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뜨거워지는 지구, 빨라지는 부모님 시계
설 명절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또다시 대한민국에 폭탄 발언을 날렸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석탄발전 관련 행사에서 우리나라는 물론 여러 국가와 미국산 석탄 수출을 늘릴 무역 합의를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특유의 과장된 화법인지, 실제 합의인지는 불분명하지만 한가지는 확실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후변화 부정론자’라는 사실 말이다.
기후변화 인정 여부와 관계없이 한가지 사실은 명확하다. 바로 원인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와 관계없이 지구 온도는 계속 상승하고 이로 인해 생명체들은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기후변화가 성장속도와 수명, 그리고 노화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연구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뤄져왔다. 물고기와 같은 외온동물의 성장률은 온도에 따라 달라졌고 이는 장기적으로 수명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과학적으로 밝혀졌다. 온난화로 성장이 가속화되면 개체의 생애 전략에도 영향을 미쳐 잠재적으로 수명이 단축될 수 있다. 이러한 경향은 물고기뿐만 아니라 새나 다른 포유류들에게도 유사하게 나타난다는 것이 다른 연구들에서도 보고되고 있다.
더욱이 열스트레스가 인간 노화를 촉진한다는 연구 결과들도 잇달아 나온다. 실제로 56세 이상 미국 성인 3686명을 분석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피닉스처럼 온도와 습도를 결합한 체감온도가 32℃ 이상의 날이 연간 절반 이상인 지역 거주자들이 시애틀 같은 상대적으로 시원한 지역 거주자들보다 생물학적으로 약 14개월 더 노화가 빨랐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이러한 영향은 흡연이나 과음으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점이다.
이 글에서 거창하게 각종 과학적 연구 결과들을 나열한 건 기후변화 부정론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가 아니다.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함께 할 시간이 줄어들고 있는 내 주위의 소중한 사람들과의 따뜻한 추억을 만드는 일만큼 소중한 것도 없다는 사실을 재확인하기 위해서다.
이번 주말부터 사실상 민족 최대의 명절 설 연휴가 시작된다. 오랜만에 만날 부모님의 얼굴은 자식에 대한 걱정만큼 주름도 더 깊어졌을 것이다. 그 주름은 세월만이 아니라 더워진 지구가 새긴 것일 수 있다. 그리고 그 속도는 지금 이 순간에도 빨라지고 있을지 모른다.
지구온난화가 멈추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뜨거워진 지구가 우리에게서 빼앗아가기 전에 그 주름진 손을 잡을 수는 있다.
이번 설 명절,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온기를 나눠줄 수 있기를 바란다. 그 따뜻함이 개인을 넘어 온 사회로 퍼져나간다면 비록 인류 미래가 불확실하더라도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늘릴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