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 | 국민건강보험법 27일 본회의 상정 예고
복지위·복지부 "건보누수 차단", 제약사 "집행정지 무력화"
약가인하 집행정지 인용되면 제약사, 패소해도 재판기간 건보 받아가
"소송 남발, 대부분 제약회사 패소 … 10년간 8050억원 건보 손실"
남인순 "집행정지 따른 손익 사후정산", 전주혜 "재판받을 권리 침해"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본회의로 직회부된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의 본회의 상정이 오는 27일로 예고됐다. 이 법안은 여야 합의로 상임위를 통과했지만 제약사 등의 반발에 부딪혀 1년 이상 법사위에 묶였다. 약가 인하에 따른 제약사의 불복 재판과정에서 건강보험료가 제약사로 전가된다는 보건복지부와 국회 보건복지위의 의견과 이는 집행정지 효력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제약사·법원행정처와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 의원들의 주장이 맞서 있다.
18일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27일 본회의에 의료법, 간호법, 감염병법과 함께 국민건강보험법도 상정, 통과시키려고 한다"며 "위헌 논란에 대해서는 충분히 해소할 만한 해법을 갖고 있다"고 했다.
◆복지부 "제약사의 사법체계 활용, 건보재정 누수" = 국회 복지위에서 통과한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대안) 중 쟁점이 되는 부분은 '의약품의 제조판매자가 약가인하와 급여정지 등의 처분에 행정쟁송을 청구하거나 제기하면서 집행정지를 신청했을 때, 집행정지 결정 등에 따라 얻는 경제적 이익과 손실을 환수하거나 환급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이다.
현재는 제약사의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되면 본안소송 최종심이 끝날 때까지 고가의 약값이 건강보험료에서 빠져나가고 있다. 보건복지부 박민수 2차관은 "제약회사에 대해 약가를 조정하는 사유를 보면 대부분은 오리지널에서 제네릭(복제약)이 출시가 되면 약가를 30% 낮추도록 돼 있다. 제약사도 알고 있다"며 "이런 것에 대해서도 제약사가 집행정지 소송을 내고 본안소송 3심까지 2년 이상 사법체계의 이익을 활용해 제약사가 가져간다. 결국 건보재정이 누수가 된다"고 했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10년간 약가 행정처분 관련 행정소송은 51건이었다. 2018년 이후 소송 43건 중 42건이 집행정지 신청을 했고 이중 41건이 인용됐다. 특히 오리지널 약가인하 소송 16건 중 제조사는 모두 패소했지만 모두 소송을 제기하고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복지부는 지난해 말까지 최근 10년간 집행정지에 따른 약가인하 지연으로 발생한 재정손실은 약 8050억원으로 추정했다.
2021년 11월 24일 보건복지소위에서 홍형선 당시 복지위 수석전문위원은 "집행정지는 행정소송 본안판결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지만 그 처분의 위법성을 심리하는 것은 아니므로 집행정지 인용이나 기각에 따른 경제적 이익 또는 손실을 본안판결에 부합하게 사후적으로 정산될 필요가 있기 때문에 개정안의 내용은 타당하다"고 했다. 이에 류근찬 당시 보건복지부 2차관은 "개정안의 취지와 수석전문위원의 검토의견에 동의한다"고 했다. 소위를 넘어선 법안은 다음날인 11월 25일 전체회의에서 이의 없이 통과했다.
◆"제조업자, 소송기간 향유" = 국회 복지위는 건강보험 누수를 우려하며 '사후정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남인순 의원은 국민건강보호법 개정안(대안) 제안설명에서 "요양급여를 실시하는 약제에 대한 약가 인하 등 처분에 대해 제조업자 등이 이에 불복해 행정심판을 청구하거나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처분의 집행정지를 신청하는 사례가 최근 4년간 39건에 이르는 등 증가하는 추세"라며 "집행정지가 대부분 인용돼 심판 또는 소송에서 처분이 위법하지 않다는 재결 또는 판결이 확정돼도 제조업자들은 소송기간 동안 처분의 미집행으로 인한 경제적 이익을 향유하는 반면 소송 남용으로 건강보험의 재정손실은 수천억 원에 이를 정도"라고 했다.
홍 수석전문위원은 검토보고를 통해 "약가 인하 처분에 대한 제약회사의 재판청구권은 존중하면서도 무분별한 남소로 인한 행정력의 낭비를 경감하고 집행정지 신청의 인용으로 인한 건강보험재정의 누수를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타당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보건복지부는 "개정안에 따른 환수·환급제도는 집행정지결정의 무력화가 아닌 본안소송의 결과에 따른 사후 정산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건강보험 재정을 성실하게 관리하기 위한 취지이며, 정부가 승소한 경우 제약회사를 상대로 추가적인 민사소송을 통해 손실액을 보존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제약업체·국민의힘 의원 "강제집행정지 효력 형해화" = 법원행정처와 제약업계, 국민의힘 일부 법사위 의원들은 '위헌' 가능성을 제기했다. 법사위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법원행정처와 제약업계는 "손실 상당액을 공단에게 추징하는 개정안은 현행법상의 집행정지 제도의 취지와 상충되고, 법원의 집행정지결정의 효력을 형해화시킬 수 있으며, 이 법의 적용을 받는 약제 제조회사 등과 그 외의 회사 등을 다르게 취급함에 따른 평등원칙 위배의 소지가 있다는 점에 근거하여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내왔다. 특히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집행정지결정의 형성력 및 기속력 등 현행 행정소송 체계와 괴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 약제의 제조업자등의 재판청구권 침해 우려 및 손실 징수의 범위 산정과 관련한 재산권 침해 우려가 있다는 점, 다양한 행정처분 중 약제의 제조업자 등에 대한 조정 등에 대하여서만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이 발생함에 따른 평등원칙 위반의 소지가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지난 2022년 1월 10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는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이 "헌법상의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기 때문에 위헌"이라며 "소송법에 확립된 강제집행정지의 효력을 무력화하는 것이다. 형해화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위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위헌성이 있으니 2소위로 회부해서 신중하게 심사할 것을 강력하게 개진하는 바"라고 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우리나라가 취하고 있는 집행정지제도의 원칙에서 벗어나서는 안 되는 것"이라며 "민법상의 대원칙을 완전히 형해화시키는 제도는 곤란하다"고 했다. 결국 법안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법안소위 2소위'로 넘어갔다. 전 의원은 올 2월 22일 법사위 소위에서 "강제집행 효력을 무력화하는, 형해화하는 문제가 있는 국민건강보호법 개정안 101조2를 삭제한 상태에서 수정의결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민주당은 국민건강보험법 강행 의지가 강해 보인다. 남인순 의원은 이 법안과 관련 "일부 제약사들은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냐고 주장하지만, 이 법안은 소송결과에 따라 집행정지로 인한 손실과 이익을 사후 정산하려는 취지로 소송제기 자체를 제한하지 않으며 환수·환급제도는 행정심판, 행정소송 청구를 전제로 운영되는 제도"라며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을 무력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집행정지 결정 및 이후 본안소송 판결에 따라, 집행정지 결정에 따른 건강보험 재정손실과 집행정지 미결정에 따른 제약사 손실을 사후 정산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공적 사회보험인 건강보험 재정을 성실히 관리하고, 재정손실 발생시 이를 최소화할 의무가 있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