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22 증시결산ㅣ① 한파 불어닥친 IPO 시장
증시 침체에 신규상장 금액 전년대비 4조원 이상 줄어
대어급 기업 상장철회 잇달아 … 내년에도 우울 "상반기까지 공모시장 침체 지속 전망"
지난해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하며 뜨거웠던 기업공개 (IPO)시장에 한파가 불어 닥쳤다. 글로벌 증시 침체 여파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 받지못한 회사들은 줄줄이 상장을 철회했다. 투자자들은 시장을 떠났다. 이에 따라 코스피 신규 상장 기업은 4개사에 그쳤고 전체 공모금액도 약 16조원으로 전년대비 4조원 이상 줄었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내년 조단위 몸값을 자랑하는 기업들이 상장을 준비하고 있지만 상반기까지 공모시장 침체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스닥 신규 상장 '선방' =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2일 코스피 시장에 입성한 바이오노트를 끝으로 올해 IPO 시장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코스피 입성 기업 수는 LG에너지솔루션 수산인더스트리 쏘카 바이오노트 등 4개사에 불과했다. 지난해 16개와 비교하면 4배 이상 쪼그라든 셈이다. 리츠사도 전년 4개사에서 올해는 3개사로 줄었다.
전체 IPO 공모 규모는 약 16조1010억원이다. 지난해 기록했던 20조4500억원 대비 21.26% 하락했다. LG에너지솔루션 공모금액 12조7500억원을 제외하면 3조2510억원으로 84.10%나 빠진 액수다.
올해는 회사 기업가치가 제대로 평가 받기 어려운 환경 속에 상장 철회가 줄줄이 이어졌다. 상장 철회 기업은 △현대엔지니어링 △SK쉴더스 △원스토어 △태림페이퍼 △현대오일뱅크 △골프존커머스 △라이온하트스튜디오 △밀리의 서재 △제이오 △바이오인프라 △자람테크놀로지 총 12개사다. 이밖에도 CJ올리브영, SSG닷컴 등이 연이어 상장 계획을 연기했다.
반면 코스닥 IPO 시장은 상대적으로 선방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올해 코스닥시장에는 129개사가 신규상장하며 2002년(153사) 이후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기업 56사, 기술특례기업 28사,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 45사다. 다만 스팩(SPAC)을 제외하면 84개사로 작년 대비 7개사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특례 신규 상장사는 2005년 제도 도입 이래 지난해 31사에 이어 역대 2위 실적을 기록했다. 기술특례 상장 사전단계인 전문기관 기술평가를 신청한 기업은 80개사로 기술평가 도입 이래 역대 최대 실적기록이다.
◆"시장 눈높이 맞춰야 성공" = 올해 상장을 철회한 많은 기업들이 내년을 바라보고 있다. 다만 시장 상황은 내년에도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증권업계에선 시장과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기업들만 증시 입성에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조 단위' 몸값을 자랑하는 업체들은 내년 IPO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 대표적으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모빌리티 △LG CNS △SK에코플랜트 △CJ올리브영 등이다. 올해 상장을 철회했던 기업들도 상장 예비심사를 다시 받아 재도전할 가능성이 높다. △11번가 △오아시스 △CJ올리브영 등도 입성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증권가에선 IPO 시장 침체가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시중금리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올해 상장한 기업들의 주가 하락으로 투자금 회수를 하지 못하고 발이 묶인 기관 투자자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유진형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IPO 시장 부진은 인플레이션 위험 확대와 금리 상승이라는 매크로 변수가 주된 원인으로 금리 상승은 공모 투자자의 요구 수익률을 높이는 역할을 하기에, 이전과 같은 공모 조건으로는 투자자를 끌어모을 수 없다"며 "공모 규모가 400억원 이상인 중대형 IPO는 공모가 밴드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지 않는 이상 추진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수급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타는 소규모 IPO의 경우엔 공모에 흥행하는 사례들이 자주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연된 공급 물량과 공모 시장에 참여하는 기간과 개인의 수요 기반이 줄어든 상황에서 더욱 특정 섹터와 테마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어 종목별 양극화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올해 시장이 하락하는 중에도 소부장 기업들과 폐배터리, 로봇 분야는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상장 이후 성과 또한 상대적으로 양호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유 연구원은 금융당국의 IPO 제도 개선을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거래소는 금융위와 정책 논의를 통해 IPO 시장의 건전성 제고를 위한 제도 초안을 공개하며 새로운 정책 도입을 준비 중"이라며 "공모주 투자자 입장에서 IPO 참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제도 변경 사항인 만큼 향후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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