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빅-핀테크 전횡 이대로 괜찮은가

2023-04-26 11:31:47 게재
오상훈 한국노총 금속노련 삼성화재노동조합 위원장

4월 7일 금융위원회는 자동차보험실손보험 단기보험 저축성보험 등 보험상품을 온라인플랫폼인 핀테크업체를 통한 비교·추천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4월 중 혁신금융서비스 신청서를 접수하고 6월 중 혁신금융서비스를 지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42만 보험설계사 입장에서는 청천벽력 같은 발표다. 자동차보험이 포함된 것은 생존권이 달린 문제다. 그럼에도 금융위원회는 단 한차례도 간담회에 보험영업인의 대표인 보험영업인노동자연대(보노련) 대표를 부른 적이 없다. 이익을 보는 주체들만 불러 간담회를 진행했고, 자동차보험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

자동차보험은 완전경쟁의 성숙된 시장

대면영업을 하는 보험설계사에게 자동차보험은 의무보험이라서 고객접촉을 위한 마중물 같은 상품이다. 매년 만기가 되는 자동차보험을 통해 장기보험 등 추가 상품판매가 가능한 매개체였다. 오랜 경력의 보험설계사들은 보상서비스, 보험료 할증관리 등 사후관리의 노하우를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동차보험은 가격민감도가 높아 가입 시 보험료만 비교해서 가입하는 비율이 높다. 이로 인해 이미 전체 시장의 50% 정도를 저가의 온라인 시장이 점유하고 있는 완전경쟁의 성숙된 시장이다. 고객이 저가의 보험을 가입하기에 불편함이 거의 없는 시장이다.

카카오 등 핀테크업체에 자동차보험 비교판매를 허용하는 것은 재벌기업 빅테크(핀테크)기업에 대한 특혜를 통해 '비지떡 시장'을 과열시키겠다는 목적 그 이하도 이상도 아니다.

사고나 질병 시 모든 책임을 보험가입자에게 떠넘기고 불완전판매를 통한 소비자 피해가 늘어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단순 보험료 비교판매를 하겠다는 핀테크기업에 특혜를 주는 이런 정책은 근시안적이고 인기에 영합한 정책에 불과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보험설계사의 전문성과 사후관리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가장 복잡하고 어렵고 사고 시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얽힌 자동차보험가입 때 보험료만 비교해 선택하게 만드는 정책의 피해자는 보험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가입한 대부분의 자동차보험 가입자가 될 것이다.

42만 보험설계사 생존권 보장해야

결국 이번 금융위원회의 발표는 정부가 재벌에 특혜를 주고, 42만 보험설계사들을 강제해고하겠다는 것이다. 현재도 상당수 대형영업법인(GA, General Agent)들이 광고회사를 설립하거나 매개해서 보험회사가 직접 판매해야 하는 온라인(CM, Cyber Marketing), 전화(TM, Tele Marketing)상품을 불법·편법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를 방치해 이들만의 특혜가 되었고, 42만 보험설계사들이 관리하던 자동차보험 고객들과 설계사들이 대형영업법인들의 관리로 넘어갔고, 전문적인 전속 보험설계사들의 입지가 갈수록 축소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핀테크에 특혜부여를 중단하고, 불법 특혜를 받고 있는 대형 GA에 대한 집중감사를 실시해 공정시장질서를 확립해야 한다. 정부(금융위원회)는 금융혁신서비스에 자동차보험을 포함시키기에 앞서 반드시 42만 보험설계사의 생존권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에 대한 답을 먼저 내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