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명사 만나는 길

"22가지 효능있는 '명품 김치' 담가보세요"

2022-12-08 11:02:18 게재

지역명사와 함께 김치 담가보고 정갈한 계절밥상까지 … '명사의 맛' 느끼는 여행

남양주 이하연 지역명사

지난달 30일 방문한 경기도 남양주 이하연 명사의 봉우리김치문화원. 이곳은 전국에 5명밖에 없는 김치 명인 중 1명인 이하연 명사를 만나 김치를 잘 담그는 비법을 배우고 김치를 직접 담그는 체험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체험을 마친 다음에는 수육을 비롯해 반찬 5가지를 곁들인 정갈한 계절 밥상을 푸짐하게 맛볼 수 있다. 자신이 직접 담근 김치를 양손 가득히 가져가는 것은 물론이다. 요리에 관심이 많은 이들은 물론, 김치에 대해 좀 더 잘 알고 직접 김치를 담그는 체험을 하고 싶은 내외국인 남녀노소 누구나 방문해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이하연 지역명사가 지난달 30일 체험 참가자들에게 김치 담그는 법을 강의하고 있다. 사진 이의종


◆"기본을 지킨 최소한의 양념 중요" = 이 명사는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김치 연구를 시작해 2014년 해물섞박지로 농림축산식품부 전통식품명인 제58호로 지정됐다.

대한민국김치협회 회장이기도 한 그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동시에 직접 김치를 담그며 연구를 하고 비법을 전수해 제자들을 양성하고 있다. 국내외 다양한 시연행사를 통해 김치 맛을 선보이며 김치의 세계화를 이끄는 것도 그의 역할 중 하나다.

그는 "11월 22일이 '김치의 날'인데 이는 김치에 22가지의 효능이 있다는 의미"라면서 "김치를 직접 담가 먹는 가구가 줄어드는 가운데 누군가는 제대로 김치 담그는 법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명사는 2003년 한 뉴스를 보고 김치 연구에 처음 발을 내딛었다. 그는 "그때 강원도 지역에 폭우가 내려 고랭지 배추들이 다 쓸려내려가 배추 가격이 폭등했다"면서 "중국에서 배추를 수입한다고 하는데 우리 밥상에 김치까지 중국산이 들어오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방금 담근 김치를 들고 있는 이하연 지역명사. 사진 이의종


그 길로 그는 2억원을 김치 공장에 투자했다. 제조업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김치 공장에 투자한 그는 4~5년 동안 20억원 가까이 쓰는 등 금전적으로 큰 손해를 봤다. 이 명사는 "그런데도 김치를 손에서 놓고 싶지가 않았다. 나도 모르게 김치와 관련된 일을 계속 하고 있었다"면서 "2006년도에는 '이하연의 명품김치'라는 책을 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본격적으로 남양주에 작은 김치 공장을 인수하고 김치 연구를 시작했다. 봉우리김치문화원을 운영한 지는 15년이 됐다.

이 명사는 "요즘 사람들이 김치를 잘 먹지 않는데 공장에서 값싼 재료로 만든 김치를 먹어서 그렇다"면서 "천일염을 쓰고 젓갈도 물을 타지 않은 원액을 써야 한다. 기본을 지킨 최소한의 양념을 하면 누구나 맛있게 먹는 김치를 담글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치 담그기 체험에서는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명품 김치 담그는 법을 가르친다"고 강조했다.

이하연 명사가 준비한 배추김치 재료들. 사진 이의종


◆명사의 비법 공유에 '귀 쫑긋' = 이날 오전 11시부터 3시간여 동안 10여명을 대상으로 이 명사의 김치 담그기 시연과 함께 김치 담그기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이날 배운 김치는 △서울식 배추김치 △총각김치 △쪽파김치다. 시연을 위해 배추는 물론 무 배 갓 쪽파 미나리 등이 식탁에 가지런히 놓였다.

