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주민 힘합쳐 복지그물망 더 촘촘히

2022-09-07 10:37:08 게재

도봉구형 '약자와의 동행' 시동

'명예사회복지공무원' 활약 톡톡

# 서울 도봉구 쌍문1동 한 편의점. 매일 술을 사가는 남성을 관심 있게 지켜보던 점주가 동주민센터에 '위기 주민' 신고를 했다. 공무원과 통합사례관리사가 가정방문을 해 살펴보니 당뇨와 알코올중독 우울증이 겹친 상태였다. 남성은 두달 전 양어머니가 사망한 이후 하루 한끼 해결도 어렵다고 했다.

# 인근 방학2동의 한 주민. 자주 왕래하던 이웃에 복지상담을 권했다가 '신분증이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구에서 확인해보니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주민등록번호 없이 평생을 지내온 여성이었다. 77세라는 나이도 추정일 뿐이었다.
오언석 도봉구청장이 이달 초 이웃이 발굴한 위기가구를 방문한 뒤 공무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도봉구는 이달부터 공공과 주민이 협업해 복지 그물망을 더 촘촘히 하는 도봉형 약자와의 동행에 시동을 건다. 사진 도봉구 제공


7일 도봉구에 따르면 이달부터 '도봉형 약자와의 동행'을 본격화한다. 공공 안전망은 더욱 촘촘히 하고 주민과 지역사회 관계망을 두텁게 해 복지사각지대를 최소화한다는 취지다. 구 관계자는 "민관이 협력해 이웃을 살피고 문제해결을 돕는 약자와의 동행체계를 마련했다"며 "공공과 주민이 함께 지역사회 변화와 성장을 선도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변화된 복지환경을 재정비하고 분야별 취약계층 발굴과 지원에 집중한다. 홀로 외롭게 삶을 마감하는 고독사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주민들부터 나섰다. 다양한 주민들을 자주 접하는 편의점 미용실 약국 배달 등 생활밀착형 업종 종사자를 비롯해 복지통장과 주민단체 회원 등이 '명예 사회복지공무원'이 된다. 6월 현재 854명을 위촉해 일상 속 위기가구 발굴·신고에 힘을 보태고 있다.

오언석 구청장도 동참했다. 지난 1일 도봉2동 고시원에 거주하는 40대 1인가구와 빌라 지하에 사는 70대 홀몸노인, 방학1동 임대주택 주민인 70대 노인부부를 잇달아 찾았다. 생계 의료 주거 등 공적 지원을 연계했지만 더 부족한 부분이 없는지 살피고 특히 명절을 앞두고 한층 외로운 마음을 챙기기 위해서다. 생활밀착형 복지체계가 제대로 가동되는지 직접 살핀다는 취지도 있다.

오 구청장은 이웃 제보로 공공과 연계돼 위기를 넘긴 주민들 목소리를 직접 듣고 민관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문 앞에 빈 술병과 공공요금 독촉장이 쌓이는 이웃, 사회·경제적으로 고립돼 지원이 절실한 주민을 공공·전문기관에 연결하는 작지만 의미 있는 실천이 바로 복지사각지대 발굴"이라고 강조했다. 오 구청장은 "사명감이 있어야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이웃을 돕고자 하는 마음과 작은 실천만 있으면 누구나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구는 도봉형 약자와의 동행을 본격 가동하면서 생활밀착형 업종 종사자 가운데 명예 사회복지공무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현재 169명에서 두배 가량인 315명까지 늘어나면 총 활동 주민은 1000명에 달한다.

주민들은 특히 각종 지원제도를 모르거나 주민등록지와 실거주지가 달라 사각지대에 놓인 사례 등을 적극적으로 제보하게 된다. 역량강화 교육, 우수 활동가 포상, 1365 자원봉사활동 시간 부여 등 인센티브도 계획 중이다.

동시에 동사회복지보장협의체 활동도 강화한다. 동별 특성에 맞게 복지공동체를 운영하며 위기가구 지원을 보다 원활하게 한다는 구상이다. 명예 사회복지공무원으로 활동할 주민들을 발굴하고 교육·관리하는 일도 협의체 위원들 역할이다.

오언석 도봉구청장은 "도봉형 약자와의 동행 첫 걸음을 계기로 소외된 이웃들 삶을 살피고 복지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적극 점검하겠다"며 "선한 영향력이 지역 곳곳에 퍼져 복지사각지대 없는 도봉구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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