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AI시대 직업교육 설계는 있나

2026-02-13 13:00:01 게재

세계가 온통 인공지능 열풍에 빠져들어가고 있다. 새로운 인공지능 기술이 속속 등장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데이터센터나 전력망 확충에 열을 올린다. 이런 열풍 덕분에 반도체를 비롯한 일부 산업은 큰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재명정부 들어 인공지능 활성화에 힘을 쏟고 있다. ‘세계3강’이 목표라고 한다. 김대중정부가 인터넷을 적극 보급시켜 한국의 디지털경제를 전면 개화시켰던 전례를 따라가려는 것 같다.

그런데 이런 열풍이 한국과 세계를 어디로 끌고 갈지 사실 아무도 모른다. 모두가 당장 필요하다고 여기고 이익이 된다고 믿기에 경쟁에 뛰어든다. 그 결과 사회가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지 정말로 예측하기 어렵다.

인공지능 도입으로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

곳곳에서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선은 인공지능 도입으로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다. 인공지능을 제대로 다룰 수 있는 고소득층과 소외된 저소득층 사이의 격차가 지금보다 더 커질 것이라는 우울한 예측이다.

인공지능으로 말미암아 어떤 일자리가 줄어들고 어떤 일자리가 늘어날지 알 수 없다는 점도 염려된다. 회계사 선발축소 우려는 이미 불거졌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변호사나 대학교수 등도 필요 없을지 모른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학의 컴퓨터공학과 어린이 코딩교육도 무의미해질지도 모른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밖에 많은 직종이 사라지거나 수요가 현저하게 줄어들 가능성이 거론된다. 괴담 같아 보이는 이런 전망 가운데 어느 것이 어느 정도 현실화될지 말해주는 사람도 거의 없다.

이재명정부 들어서 구성된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는 지난 10일 국무회의에 ‘대한민국 인공지능 행동계획’을 보고했다. 모두 99개 행동과제와 326개 정책권고가 담겨 있다. 여기에는 AI고속도로 구축과 기술 및 인재 확보 등 생태계 조성, 산업 및 국방 문화 행정 등 각 분야의 AI 대전환 등 다양한 과제가 제시돼 있다.

그렇지만 양극화 등 한국사회에 가져올 여러 충격과 변화에 대비하고 준비하기 위한 처방은 별로 안 보인다. AI기술을 다룰 인재양성 계획은 있지만 사회변화와 직업수요 변화에 대한 성찰은 보이지 않는다. 한마디로 직업교육에 대한 비전은 없어 보인다.

국민들에게 AI기술 확대에 따른 정부와 산업의 변화에도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더 큰 관심은 어떤 직업이 없어지고 새로 생기는지가 더 중요한 문제이다. 자식을 키우면서 어떤 분야로 진출시켜야 할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이에 대한 대답을 듣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국가인공지능위원회가 내놓은 ‘행동계획’을 보면 별로 도움 되지 않는다. 지금 단계에서 인공지능위원회에 기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앞으로 인공지능 도입이 본격화되고 사회 곳곳에 뿌리내릴 때까지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 역할은 차라리 다른 기관이 맡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국가교육위원회 같은 곳이 있다. 교육부가 대학입시나 초중등 교육에 관한 일상적인 정책들을 맡고 있지만, 원대한 인재양성 구상은 약하다. 이럴 때 국가교육위원회가 AI전환 시대에 어울리는 교육과정을 다시 설계하고 바람직한 인재육성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교육부는 물론이고 고용노동부 등의 부처와 교육개발원이나 노동연구원 등 산하기관과 협조하면 가능한 일이다.

AI전환 시대 교육과정 다시 설계하고 바람직한 인재육성 방향 제시해야

국가교육위원회는 문재인정부 시절 설립된 이후 지금까지 한 일이라곤 별로 없다. 애초부터 옥상옥이라는 인상이 강했다. 더욱이 최근 원장이 김건희 여사에게 ‘선물’을 주고 선임됐다는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이런 의문은 더욱 짙어졌다.

지금이라도 이런 어두운 이미지를 씻어내고 정말로 필요한 일을 하면 된다. 인공지능위원회와는 별개로 스스로 발벗고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국민의 세금만 축낸다는 의구심만 증폭된다.

설립된 이후 이렇다할 역할을 못하기는 공직비리수사처(공수처)와 비슷하다. 이 밖에도 쓸모를 별로 인정받지 못하는 기관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 기관은 AI전환 시대에 필요한 역할을 찾아 나서야 한다. 어떤 기관이든 존립이유는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것이다.

차기태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