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반도체 최종 종착점, 뉴로모픽 반도체
인간 뇌 동작 모방해 현존 컴퓨터 한계 넘는다
뉴런과 시냅스처럼 정보처리 … 연산과 저장 한꺼번에 해결
25일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에 따르면 세계 각국과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AI)반도체 경쟁이 치열하다.
AI를 모든 산업 영역에서 활용하면서 AI반도체 수요가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어서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AI반도체 시장이 지난 2020년 331억4800만달러에서 2025년 767억7000만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나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2030년 시스템반도체 시장에 AI반도체 비중이 33%를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초저전력으로 구동 가능 = AI반도체 가운데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이 뉴로모픽(Neuromorphic)반도체다.
AI반도체 시장은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중심으로 초기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업계에선 앞으로 신경망처리장치(NPU)를 거쳐 뉴로모픽반도체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한다.
NPU는 인공신경망 구조에 특화되어 GPU 대비 저렴하고 전력효율ㆍ발열성능이 우수해 GPU와 경쟁이 시작되는 단계다. 영국 그래프코어 등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2세대 NPU 개발이 활발하다. 구글 테슬라 등 빅테크 기업은 자체 칩 개발ㆍ활용 단계다.
3세대 뉴로모픽은 학계ㆍ선도기업 중심으로 기초연구를 진행하거나 기술력을 축적중이다. 인텔은 지난해 연구용 뉴로모픽 칩 '로이히'를 발표했다.
오늘날 대부분의 컴퓨터는 연산을 담당하는 영역(CPU, GPU 등)과 데이터를 저장하는 영역(메모리)이 물리적으로 분리되어 있는 '폰 노이만 구조'다. 헝가리 출신 과학자 '폰 노이만'이 고안했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폰 노이만 구조는 중앙처리장치(CPU)가 메모리로부터 명령어를 불러와서 실행하고, 그 결과를 다시 기억장치에 저장하는 작업을 순차적으로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CPU와 메모리간 주고받는 데이터가 많아지면 작업 처리가 지연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특히 AI연산과 같이 대규모 데이터와 복잡한 연산일수록 오랜 시간이 걸리고, 데이터 처리에 막대한 전력을 소모한다.
뉴로모빅반도체는 인간의 뇌 신호 처리를 모방한 구조를 갖고 있는 반도체로 기존 컴퓨터 한계를 넘어서게 해준다.
인간의 뇌는 1000억의 신경세포(뉴런)과 100조개 이상의 시냅스가 병렬연결 된 형태로 정보를 처리한다. 이 과정에서 고도의 판단을 순식간에 내리지만 사용하는 에너지 소모는 20와트(W) 수준으로 매우 적다.
뉴로모픽반도체는 연산과 데이터 저장을 하나의 칩 안에서 해결했다는 측면에서 '프로세싱 인 메모리'(PIM)와 같지만 뇌 신경망 구조를 활용했다는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PIM에 비해 한 차원 진화한 기술이다. 뉴로모픽반도체 내 소자는 인간 뇌의 뉴런(연산), 메모리는 시냅스(기억) 역할을 담당한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은 "뉴로모픽 반도체는 기존 컴퓨팅 구조의 한계를 뛰어넘는 AI반도체 시장의 게임체인저"라며 "인간의 두뇌활동처럼 이미지 영상 소리 냄새 등 다양한 데이터를 동시다발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외 AI반도체 개발경쟁 치열 = AI반도체 개발 경쟁은 국내외 주요 IT기업을 비롯한 모두 뛰어들 정도로 치열하다.
국외에선 전통 강자인 엔비디아를 비롯해 인텔 AMD 퀄컴 등이 속도를 내고 있다. 여기에 IBM 애플 구글 테슬라 등 빅테크 기업들도 개발 열기가 뜨겁다.
우선 엔비디아는 지난 5월말 대만에서 개최한 '컴퓨텍스 2022'에서 △엔비디아 그레이스 CPU 슈퍼칩 △엔비디아 그레이스 호퍼 슈퍼칩 등 두 종류의 칩을 공개했다.
이들 CPU 슈퍼칩은 2023년 상반기부터 에이수스 폭스콘 기가바이트 슈퍼마이크로 등의 서버제품에 장착될 전망이다.
인텔은 자회사인 하나랩스가 지난 5월 기술 발전과 차기 전략을 공개하는 '인텔비전컨퍼런스'에서 AI 학습용 프로세서 '가우디2'와 추론용 프로세서 '그레코' 공개했다. 하나랩스는 인텔이 2019년 약 20억달러에 인수한 스타트업이다. 가우디2 프로세서와 그레코 프로세서는 AI 딥러닝 처리 역량을 대폭 개선했다. 회사측은 두 제품이 경쟁제품인 '엔비디아 A100' 대비 2배 높은 자연어처리 학습성능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애플은 6월초 개최한 개발자대회(WWDC)에서 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신경망처리장치(NPU), 메로리 등을 하나의 칩으로 통합한 고성능 시스템반도체 M2를 공개했다. M2는 전작인 M1 대비 18% 향상된 속도의 CPU, 35% 강력한 수준의 GPU, 40% 향상된 속도의 뉴럴엔진 장착, 50% 확장된 메모리 대역폭 등을 갗췄다.
이 외에 구글은 지난달 머신러닝 전용 프로세서 TPU 4세대 제품을 발표했다.
국내에서는 통신사를 중심으로 AI반도체 개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2020년 국내 최초로 AI반도체 '사피온 X220'을 선보인 후 차기작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내년 초에 사피온 X330, 사피온 X340, 사피온 X350 등 3종을 출시할 계획이다. 2025년에는 SK하이닉스와 협력한 사피온 X430을 선보일 예정이다.
KT는 이달 초 AI반도체 설계전문회사(팹리스) 리벨리온에 300억원 투자를 발표하며 AI반도체 개발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KT는 AI알고리즘 연산에 최적화된 신경망처리장치(NPU)를 개발해 모빌리티, 금융 디지털전환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LG전자도 지난 2019년 가전제품에 범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AI칩을 선보였고, 내년 출시를 목표로 새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