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30년 독재자 5명, 아프리카를 망치는 착취의 구조

2026-02-13 13:00:22 게재

독재자의 ‘착취’는 국민으로부터 권력과 부를 수탈하기 때문에 국가를 망친다. 202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에스모글루 교수와 로빈슨 교수는 저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특정 국가가 가난한 이유는 지리적·문화적 요인이 아니라 착취적 권력자가 빈곤을 조장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지도자의 실수나 무지로 인해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의도적’이라는 것이다.

노예 식민지배 억압을 겪은 아프리카 국가들은 독립 이후 독재 내전 부패 기아 질병의 고통에 여전히 시달리고 있다.

15억명 인구의 아프리카 54개국 중 절반에 해당하는 27개국이 독재국가이며, 30년 이상 독재자가 군림하는 나라가 5개국이다. 전 세계를 통틀어 7개국에서 30년 이상 1인 독재가 행해지는 상황에서 그 대다수가 아프리카인 셈이다.

지난해 10월 8선을 한 카메룬 대통령 비야는 92세 최고령으로 44년째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새 임기 7년을 다 채우면 99세로 무려 50년 독재를 하게 된다.

81세로 40년째 집권중인 우간다 무세베니 대통령은 지난달 대선에서 7선에 성공했으며, 83세의 적도기니 오비앙 대통령도 집권 47년차다.

민주주의가 독재의 도구로 전락

국제인권단체 ‘프리덤 하우스’는 아프리카를 ‘후퇴하는 민주주의’로 규정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는 아프리카에서 민주주의가 퇴행하는 가장 큰 이유로 똑똑한 권력자들이 민주적 선거제도를 정권연장의 도구로 삼아 대놓고 눈속임을 거듭하며 ‘합법적 독재’를 이어나가는 데 있다고 분석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민주주의가 독재 정당화 수단으로 전락한 것이다. 선거 시스템을 악용한 이른바 제도에 의한 독재정권은 정치적 안정이라는 미명하에 저마다 배후에서 경제적 이득만을 쫓는 서구 강대국들과 결탁해 국민을 볼모로 민주주의의 허점을 파고든다.

결국 권위주의 체제로 인한 경제·사회적 불평등과 빈곤에 지친 민중들은 힘으로 이들을 장악해 일시적이나마 희망의 불씨를 던져주는 군부 쿠데타에 매력을 느끼게 된다.

최근 벌어진 쿠데타 양상은 이러한 군중의 심리를 잘 반영한다. 수단 말리 기니 차드 니제르 가봉 베냉 등에서 최근 6년 동안 총 10건의 쿠데타가 발생했다. 아프리카에서는 1950년대부터 1990년대 초까지 200건 이상의 쿠데타가 일어났고 절반가량이 성공했다.

전 세계 쿠데타 중 70%가 아프리카에서 벌어졌으며 아프리카 45개국이 최소 한 번의 쿠데타를 경험했다.

세네갈 출신 언론인 우스만 은디아예는 지난해 7월 출간된 저서 ‘민주주의에 맞서는 아프리카’에서 식민제국주의 이전의 아프리카 역사를 고려한 아프리카식 민주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식민시대 훨씬 이전부터 아프리카에는 엄연히 민주주의가 존재했음에도 고유의 역사·문화적 특성을 완전히 무시당한 채 서구열강들의 힘겨루기에 따라 무차별적으로 영역표시가 이루어져 결과적으로 끊임없는 내전의 고리가 만들어졌고, 1960년 독립이 시작된 이래 서구식 민주주의가 덧발라진 채 권력의 야욕에만 사로잡힌 착취 정치가 횡행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프리카 1만여 개의 정치적 단위체이자 공동체는 40여 개의 식민지로 재편되어 결국 내전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 독립 이후 아프리카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여러 국가에서 똑같은 불행이 무수히 반복된다는 점이다.

부패한 권력자들은 불안한 국내정세와 극심한 경제난을 빌미로 강한 리더십을 내세우며 풍부한 지하자원을 강대국들에게 수탈당하는 대신 정권을 보장받는 어리석음을 되풀이하고 있다.

아프리카 민주주의 향상을 목표로 설립된 비정부기구 ‘모 이브라힘재단’은 최근 발표된 보고서에서 아프리카 거버넌스 지수가 10년 전보다 후퇴했으며 아프리카 국가 2/3가 해당된다고 지적했다.

외세가 아닌 내적 단합이 답이다

그래도 분명 희망은 있다. 카메룬의 청년층은 지난 대선을 ‘도둑맞은 선거’라며 봉기했고 앙골라 케냐 등에서도 민주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결국 민주주의는 외세의 도움이 아니라 독재자에 속지 않는 국민들의 내적 단합을 통해서 구현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국가 고유 주권도 아랑곳하지 않는 힘의 논리가 만연한 국제관계 속에서 아프리카에 정작 필요한 모델은 국가의 밝은 미래를 염원하는 민주주의 쟁취 경험이 아닐까.

유복렬 전 카메룬대사 프랑스 캉대학교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