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은행 조기경보시스템 통해 올해 '기업 수시평가' 확대
금감원, 경기 침체에 기업 부실 커지면서 평가대상 기업 넓혀 … 금융위 '기촉법 연장' 입법 지원
채권은행들이 기업의 부실 위험을 감지하는 조기경보 모형을 개선해 거래기업을 상대로 진행하는 수시 신용위험평가를 확대하기로 했다.
건설사 등 수주산업에 대한 신용위험평가 지표를 정교화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어 올해 구조조정 기업이 증가할 가능성이 커졌다. 구조조정에 들어간 기업은 채권금융기관의 채무조정과 신규자금 투입 등을 거쳐 정상기업으로 전환될 수 있는 만큼, 금융당국과 금융권이 적극적으로 기업의 위험을 평가해서 선제적 구조조정에 나설 필요가 있다.
5일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은행들마다 자체적으로 조기경보 모형이 있어서 위험성이 큰 기업들을 추출하는 수시평가를 확대해 보다 정밀하게 진단해보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고금리 상황에서 기업 금융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금감원과 채권은행의 신용위험평가는 상반기 대기업(신용공여 500억원 이상)과 하반기 중소기업을 상대로 진행하는 정기 신용위험평가 결과가 외부에 공개된다. 수시평가도 진행하고 있지만 활성화되지는 않았다.
지난해 금감원과 채권은행은 '기업신용위험 상시평가 운영협약'을 개정해 현금성 자산 보유비율이 낮고 최근 3개월간 비은행권 대출이 10억원 이상 증가한 기업을 수시 신용위험평가 대상에 포함시켰다. 수시평가는 매년 분기말(3월 6월 9월 12월말) 신용공여액을 기준으로 평가대상기업을 선정해 5월 8월 11월 2월말까지 부실징후기업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이다.
또 지난해부터 '최근 3개월 이내 10일 이상 연체발생(연속) 기업'도 수시평가 대상에 포함됐다. 그 전까지는 '최근 3개월 이내 30일 이상 연체발생(연속) 기업'이 수시평가 대상이었지만 기준을 강화한 것이다.
◆부동산PF 부실, 건설업체·2금융권 위험 = 금감원이 올해 수주산업에 대해 보다 정밀한 신용위험평가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은 부동산 경기침체 때문이다. 통상 신용위험평가는 지난해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하지만 건설사 등에 대해서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기업 실적 악화 추세 등도 반영해 평가를 하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그동안 신용위험평가는 수주산업에 속한 기업의 특성을 평가지표에 충분히 반영을 못했고 획일적이라는 지적이 있었다"며 "업종을 특화해 반영할 수 있는 지표를 추가하면 업종이나 회사에 대한 정확한 신용위험평가가 되지 않겠느냐는 문제제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4일 발표한 올해 1분기 건설경기 지표 분석 보고서에서 "부동산PF 연체율이 증가하면서 지난해 9월 기준 연체 금액이 1조1500억원에 육박한다"며 "최근 미분양 우려로 수백억원의 손실을 감수하고 시공권을 포기하는 사태가 발생하는 등 지방을 중심으로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향후 브릿지론을 많이 취급하고 있는 증권사,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은 위험에 크게 노출될 가능성이 상당하다"며 "지난해 하반기 이후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수익성 악화 등으로 건설기업 부도가 크게 증가했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9월 기준 부동산PF 연체율은 증권사 8.2%, 상호금융 2.4%, 여전사 1.1%, 보험사 0.4% 등의 순이다. 금감원은 부동산PF 대출과 관련한 2금융권의 부실위험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건설사 등에 대해서도 채권은행들을 통해 신용위험평가를 정교화하고 있다.
◆10월 일몰 앞둔 기촉법 연장 가능성 커져 = 신용위험평가 결과 C등급을 받은 기업은 워크아웃 대상이 된다. 워크아웃제도는 올해 10월 일몰을 앞둔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기촉법이 폐지되면 워크아웃 제도를 활용한 구조조정은 진행할 수 없다.
금융위원회는 기촉법 연장을 위한 TF를 구성해 입법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최근 마무리 작업을 벌이고 있다. 기촉법 연장 법안을 준비 중인 의원들이 있어서 정부안을 추진하기 보다는 의원들의 입법 과정을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실제로 4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기촉법을 2027년말까지 연장하는 법안을 대표발의하는 등 기촉법 연장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금융위는 TF를 통해 채권금융기관들의 신규자금 지원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을 논의 중이다. 워크아웃은 법원의 회생절차(법정관리)와 비교해 구조조정 기업에 대한 채권단의 신규자금 투입이 장점으로 꼽히지만 실제로 채권단은 신규자금 보다는 채무조정에 중점을 둔 구조조정을 진행해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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