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때 비판하던 '저질 공공일자리'에 매달리는 정부

2023-03-20 10:52:41 게재

지난 정부에선 "질 낮은 공공일자리, 국민 현혹" 비판

고용한파 본격화되자 고령층 공공일자리 앞장서 늘려

고령층 빼면 취업자 감소 전환 … "청년 고용정책 부재"

문재인정부 당시 "정부가 저질 일자리인 고령층 공공일자리만 늘려 국민들을 현혹하고 있다"고 비판했던 정부여당이 과거정부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다. 정부가 올해 고용사정이 좋지 않을 것으로 판단, 공공 주도 일자리를 늘려 고용지표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 기재위 조세소위 | 지난달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서 류성걸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공공일자리가 고령층 일자리 증가를 견인해 고용충격을 완화할 수 있지만, 복지성 정책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최근 정부 고용정책에는 이렇다 할 청년 고용정책이 없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고용전망도 흐림 = 20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31만2000명 늘어난 2771만4000명을 기록했다. 2021년 2월 이후(47만3000명) 2년 만에 가장 낮은 증가 폭이다.

취업자 증가 규모는 9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5월 93만5000명을 기록한 뒤 6월(84만1000명)부터 감소 추세를 보였다.

특히 연령별로 살펴보면 취업자수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2월 취업자 수 증가 폭을 연령별로 보면 60세 이상(41만3000명), 50대(7만7000명), 30대(2만4000명), 40대(-7만7000명), 20대 이하(12만5000명) 등이었다. 60세 이상이 전체 취업자 수 증가를 견인했다. 고령층을 제외하면 전체 취업자 수가 10만명 넘게 줄었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주요 기관들은 올해 연평균 취업자 수 증가 폭을 10만명 내외로 보고 있다. 박양수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장은 지난 5일 "단기변동성이 컸던 코로나19 기간을 데이터에 포함하는지에 따라 7만명에서 12만명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다시 공공일자리로 전환? = 정부는 고용 전망까지 어두워지자 공공일자리 확대를 통해 급한 불을 끄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8일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올해 일자리 예산 중 의무지출 사업을 제외한 14조9000억원 가운데 70% 이상을 상반기에 집행하겠다"며 "취약계층 생활안정을 위한 직접일자리 사업은 전년보다 1만4000명 확대해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공공일자리 확대가 고용시장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공공일자리 대다수가 고령층 일자리인 만큼 고용한파에도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꾸준한 증가 폭을 이어가고 있다. 인구수 자체가 많은 베이비부머 세대가 본격 고령층에 진입한 영향에 공공일자리에 연평균 100만명 이상을 채용해 온 것이 더해진 결과다.

실제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 10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공공 부문의 직접일자리 중 노인일자리 비율은 2019년(72.1%), 2020년(75.1%), 2021년(76.4%) 등으로 해마다 70% 이상을 상회했다.

비중도 매년 늘고 있는데 연평균 공공일자리 규모가 100만개를 소폭 웃도는 상황을 감안하면 공공일자리 중 약 70만개 이상이 고령층 일자리라는 의미다.

◆흐려지는 정책 일관성 = 하지만 공공일자리가 '민간 주도 일자리 확대'라는 정부의 고용 기조와 배치된다는 점이 도마에 오른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지속 가능한 좋은 일자리 창출'을 10대 공약으로 뽑고, 기업 성장에 의한 민간 주도 일자리 확대를 강조한 바 있다. 국민의힘은 야당 시절 "정부정책이 고령층 단기공공일자리에 집중되면서 청년고용정책이 후퇴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최근에도 윤 대통령은 기업 대표들과 만나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이고 양질의 일자리는 민간에서 나온다"고 밝힌 바 있다. 고용정책이 이같은 정부 기조와는 거꾸로 흘러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공공일자리를 제외하면 다른 뚜렷한 고용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다. 특히 현재 고용한파 충격을 가장 크게 입고 있는 청년층을 위한 고용 정책이 눈에 띄지 않는다. 20대 이하 취업자 수는 지난해 11월부터 4개월 연속 줄어든 상황이지만 인구감소에 따른 영향인지, 실제 취업난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고용 정책 기조가 바뀐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올해 직접일자리를 늘린 것은 국회의 요구였다"며 "원래 하던 사업을 갑자기 줄이긴 어려운 측면이 있고, 빈 일자리 해소 등 다른 정책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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