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대출 보상권
유명작가와 대형 출판사에 보상금 집중
대만·스웨덴 방식 국내 문학 대출 적용 … "누구에게 어떻게 도움될지 사회적 합의 필요"
최근 국내 문학 분야 공공도서관 대출건수에 공공대출보상권을 적용한 시뮬레이션 연구 '소설가들은 공공대출보상금을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가 발표됐다. 연구 결과 문학 분야에 공공대출보상권이 적용될 경우, 총 보상금액은 연간 30억원 내외(대만 방식 기준)이며 베스트셀러 작가와 대형 출판사에 보상금이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연구자들은 "공공대출보상제가 누구에게 어떤 혜택을 줄 수 있는지 더욱 상세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가별로 보상액·지급방식 차이 = 공공대출보상권이란 도서관이 소장한 도서를 이용자에게 대출할 때 해당 도서의 저작자가 보상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독자들이 책을 대출해서 읽을 때 해당 책을 구매하지 않기 때문에 저작자에게 금전적인 손해를 미치는 것으로 간주하고 이를 보상한다는 취지다.
유럽을 중심으로 전세계 35개국이 공공대출보상제를 실시 혹은 시범실시하고 있다. 다만 각국은 저마다의 상황에 따라 관련법 적용은 물론 보상금액과 방식 등에 차이를 보인다. 국내에서는 2022년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대표발의로 이를 도입하는 '저작권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됐다.
공공대출보상권 시뮬레이션 연구 '소설가들은 공공대출보상금을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는 국내 2018~2019년 문학 분야 대출건수를 대상으로 공공대출보상권을 적용했다. 각 나라마다 공공대출보상권 적용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대만과 스웨덴의 방식을 적용했다.
대출건수를 중심으로 지급하는 국가 등을 기준으로 유럽권과 아시아권에서 한 국가씩 선정했다.
대만과 스웨덴의 보상금 지급방식은 1회 대출 당 지급 보상액은 물론 지급대상 등에 차이가 있다. 대만의 경우 1회 대출 당 3신대만달러(약 127.8원)를 지급한다. 10회 이상 대출이 이뤄져야 보상금을 지급한다. 창작자에게 보상금액의 70%를, 출판사에 30%를 지급한다.
스웨덴의 경우 1회 대출 당 1.92SEK(약 251.3원)을 지급한다. 창작도서의 경우 2000회 이상 대출이 이뤄져야, 번역도서의 경우 4000회 이상 대출이 이뤄져야 보상금을 지급한다. 또 2000건 이상 대출된 경우 보상금은 20%를, 4000건 이상 대출된 경우 10%를 지급한다.
이때 창작자에게 100%를, 번역자에게 50%를 지급하며 출판사에는 지급하지 않는다. 아울러 총 보상금액의 60%만 수령하며 40%는 스웨덴 작가기금에 적립한다.
◆조정래 박경리 등 보상금 상위권 = 연구 결과 대만을 기준으로 2019년 문학 분야 대출건수에 대한 총 보상금액은 약 29억7311만원으로 나타났다. 보상금 수령 대상자 수는 △창작자 2만1863명 △출판사 4731곳 등 총 2만6594명(곳)으로 나타났다.
창작자에게 70%, 출판사에 30%가 지급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창작자 대상 총 보상금액은 약 20억7400만원이며 창작자 평균 수령액은 약 9만원으로 나타났다.
스웨덴을 기준으로 하면 총 보상금액 규모가 다소 축소된다. 2019년 총 보상금액은 약 19억1000만원으로 나타났다. 보상금 수령 대상자 수는 △창작자 2453명 △번역자 296명 등 총 2749명이다.
이중 창작자에 대한 총 보상금액은 약 17억8500만원이며 창작자 평균 수령액은 약 72만원으로 확인됐다.
나아가 연구자들은 보상금 상위 20%와 하위 80% 평균을 계산했다. 대만을 기준으로 적용할 경우 창작자 보상금 상위 20% 평균은 약 90만원으로 나타났으며 하위 80% 평균은 약 9000원으로 나타났다. 스웨덴을 기준으로 적용할 경우 창작자 보상금 상위 20% 평균은 약 226만원으로 나타났으며 하위 80% 평균은 약 30만원으로 나타났다.
상위 15위 소설가들을 보면 대만을 기준으로 2019년 문학 분야 대출건수에 적용한 결과 △조정래(1위 약 2260만원) △박경리(3위 약 1334만원) △김진명(4위 약 1315만원) △김영하(6위 약 1263만원) △박완서(12위 약 886만원) △공지영(15위 약 743만원)등으로 나타났다.
출판사의 경우 △창비(1위 약 4234만원) △문학동네(2위 약 4158만원) △비룡소(3위 약 2649만원) △사계절(4위 약 2211만원) 등이 상위권에 포진했다.
공동연구자인 김송이 연천 전곡고등학교 사서교사는 "연구 결과 작가와 출판사가 받게 될 보상금 규모의 편차가 매우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출판사와 유명작가들에게 대부분의 보상금이 지급되며 나머지 작가들과 소규모 출판사들은 거의 받지 못하거나 매우 적은 금액이 지급되는 등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났다"면서 "공공대출보상제도를 법제화하기 이전에 이 제도를 시행하는 해외 국가들의 기준을 바탕으로 좀 더 상세한 데이터를 산출하는 연구가 선행돼야 하며 이 제도의 시행이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도움이 될 것인지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공공대출보상권을 통해 창작자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기보다는 장서 10만권 이상으로 다양한 저작물을 구입할 수 있는 중대형 도서관을 추가 건립하고 장서구입 예산을 증액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한다"고 제안했다.
연구에서 공공도서관 대출 실적의 경우 공공도서관에서 수집된 자료의 개방과 공유를 목적으로 하는 '도서관 정보나루'(www.data4library.com)의 대출 실적을 기반으로 했다. 연구는 2022년 10월 전국도서관대회와 11월 포럼 문화와 도서관 '열혈 사서들의 즐거운 수다'를 통해 발표됐다. 연구자들은 향후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