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은행, 홍콩 ELS 과징금 1.4조…분쟁조정 민원 600여건 남아

2026-02-13 13:00:20 게재

은행권 불완전판매 제재·배상 마무리 수순

금감원, 분쟁 사건 배상비율 재검토 진행

은행·투자자 합의 못하면 결국 소송 갈 듯

MBK 제재심 내달 초로 미뤄지며 비판 커져

금융감독원이 은행권의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1조4000억원대의 과징금 부과를 결정했다. 금감원은 1조9000억원대의 과징금을 사전 통지했지만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약 26% 줄어든 것이다. 과징금은 금융위원회에서 최종 확정된다.

12일 금감원은 홍콩ELS 불완전판매와 관련한 3차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NH농협은행·SC제일은행에 대해 기관경고와 함께 1조4000억원대의 과징금 부과를 의결했다.

홍콩ELS 상품을 가장 많이 판매한 KB국민은행에 대해 약 8000억원의 과징금 부과 결정이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과 신한은행 각 2000억원대, NH농협은행 1600억원, SC제일은행 900억원 가량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과징금 부과액은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를 거쳐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최종 확정된다.

금감원 제재심은 홍콩ELS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개인투자자가 국민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지난달 패소하면서 다소 길어졌다. 2차 제재심에서 은행권과 금감원 검사국이 법원 판결을 놓고 공방을 벌였으며, 3차 제재심에서는 감경 요소 등을 고려해 부과기준율이 결정됐다.

은행과 증권사 12곳이 2021년 이후 판매한 홍콩ELS 규모는 19조3000억원 가량된다. 이 중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이후 판매된 금액은 약 17조1000억원으로 추산된다. 5개 은행의 판매 규모는 약 16조원에 달한다.

금소법상 과징금은 ‘수입 등’의 50% 이내에서 부과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수입’의 의미가 불분명하다는 지적에 따라, ‘수입 등’의 기준을 ‘거래금액’으로 산정한다는 원칙을 감독규정에 반영했다. 금융당국은 홍콩ELS 과징금 산정에서 ‘수입’을 ‘판매액’으로 판단했다. 약 16조원의 판매액이 모두 불완전판매됐다면 최대 8조원의 과징금 부과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불완전판매 비율을 30%라고 가정하면 법정 부과한도는 약 2조4000억원이다. 여기에 ‘부과기준율’이 적용돼 최종 과징금 부과액이 결정된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 검사·제재규정상 기본과징금 산출 부과기준율을 변경했다. 당초 부과기준율은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일 때 100%, 중대한 위반행위일 때 75%, 중대성이 약한 위반행위일 때 50%였다. 하지만 변경된 부과기준율은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의 경우 65% 이상 100% 이하, 중대한 위반행위일 때 30%이상 65% 미만, 중대성이 약한 위반행위일 때 1% 이상 30% 미만이다. 금융당국의 재량권을 보다 넓힌 것이다. 법정 부과한도인 약 2조4000억원에 부과기준율 65%를 적용할 경우 부과액은 약 1조5600억원이다. 전체 판매액 중 불완전판매 비율에 따라 과징금 산정액이 달라질 수 있고, 감경 요인을 고려하면 다소 줄어들 수 있다. 은행권이 자율배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피해자들의 합의를 이끌어낸 것이 감경 요인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홍콩 ELS 손실확정 계좌는 14만3316건으로 이중 99% 이상의 배상 절차가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이 지난해 3월 발표한 분쟁조정기준안을 토대로 은행들이 자율배상에 나선 결과다. 분쟁조정기준안은 적합성 원칙·설명의무·부당권유 금지 등 판매사의 판매원칙 위반 여부에 따라 기본배상비율을 20~40%로 정했다. 여기에 내부통제 부실책임을 고려해 은행은 10%p, 증권사는 5%p를 가중하기로 했다. 따라서 은행의 기본 배상책임은 최대 50%, 증권사는 최대 45%로 정해졌다. 분쟁조정기준안에 따른 은행들의 평균 배상비율은 약 30%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부 투자자들은 은행들이 제시한 배상비율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금감원에 분쟁 민원을 제기했다. 이들은 배상비율을 약 10~20%p 올려달라는 입장이다. 금감원은 약 600건에 대해 분쟁조정기준안에 맞게 배상비율이 산정됐는지 검토하고 있다. 은행이 배상비율을 결정한 근거 자료와 투자자들이 제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살펴보고 있다. 배상비율이 잘못 산정된 경우, 은행에 재검토 요구를 할 예정이다.

하지만 배상비율이 맞게 산정돼 민원 신청이 기각될 경우 은행의 자율배상 합의가 결렬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피해자들은 은행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상황에 따라 피해자 소송이 급증할 수 있다. 다만 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배상액이 더 커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법조계에서는 소송을 통해 법적 책임을 엄밀히 따질 경우 배상금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MBK파트너스 제재가 늦어지면서 홈플러스 사태 피해자들의 비판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7일 홈플러스 물품구매전단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연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등의 구속영장 재청구 촉구 기자회견하는 모습. 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한편 이날 열리기로 한 MBK파트너스에 대한 제재심은 3월 초로 미뤄졌다. 내부적으로 법리검토가 길어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홈플러스 물품구매전단채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논평을 통해 “이 사건은 ‘신중한 논의’라는 이름으로 시간을 흘려보낼 사안이 아니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숙고가 아니라 결단이고, 집중심리를 통해 신속하게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MBK 사안은 금융질서를 교란한 중대한 범죄행위라고 봐야한다”며 “유동화전단채 피해, 노동자 임금 문제, 협력업체 도산 위기, 회생절차 왜곡 논란까지 겹쳐 있는데, 이 정도의 사안조차 결론을 미루는 구조라면 제재심 제도는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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