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 | '모든 범죄 금고 이상 면허취소' 의료법 수정될까

여당·의사협회 "의료·성·강력범죄만"에 민주당 "의사정원 확대·공공의대 설립"

2023-04-19 11:19:35 게재

민주당 "합의 안 되면 원안대로 27일 통과"

"파업, 하려면 해 보라" 강경입장 보이기도

더불어민주당은 '검찰 특권'과 비길만한 '의사 특권'을 깨야 한다는 의지가 강해 보인다. 금고이상 범죄에 대해 의사면허를 취소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27일에 강행 처리할 계획이다. 여당과 의사협회는 '일부 중대범죄'로 면허취소 범위를 축소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민주당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일부 범위를 축소한다면 지역공공의대 설립과 의사정원 확대에 동의해야 한다는 의견을 역제안했으나 의사협회는 부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김성주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복지위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된 법안을 다시 여당과 의사협회가 고치려하고 있다"면서 "당시 보건복지부도 이 법안에 동의했다"고 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2021년 2월 19일 합의 통과시킨 의료법 개정안(대안)은 금고이상의 형을 받은 의료인에 대해서는 면허를 취소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의료행위 중 업무상과실치상죄'는 예외로 인정했다.

21대 전반기 국회에서 보건복지위에 소속돼 이 법안의 상임위 통과를 지켜본 김 수석 부의장은 "의사협회의 요구 등으로 업무상과실은 뺐다"면서 "실제 금고이상의 형을 받은 의사가 많지 않고 (의협에서 말하는 범위인) 의료관련 범죄, 성범죄, 강력범죄 외에 교통사고, 사기, 폭행 정도를 빼기 위해서 이렇게 반발하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민주당 "형평성 중요" = 복지위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 간호사 등의 면허취소 사유로 '모든 범죄에 대한 금고이상의 형'으로 정하면서 변호사 세무사 변리사 법무사 회계사 등 다른 전문직종과의 형평성을 들었다. 복지위 전문위원 검토보고서는 "변호사, 공인회계사, 세무사, 변리사, 법무사 등의 경우 결격사유를 현행 의료법뿐만 아니라 개정안에 비해서도 매우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며 "근거 법률에서 형사범죄의 종류에 제한없이, 금고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선고유예까지 포함) 일률적으로 결격사유 및 등록취소(제명)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해외사례를 보면 독일 영국 프랑스 등의 경우 범죄대상에 대한 일률적 제한없이 직무수행과의 직간접적 관련성 등을 고려해 면허취소(또는 직업활동 금지)를 결정하고 일본의 경우 일반대상에 제한없이 '벌금이상의 형에 처해진 사람'에 대해 면허취소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했다.

또 복지위는 면허취소 기준이 과거에도 '모든 범죄의 금고이상 형'으로 규정한 바 있었다는 점을 주목했다. 강도태 당시 보건복지부 2차관에 따르면 1973년에는 '범죄 구분없이 금고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로 대상을 넓혔고 1988년에는 '국가보안법이나 형법, 보건의료 관련 범죄의 금고이상 형'으로 축소됐다가 1994년에 다시 '범죄 구분없이 금고이상의 형'으로 확대됐다. 2000년에는 '형법상 직무관련 범죄 및 보건의료 관련 범죄'로 축소됐다. 당시엔 '의약분업' 논란으로 의사들의 파업 압박이 컸던 상황이었다. 20대 국회에서도 이와 관련한 법안을 제출한 남인순 의원은 2021년 2월 18일 보건복지소위에서 "과거의 역사를 짚어보면 과거에는 금고형 이상의 모든 범죄가 적용이 됐다가 중간에 바뀐 과정이 있었는데 이걸 다시 돌려놓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라고 했다.

◆의협 "의사, 변호사와 다르다" = 병원협회나 의사협회 등의 반대로 2년이상 법사위에 잡혀 있던 의료법에 대해 의사협회 법제이사는 지난 2월 22일 법사위 소위에서 "면허를 줄 때도 굉장히 엄격한 요건 하에 면허를 주는데 그것을 또 취소할 때에 있어서도 그에 상응할 만한 비난 가능성이 있을 때만 면허 취소함이 타당하다. 그렇지 못한 점에서 과잉금지 원칙 위반이 있다"면서 "법조인의 경우에는 담당하는 사무의 범위가 굉장히 포괄적이고 도덕적 판단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포괄적인 제한이 가능하지만 의료인이나 의료기사 같은 경우에는 업무 범위가 한정돼 있고 기술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에 달리 봐야 된다.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은 이날 "이 법안은 복지위에서 검토해서 여야 합의로 통과가 된 안건"이라며 "이 법의 적용을 받는 의료인에는 통상 의사만 주로 떠올리지만 의사 외에도 간호사 조산사 등이 포함된다"고 했다.

조정훈 의원은 "의사분들은 생명을 다루는 것이기 때문에 범죄 유형이 생명과 인간에 대한 존엄성을 훼손한 경우는 (면허 취소의) 예외 없다, 억울할 여지도 없다"며 의사협회에 "음주운전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전성훈 의협 법제이사는 "바로 의견 드리기는 ……", "과실범은 기본적으로 ……"라고 했다. 조 의원은 "음주운전은 생명에 대한 존중이냐"고 따지자 전 이사는 "존중이 부족한 행동"이라고 했고 조 의원은 "음주운전은 반드시 의료자격 박탈"이라고 했다.

◆협상은 어디까지 = 민주당은 27일 본회의에서 의료법을 원안대로 통과시킬 예정이다. 김성주 수석부의장은 "현재 협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의사협회에서 의료법 통과를 놓고 파업한다고 하는데 하려면 해보라"고 했다. "의사들이 특권의식을 깨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의사협회의 의견에 따라 중범죄 등에 대해서만 면허 취소하는 것으로 하려면 국민들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하므로 의사정원 확대와 지역 공공의대 설립에 대해 동의해줘야 한다고 했는데 수용하지 못하겠다고 하더라"면서 "정부에서 지역 의료인력 부족을 채우겠다고 하는 데 의사협회는 필수분야로 한정하고 수가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은 더 이상 양보할 게 없다"며 강행 처리 의지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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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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