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장애 대처법

호흡·명상으로 죽을듯한 공포 이겨낸다

2023-04-25 11:01:36 게재

고르고 긴 숨쉬기, 긴장완화 효과 … "발작요인 파악하고 대응하면 회복 어렵지 않아"

특정한 혹은 유사한 상황이나 경험에 놓일 때 격하게 죽을 것 같은 공포감에 빠져드는 공황장애. 겉으로는 아무런 증상이 보이지 않아 주위 사람들은 '꾀병'으로도 여길 수 있다. 그래서 의학적으로 '특별한 이유없이 예상치 못하게 나타나는' 불안증상으로 불린다.
그럼에도 개인마다 공황장애가 일어나는 요인들을 추적 분석하면 극도의 공포감이 나타나는 환경이나 이유들이 있다. 어떤 사람은 탁 트인 공간에서 혹은 좁은 밀실에서, 홀로 부정적 스트레스를 경험을 했거나 폭력적 피해를 당했을 경우 유사한 환경에 놓이게 되면 공황장애가 생기기도 한다.
공황장애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선 전문가 상담을 통해 차분히 자신을 자극하는 공포 요인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흔히 의료적으로 약물치료나 인지행동치료 등을 이용해 개선할 수 있다. 나아가 일상에서 대처할 수 있는 수단이 있으니 바로 호흡조절과 명상이다. 공황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을 살펴본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공황장애는 불안장애의 한가지다. 공황장애를 앓으면 갑자기 극심한 불안감과 공포감을 반복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이 불안감은 견디기 힘들고 매우 고통스럽다. 공황발작이라고도 하는데 심리적 자각 증상뿐만 아니라 다양한 신체적 증상도 동반한다. 이런 증상을 방치하면 일상이 마비될 수 있다. 하지만 증상 발생의 배경과 요인을 파악하고 대처한다면 회복이 어렵지 않다.

박형근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24일 "공황장애는 특별한 이유 없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상황에서는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며 "공황장애 증상으로 판단된다면 빠르게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을 받는 게 좋다"고 밝혔다.

공항장애 발병에는 다양한 요인이 함께 작용하며 사람에 따라 이유가 다를 수 있다.

박재섭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에 따르면 공황장애는 '심리적인 스트레스나 신체적 질환, 과로 또는 음주나 카페인 섭취 등의 다양한 이유로 신체감각이 예민해진 상태에서' 이 신체감각가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해석·인지할 경우 나타날 수 있다.

또는 뇌에 불안과 공포를 담당하는 편도, 전상대상피질 등이 과도하게 활성되거나 불안 조절과 관련된 노아드레날린이나 세로토닌 등 신경전달물질의 이상도 원인의 하나로 본다.

주요 증상은 갑작스럽게 극심한 공포 또는 고통이 느껴지면서 신체적으로 △가슴 두근거림 △식은 땀 △몸 떨림 △숨이 안 쉬어지거나 답답함 △질식할 것 같음 △가슴 통증 △메스꺼움 또는 복부 불편감 △어지럽거나 멍함 △춥거나 화끈거림 △감각이상 등이 있다.

 

현대 산업 경쟁사회에서는 자연을 바라보며 몸과 마음의 긴장을 푸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약물-인지치료 병행 도움 = 공황장애를 방치하면 처음에는 공황증상을 경험했던 장소나 상황을 피하기 위해 외출을 줄이거나 사람 만나는 것을 피하면서 활동 반경을 줄인다. 이런 회피를 통해 공황발작의 횟수를 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점차 피하는 장소와 상황이 많아지면서 생활이 점점 더 위축된다. 더 심해지면 일상적인 생활이나 사회생활, 직업 활동을 하지 못하게 되고 심한 우울증에 빠질 수 있다.

박형근 교수는 "공황장애는 재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증상이 좋아졌다하더라도 약 1년 정도는 유지 목적의 약물요법을 계속할 것"을 권장했다.

