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신임 수장, 규제 걷어내 "경제 위기 돌파"

2022-06-08 11:12:05 게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후보자 '금산분리 재검토' … 이복현 금감원장 "금융시장 선진화와 안정 도모"

윤석열 정부의 첫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이 금융규제 개혁을 통한 금융시장의 활성화에 한 목소리를 냈다.

윤석열 정부가 금융분야 국정과제에서 밝힌 '미래지향적 금융혁신'과 '금융시장 선진화'라는 방향에 맞춰 대대적으로 금융규제를 걷어내는 작업이 시작될 예정이다.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결합을 금지하는 금산분리 규제까지 손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7일 기자들과 만나 "외국의 가장 잘나가는 금융사들이 하고있는 것이 뭐고, 우리는 왜 못하는지 따져서 필요하다면 금산분리라든가 기본적인 원칙까지도 일부 보완까지 생각해서 건드리겠다"고 말했다.
7일 김주현 금융위원장(왼쪽) 후보자가 기자들과 만나 지명 소감을 밝히고 있다. 이날 오후 이복현 금감원장은 취임식에서 향후 감독방향에 대해 밝히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금융감독원


◆자본시장 활성화 통한 경제 성장 지원 = 금산분리 원칙은 산업자본인 기업의 은행 소유를 막기 위해 30년 가까이 유지돼왔다. 하지만 빅테크 업체들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과 관련해 특별법까지 만들어 산업자본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기존 금융회사들은 빅테크와의 차별에 반발하며 금융회사 역시 산업자본을 소유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김 후보자의 발언도 이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김 후보자는 금융규제 혁신을 통해 현재 국내외적으로 처한 어려운 경제 환경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산업이 자체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동시에 기업들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이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김 후보자는 "(금융 혁신의) 기본적인 방향은 금융사들이 변화된 디지털 환경에서 세계적인 금융사로 발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며 "세계적인 금융사는 핀테크가 될 수도 있고 기존 금융사도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민간 기업의 역동적 혁신과 성장을 적극 뒷받침할 수 있도록 정책금융의 역할도 재정비하고 민간금융과의 조화로운 금융지원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 자체를 성장시키고 우리 경제를 성장시키는데 금융이 충실하게 뒷받침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복현 신임 금감원장도 7일 취임식에서 금융감독 정책방향과 관련한 첫 과제로 "금융시장의 선진화와 안정 도모에 우선을 둬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규제 완화에 중점을 두되, 금융시장의 안정을 지키는 역할에 부족함이 없는지 주의를 기울여야 하겠다"고 말했다.

◆금감원장도 "규제 완화에 중점" =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에서 밝힌 '금융시장 선진화'는 자본시장의 공정성 제고를 통해 투자자로부터 신뢰받는 시장을 구축하면서 자본시장과 실물경제의 지속적인 성장 도모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원장은 "과거에는 익숙하지 않았던 개념인 메타버스, 빅테크, 가상자산 등은 이미 일상의 일부가 됐고 이에 수반하는 금융시장 변화는 현실이 된 상태"라며 "시장의 선진화와 민간의 혁신을 저해하는 요소는 없는지 차분히 점검해 제도적 측면뿐만 아니라, 제도 외적인 측면에서의 규제도 함께 살피고 걷어내야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통해 시장의 효율성 확보와 원활한 자본 형성에 기여해야 한다"며 "규제가 불가피한 영역에 있어서는 합리성과 절차적 투명성을 확보해 예측 가능성을 부여함으로써 시장 참여자들의 혼란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금융소비자 보호'를 두 번째 과제로 제시하면서 불공정거래 엄단 의사를 밝혔다. 그는 "시장교란 행위에 대해서는 종전과 같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며 "불공정거래 행위 근절은 시장 질서에 대한 참여자들의 신뢰를 제고시켜 종국적으로 금융시장 활성화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는 금융시장 선진화 방안의 일환으로 '자본시장 투명성과 공정성 개선'을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회계·공시 투명성 제고와 증권범죄 대응강화를 세부계획으로 정했다. 외부감사인 역량 강화를 통해 분식회계 예방과 회계투명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또 증권범죄 조사·수사과정을 효율적으로 개편하고 범죄 억지력 강화를 위한 제재 실효성을 제고하기로 했다. 불공정거래 사범에 대한 제재 수위가 높아질 전망이다.

한편 부실 사모펀드의 대규모 환매중단 사태로 금감원과 해외 금융감독당국과의 공조 필요성이 커진 가운데 향후 협력 시스템이 마련될지도 주목된다.

독일 헤리티지 펀드와 이탈리아 헬스케어 펀드, 젠투 펀드 등 해외 기초자산에 투자하는 펀드의 경우 피해가 발생했을 때 해외 감독당국의 협조 없이는 정확한 원인 규명과 책임 소재를 통한 피해회복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 원장은 "다양한 금융부문의 이슈가 국경을 넘나드는 현실을 고려할 때, 해외 감독당국과의 의견 교환과 조율 역시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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