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그룹 1천조 투자보따리 '먹구름'
이자부담 커지고 실적 악화 우려 … 3분기 경기전망 '급랭'
고환율·고금리·고물가 등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윤석열정부 출범후 국내 기업들이 밝혔던 대규모 투자계획이 얼마나 실행될지 주목된다. 이미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등은 대규모 투자계획을 전격 보류하거나 전면 재검토에 착수했다.
지난달 30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국내 대기업 1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년 하반기 국내 투자계획' 설문조사 내용을 보면 이런 분위기가 명확히 감지된다.
조사결과 응답 기업의 28%는 상반기 대비 하반기 투자 규모를 축소하겠다고 답했다. 투자 축소 이유로는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 금융권 자금조달 환경 악화, 글로벌 경기침체 등을 꼽았다.
앞서 국내 10대 그룹들은 윤석열정부 출범 직후인 5월 하순 1000조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그룹별로는 △삼성 450조원 △SK 247조원 △현대차 63조원 △LG 106조원 △롯데 37조원 △포스코 53조원 △한화 37조6000억원 △GS 21조원 △현대중공업 21조원 △신세계 20조원 등이다.
이들 10대 그룹이 향후 5년 내 투자하겠다고 밝힌 금액총액은 1055조6000억원에 이른다. 2021년 국내총생산(GDP) 2057조원의 절반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다. 올해 정부 본예산은 607조7000억원이다.
이중 국내 투자계획은 전체의 87%인 928조원으로 파악됐다. 또 이들 10대 그룹은 5년 동안 38만7000명을 고용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하지만 최근 그룹들은 짙은 고민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한국은행이 '빅스텝'(기준금리 0.5%p 인상)을 단행하면서 투자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이자가 계속 올라갈거라고 생각해 투자를 지연하는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모 그룹의 재계담당 임원은 "실적이 예상보다 안좋은데 금리마저 너무 올랐다"며 "당초 발표한 투자계획을 이행하려면 자금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이자부담이 너무 늘어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재유행과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도 기업들에겐 큰 부담이다. 또 3분기부터는 반도체 가격 하락 등으로 본격적인 경기둔화가 우려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전국 2389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3분기 경기전망지수(BSI)'도 79로, 2분기 96보다 17p 떨어졌다. 이 지수가 100 이상이면 직전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이고, 100 이하면 그 반대다.
3분기 소매유통업의 경기전망지수(RBSI)는 전분기 대비 15p 하락한 84로 나타났다. 하락폭은 2010년 이래 코로나 충격(2020년 2분기, -22p)에 이어 두번째로 컸다. 경제활동 재개로 살아나던 유통업 체감경기가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관련기사]
▶ 경기침체 우려에 국내외 기업 긴축경영
▶ 미국 빅테크 기업들도 몸 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