이 명사는 김치 담그기를 보여주며 김치의 정의에서부터 시작해 김치에 대해 다양한 설명을 해나갔다. 그는 "채소를 소금에 절인 다음에 양념에 버무려서 발효 숙성한 것을 김치라고 한다"면서 "채소 중 80%가 배추"라고 말했다.

또 김치 담글 때 적합한 배추 크기에서부터 소금의 중요성 등 비법을 풀어냈다. 준비한 배추를 들어 보이며 "이 배추는 2.5kg 정도 될 것 같은데 배추는 2.5kg에서 3.5kg 정도 되는 배추가 김치를 담그는 데 가장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금은 천일염을 써야 한다"면서 "김치를 절일 때 어떤 소금을 쓰느냐는 무척 중요하다"고 말했다.

봉우리김치문화원의 장독대와 갓 담근 김치. 사진 이의종


이 명사는 설명을 진지하게 하면서도 옆집 이웃과 대화하듯 즐거운 이야기들로 웃음을 이끌어냈다. 소소한 웃음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시연이 계속됐다.

◆직접 배추김치 담그는 체험 즐겨 = 참가자들은 시연에 앞서 각 김치들에 대한 자세한 안내 자료를 받았다. 자료에는 각 재료들의 계량에서부터 조리법이 적혀 있었다. 이 명사는 이 조리법을 토대로 배추의 양에 따라 양념의 양을 어떻게 조절해야 하는지, 각 가족들의 입맛에 따라 양념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등을 세세히 알려줬다.

참가자들은 필기를 하거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동영상을 찍으며 시연을 지켜봤다. 음식에 관심이 많은 참가자들이 많아 질문이 계속됐다.

이 명사는 배추 절이는 법을 보여준 후, 미리 준비한 절인 배추에 양념을 넣고 푸른 겉잎을 덮어 용기에 넣기까지 꼼꼼히 시연했다. 다함께 방금 만든 김치를 나눠먹으며 '명사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이어 참가자들은 직접 배추에 양념을 넣는 체험을 시작했다. 3포기 정도 되는 절인 배추에 준비된 양념을 꼼꼼하게 넣었다. 익숙하지 않을 법도 하지만 다들 정성을 기울였다.

다음으로 참가자들은 이 명사가 준비한 계절 밥상을 먹으며 음식에 대한 담소를 나눴다. 참가자들은 "표고버섯 반찬 어떻게 한 거냐"라고 이 명사에게 묻는 등 편안하고 즐거운 분위기를 이어갔다.

친구와 함께 참가한 김수경(40)씨는 "기본적인 배추 다듬는 법에서부터 시작해서 재료 손질 방법, 재료를 어떻게 같이 섞는지 등을 자세하게 설명해 너무 좋았다"면서 "김치 담그기 체험도 해볼 만하고 재미있다"고 말했다.

◆수종사·정약용 유배지도 함께 = 봉우리김치문화원에서 체험을 즐기고 계절 밥상을 맛본 다음에는 남양주의 인근 관광지로 발길을 향하는 것도 좋다.

인근 운길산에는 '종소리처럼 맑다'는 뜻을 가진 수종사가 위치해있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양수리와 남북한강 일대의 탁 트인 전경을 마주할 수 있다. 대웅전을 비롯해 팔각오층석탑 사리탑 등 문화재도 둘러볼 수 있다.

또 인근엔 정약용 유적지가 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이 유배 생활을 끝내고 노년을 보낸 집과 묘소, 기념관과 문화관이 한자리에 모여있다. 그의 생가인 '여유당'에서 검소한 삶의 태도를 느끼며 천천히 산책을 즐기는 것도 좋겠다.

봉우리김치문화원 주소: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 215-30
체험 안내 및 소요 시간: 배추김치 등 김치 담그는 법 시연과 계절 밥상, 직접 담근 김치는 포장해 제공/3시간여 소요
체험 예약문의: 031-521-9052 www.bongkimchi.co.kr
수종사 주소: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북한강로433번길 186 문의 031-576-8411
정약용 유적지 주소: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다산로747번길 11 문의 031-590-4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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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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