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왕산 산사태 원인은 '배수관 파손'
해발 864m 지점, 배관 접합부 거꾸로 연결돼 … "다시 계곡으로 돌려주는 게 답"
지난 8월 9일에서 11일 사이 발생한 가리왕산 하봉 산사태는 배수관 파열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배수관이 파열된 곳은 연습슬로프 중간 해발 864m 지점이었다. 연결된 1500mm 배수관 이음매 부분 아래 배관이 V자로 접히면서 그 사이로 물이 분출해 산사태가 시작됐다.
배관 연결시 위쪽 배관이 아래쪽 배관 안으로 들어가도록 해야 하는데, 편의적으로 공사를 하면서 연결부위를 반대로 시공한 것도 사고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된다.
2일 현장을 확인한 이기호 한국산림기술사회 회장은 "설치된 배수관로가 수량을 감당하지 못하고 파손되면서 지면 위로 분출되어 연습코스 훼손이 시작됐다"며 "슬로프 왼쪽 돌수로 구간도 파손되면서 아래쪽으로 갈수록 세굴현상이 커지는 현상이 관찰된다"고 말했다.
고도 820m 지점에서 연습코스는 작업도로를 만난다. 여기서부터 훼손 면적과 규모가 확대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작업도로와 연습코스가 전반적으로 세굴되고 사면 아래에 묻혀있던 호박돌들이 노출되면서 큰 돌들이 물과 함께 흘러내리는 '토석류 현상'이 발생했다.
이 회장은 "지형 특성상 당초에 하봉의 주계곡으로 물이 모여서 흐르는 것은 자연적인 현상"이라며 "산사태 위험은 계곡을 메워 연습코스를 개설할 때부터 이미 생긴 것으로 이를 근본적으로 막거나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필요하다면 이곳에 사방댐이나 연속된 골막이를 설치해 계통적으로 수해를 예방해야겠지만, 이는 가리왕산 복원과정에서 별도로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가리왕산 연습슬로프 산사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나고 그해 5월 불과 30mm의 비에 산사태가 발생했다.
그때 산사태도 숙암계곡을 메워서 만든 연습슬로프에서 발생했다. 토석류가 산 아래까지 흘러내려 숙암리 주민 6가구가 대피하는 일이 벌어졌다. 당시 산림청이 실시한 안전진단 결과 슬로프 사면이 붕괴해 토석류가 흘러내리면 산 아래 호텔시설까지 피해 범위에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여름 산사태 이후 강원도는 국가예산을 받아 '수해방지사업'을 실시했다. 수해방지사업은 무너진 숙암계곡에 다시 대형 강관을 묻고 그 위에 토사를 채워넣어 슬로프를 복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큰비가 오면 무너질 계곡을 스키슬로프로 복구한 것이다.
이 회장은 "애초에 자연계곡이었던 곳에 연습코스를 만들었을 때부터 재해는 예견됐다"며 "대형 배수관을 묻어서 계곡물을 다 배제할 방법은 없다. 항구복구를 위해서는 숙암계곡을 다시 계곡으로 돌려주는 방법 이외엔 대책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