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고 파업했더니 손해배상으로 탄압”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고소 규탄
시민단체 ‘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
“이대로 살 순 없지 않습니까”라며 51일간 전개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이 노사의 극적인 합의로 끝났지만 대우조선과 정부의 ‘법과 원칙’ 후폭풍이 거세다. 이에 노동시민단체들이 “살고 싶다고 했더니 죽으라 하는가”라며 형사처벌 손해배상 중단을 촉구했다.
‘비정규직이제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비정규직공동투쟁)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고소와 손해배상 탄압, 윤석열정권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은 조선산업에 만연한 불법 다단계 고용구조의 문제점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22일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하청지회)와 22개 하청업체 대표자들로 구성된 ‘대우조선 사내협력사 협의회’가 노사합의를 체결한 지 불과 3시간여 만에 법무부·행정안전부·고용노동부 장관들은 합동담화문을 통해 “정부는 이번 불법점거과정에서 발생한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법과 원칙에 따른 대응’은 사실상 손해배상 등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15일부터 진행된 하청업체 노사협상에서 막판 민형사 면책 조항과 관련해 법과 원칙을 중요시하는 윤석열정부의 분위기가 협상을 지연시킨 걸림돌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지욱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28일 “사실상 22개 하청업체는 민형사적 책임을 제기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문제는 원청인 대우조선”이라고 지적했다.
비정규직공동투쟁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으로 총 8000여억원의 피해를 입었다며 하청지회를 업무방해혐의로 고소했다. 경찰은 하청지회 집행부에 대해 체포영장 신청했다가 기각된 후에도 김형수 하청지회장 등의 핸드폰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고용부 통영지청도 하청지회를 노조법 42조 1항의 점거 관련 조항 위반혐의로 조사 중이다.
비정규직공동투쟁은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른 원하청 관리자들에 대해서는 어떠한 조치도 없이 방치하더니, 비정규직 노동자의 점거파업에 대해 업무방해죄 외에도 노조법 42조1항 위반을 적용하겠다는 것은 윤 정부의 강도 높은 탄압의지를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대우조선의 불법행위와 편파적 법집행은 국회에서도 논란이 됐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용인시정)은 27일 국회에서 진행된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대우조선 사측 불법행위를 나온 것만 추려도 6가지가 넘는다”며 “대우조선 사측 불법엔 왜 한마디 없나”고 이상민 행안부 장관 등에 따졌다.
이 의원은 “만약 처음부터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노사 똑같이 불법행위 좌시하지 않겠다고 얘기했으면 과연 파업이 이렇게 끝났겠냐”며 “이런 것을 보고 편파적 법치주의라고 한다”고 비판했다.
판사출신인 이 의원은 대우조선의 불법행위를 구체적으로 △흉기협박 △집단폭행 및 집단손괴 △고공작업시 안전망 미설치 △임금체불 △부당노동행위 중 노조가입 이유 불이익과 교섭거부 등을 꼽았다.
참석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빼앗긴 임금 30%의 원상회복과 ‘노조 할 권리’ 인정을 요구하며 싸워 온 조선소 하청노동자들의 투쟁은 그 자체로 정당하다”며 “정부와 기업은 ‘국가 경제’ ‘기업 매출’에 손실을 야기했다는 이유로 노동자들의 보편적 권리를 함부로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더 이상 권리를 주장할 수 없도록 민형사상 책임을 물어 경제적 물리적으로 속박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정규직공동투쟁은 “다단계 고용구조를 양산하고 방치한 조선산업 ‘진짜 사장’들과 정부는 그동안의 숱한 불법행위에 대해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라고 되묻고 “살기 위해 투쟁에 나선 대우조선 하청노동자들을 형사처벌과 손해배상으로 죽이려는 행위를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