스플레이 각 대학원이 매년 석·박사급 디스플레이 전문가 10명씩을 양성하면 채용할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는 선발된 학생들에게 재학 기간 학비 전액과 학비 보조금, 연구비 등을 지원한다.
고려대, 서강대, 카이스트, 한양대에서 AI 관련 계약학과를 운영 중인 LG전자는 올해 하반기에는 연세대에도 계약학과를 개설한다.
배터리 제조업체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연세대와 고대려 대학원에 배터리학과를 만들어 신입생을 선발했다. 경쟁사인 삼성SDI는 포스텍·서울대·카이스트에 석·박사 통합과정을 열었다.
주요 대학들 중에는 취업형 계약학과 형식은 아니지만 인력수요 변화에 발맞춰 빠르게 변화를 시도하는 대학들도 늘고 있다.
숭실대는 기존 스마트시스템소프트웨어학과를 AI융합학부로 개편했다. AI융합학부는 전자공학과 소프트웨어학을 융합해 AI 융합 시스템을 교육하고 연구하는 학과다. 자율주행·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시스템하드웨어·시스템소프트웨어 등으로 AI 맞춤형 교과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과학기술대는 지난해 지능형반도체공학과, 미래에너지융합학과 등 첨단 학과를 신설했다. 지능형반도체공학과는 기존 설계 위주의 반도체 교육에서 탈피해 세계 반도체 시장의 약 80%에 달하는 비메모리 분야(LSI)의 시스템 반도체 기술 교육을 중점으로 한다. 서울과기대는 또 전통 에너지원보다 기후 변화 대응과 지속 가능한 에너지 부문을 위한 첨단 에너지 기술에 초점을 맞춘 미래에너지융합학과도 신설했다. 이 대학은 앞서 인공지능응용학과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경희대는 미래 농업과 ICT기술이 융합된 스마트팜 분야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스마트팜과학과를 설치했다. 기존 원예생명공학과에 스마트팜 공학 융합 전공을 결합한 것이다. 스마트 팜 전문 경영인을 비롯해 농촌진흥청·산림과학원 등 국가 연구소에 인력을 배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경희대는 또 경영대학 빅데이터응용학과, 소프트웨어융합대학 인공지능학과다. 빅데이터응용학과는 인공지능 지식을 바탕으로 데이터 마이닝이나 최적화 이론 등을 가르친다. 인공지능학과는 수학적 사고와 운영체계, 소프트웨어 개발, 머신러닝, 빅데이터처리 등 인공지능 관련 전 분야를 다룬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수도권 대학 신설학과 가운데 80% 이상이 자연계열 학과이며, 전기·전자·컴퓨터계열 신설학과 중 절반 정도가 수도권 대학"이라면서 "수도권 대학들은 최근 AI, 빅데이터, 반도체 등 첨단산업 분야의 인재양성에 집중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인문계열은 점차 축소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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