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3대 마약왕' 마지막 총책 검거돼 국내 송환
텔레그램으로 필로폰 등 판매 … 확인된 유통 규모만 70억원어치
베트남 현지에서 국내로 마약을 밀수입해 판매해온 혐의를 받고 있는 이른바 '동남아 3대 마약왕' 중 한 명이 현지에서 붙잡혀 국내 강제송환됐다.
경찰청은 "베트남 공안부와 약 3년간의 국제공조를 통해 현지에서 국내로 마약을 밀수입해 판매하던 피의자 김 모씨를 호치민 현지에서 검거해 국내로 강제 송환했다"고 19일 밝혔다.
김씨는 2018년부터 텔레그램을 이용, 국내 공급책을 통해 구매자들에게 필로폰과 합성대마 등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재 서울·경기·인천·강원·부산·경남 등 전국 13개 수사관서에서 김씨를 마약 유통 혐의로 수배 중이다.
경찰이 확인한 김씨의 국내 판매책 등 공범만 20여명이며, 유통된 마약 규모는 시가 70억원에 이른다. 경찰은 김씨가 송환됨에 따라 여죄 수사에서 공범과 범죄 수익규모를 추가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씨는 일명 '동남아 3대 마약왕' 중 검거되지 않았던 마지막 피의자다. 나머지 2명은 2020년 10월 필리핀에서 검거돼 현지 수감 중인 '텔레그램 마약왕 전 세계' 박 모씨와 지난 4월 캄보디아에서 검거돼 국내 송환된 최 모씨다.
박씨는 필리핀에서 살인 혐의로 장기 60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가 텔레그램을 통해 공급한 마약을 국내에 유통·판매한 인물이 이른바 '바티칸킹덤'이다.
여성 탈북자인 최 모씨는 경찰-국정원 공조로 캄보디아에서 검거돼 지난 4월 강제송환됐다. 최씨는 지난 2018년 3월 중국으로 출국한 뒤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 등에서 필로폰 등 마약을 여러차례 국내로 들여온 혐의를 받고 있다.
국내 수사기관들의 김씨 관련 국내 수배는 13건에 달한다. 이 중 10건이 마약 혐의 관련이다.
김씨는 '사라 김'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사라 김은 김씨가 텔레그램에서 쓰던 이름으로 국내에서 마약을 유통하다 적발된 운반책 등도 그의 실명 대신 사라 김이라고 부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그는 박씨와 최씨에게도 마약을 공급하는 등 동남아 마약밀수의 최상선 총책으로 알려졌다.
김씨에 대한 수사는 경찰이 인터폴 적색수배서를 발부(2019년 6월)받고 베트남 공안과 공조하면서 시작됐다. 3년여 추적 끝에 경찰은 지난 5월 김씨가 도피자금을 받은 금융정보와 휴대전화 등의 단서를 확인하고 베트남 공안과 협의해 '공동조사팀'을 파견하기도 했다.
이후 경찰청은 지난 16일 검거 지원팀을 베트남으로 파견했고, 베트남 공안과 함께 17일 호치민 소재 피의자 주거지 인근에서 김씨를 붙잡았다.
김씨는 현지에서 호화생활을 하지는 않았고 일반 교민들과 비슷하게 살며 도피 중인 상황을 최대한 숨겨온 것으로 파악됐다. 검거 당시 보이스피싱 혐의로 수배 중인 다른 한국인도 함께 붙잡혀 조만간 소환될 예정이다.
전재홍 경찰청 인터폴계장은 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최근 마약범죄가 증가세인데 대부분 동남아에서 들여오는 것이고, 이번에 최상선을 검거함으로써 더 정확한 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씨의 경우 최근까지도 마약 거래가 있다고 보이며, 국내에서 마약을 공급한 공범들이 20명가량 되기 때문에 유통 규모가 안 밝혀진 게 더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19로 한동안 도피 사범 추적이 원활하지 못했는데 오랜 기간 공조로 중요 사범을 붙잡았다는 데 이번 검거의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씨 등 관련 사건 수사는 경기남부경찰청에서 맡는다.
한편 지난 3년간 마약류 사범이 매년 1만명 넘게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0·20대 마약사범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19일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2018년 8000명대를 유지하던 연간 마약사범은 2019∼2021년 1만명대로 늘어났다.
연도별로 보면 2016년 8853명, 2017년 8887명, 2018년 8107명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던 마약사범은 2019년 1만411명으로 전년 대비 28.4% 늘었다. 이후 2020년 1만2209명으로 17.3% 증가했다가 2021년 1만626명으로 12.9%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5988명으로 집계됐다.
연령별로는 10대와 20대의 마약사범 증가폭이 가장 컸다. 10대 마약사범은 2016년 81명에서 2021년 309명으로 5년 만에 3.81배로 늘었다. 20대의 경우 같은 기간 1327명에서 3507명으로 2.64배 많아졌다.
마약 종류별로 보면 향정신성의약품인 필로폰 압수량은 2016년 1만579g에서 2021년 6만5605g으로 6.2배로, 엑스터시 압수량은 같은 기간 2601정에서 1만6778정으로 6.45배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