박재섭 교수는 "약물치료에 대한 거부감으로 치료를 미루는 경우가 많은데 질병 초기에는 '인지행동치료'나 최근 신의료기술로 인정된 '가상현실 노출치료' 등 비약물치료로도 치료가 가능하니 초기에 치료해야 한다"고 밝혔다.

상담 진료를 통해 약물치료와 정기적인 상담, 개인정신치료, 인지행동치료 등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지행동치료는 공황발작을 일으키는 요인을 파악하고 대처방법을 알려준다.

◆존재하지 않는 두려움, 의식적으로 해소 = 최근 마음챙김 인지치료가 공황장애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상혁 방민지 차의과학대 분당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은 20일 "마음챙김 기반 인지치료(MBCT)가 공황장애 환자의 증상을 빨리 호전시키고 재발률을 낮추는 데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마음챙김 기반 인지치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한 공황장애 환자 65.4%(17명)가 8주 치료 후 즉각적으로 증상이 호전돼 2년 동안 재발하지 않았다. 약물치료만 받은 환자는 6개월이 지난 후 유의미한 증상 호전이 있었다. 마음챙김 기반 인지치료를 병행한 환자군에 비해 증상이 완전히 소실될 가능성이 30.0%(6명)으로 나타났다.

확산텐서 자기명상공명 검사로 치료 전과 후 2년을 비교해본 결과, 마음챙김 기반 인지치료를 병행한 경우 주의집중과 자기조절을 담당하는 '앞대상회'와 중추신경계의 '백색질' 연결성이 감소했다. 뇌영역의 백색질 연결성이 감소할수록 환자의 공황장애 증상이 좋아졌다.

이 교수는 "마음챙김 명상이 뇌에 미치는 긍정적 변화와 치료 적용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한 것으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방 교수는 "사람의 행동과 생각은 뇌에서 비롯된다고 하지만 반대로 행동과 생각을 변화시킴으로써 뇌의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뇌의 기능-구조적 변화를 유도하는 다양한 치료 전략을 통해 환자의 괴로움을 줄이고 정신질환의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호흡은 감정과 자율신경계 조절 도구 = 동양의 호흡-명상요법은 자율신경 활동에 안정을 가져와 공황장애 해소에 좋은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 호흡은 무의식적으로 자동 작동하지만 의도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의식적인 호흡조절과 명상을 결합하면 불안 긴장상태의 자율신경계와 긴박한 심장박동을 완화시킬 수 있다.

강승환 서울대간호대 성인간호학과 부교수는 '의식적 호흡이 자율신경과 뇌파에 영향을 미치는 기전에 관하여' 논문(2017년 10월)에서 "자율신경에 의해 조절되는 호흡에 우리가 의식을 기울임으로써 혹은 의도적인 훈련을 함으로써 역으로 자율신경의 패턴을 변화시킬 수 있다"며 "호흡은 감정과 자율신경계에 의식을 개입시킬 수 있는 훌륭한 조절 도구이며 심신의 전인적 돌봄을 위한 중요한 간호중재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호흡조절 명상법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먼저 복식호흡을 익힌다. 들숨에 배를 앞으로 내밀고 날숨에 배를 당긴다. 옆으로 누워 연습하면 편하다. 하루 15분∼30분 정도 연습을 3개월 이상하면 일상적으로 복식호흡을 할 수 있게 된다. 호흡이 편안하게 되면 자신의 몸 상태를 주시하거나 아무 생각없이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하는 명상을 하루에 5분 이상 하도록 한다.

3개월 지나게 되면 뇌-심장에 누적된 긴장된 스트레스가 줄어들게 될 것이다. 공황장애 증상이 나타나면 코로 들어 마시고 입으로 길게 내쉬길 반복하면 당장의 증상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장동민 하늘땅한의원 원장은 "한의학에서는 공황장애를 심화(心火) 간화(肝火)나 심혈허(心血虛) 신음허(腎陰虛)로 접근하기도 하고 환자의 변증에 따라 치료한다"며 "호흡 명상은 인체의 심화를 가라앉히고 기혈순환에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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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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