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봉투에 떠밀린 민주당 '쇄신' … '집행력'이 관건

2023-05-04 11:20:26 게재

박광온발 '쇄신 의총' 시작

친명계 동참이 실효성 좌우

더불어민주당이 쇄신안 논의에 착수했다. 목전에 닥친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한 출구전략 마련부터 총선을 겨냥한 지지층 확장을 겨냥한 것이다. 돈 봉투에 떠밀린 식으로 출발한 쇄신 논의가 민주당의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민주당은 3일 의원총회를 열고 당 쇄신과 관련한 논의를 시작했다. 이날 의총에서는 20명이 넘는 의원들이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한 당의 대응 등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고 한다.

당 차원의 대응이 더 절박하고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고, 당내 조사기구를 통한 진상조사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의총 후 브리핑에서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해 오늘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니다. 다양한 논의 기회를 통해 쇄신안을 도출하기로 했다"며 "일단 이른 시일 내에 워크숍을 개최하자는 데 합의를 이뤘다"고 전했다.

돈 봉투 의혹에 연루된 윤관석·이성만 의원이 자진 탈당을 선택한 것에 이어 당 차원의 후속조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의총 후 "오늘 두 의원의 탈당으로 이번 사건이 끝났다거나 어려움을 넘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를 계기로 민주당은 당내 선거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철저한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당에 대한 국민의 지적과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면서 최선을 다해 쇄신하고 변화하겠다는 각오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 숙여 사과했다.

이재명 대표 등 지도부가 '면죄부 조사'라며 선을 그었던 당 차원의 진상조사 가능성도 열어뒀다. 돈 봉투 파문 이후 여론은 물론 당 내부에서도 비판목소리가 높았던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이같은 논의는 표면적으로는 돈 봉투 파문으로 불거진 위기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조치지만 총선을 앞두고 신뢰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취지가 바탕에 깔려 있다.

박 원내대표는 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내년 총선은 확장성의 싸움이 될 것"이라며 "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거나 지지를 유보하고 있는 온건 개혁성향의 국민까지 모셔올 수 있는 '확장적 통합'의 비전을 준비하고 일상적으로 발표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3일 최고위에서는 의원 전원 심층 설문조사, 국민 여론조사 등을 통해 쇄신방안을 마련해 '쇄신 의총'에서 논의해 국민께 보고 드리는 시간을 갖겠다고도 했다.

관건은 박광온발 쇄신 의총 후방효과가 당 전체 혁신논의로 확장될 수 있느냐다. 실질적 영향력을 발휘하느냐에 달려 있다.

민주당은 지난 2021년 4월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 패배 이후 전략단위에서 국민심층 조사를 실시해 "내로남불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살을 베어내는 혁신적인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는 자성 보고서를 공개하기도 했다. 한 재선의원은 3일 의원총회 이후 통화에서 "의혹에 연루된 의원은 탈당하는데, 기소된 의원은 당이 지켜주고… 국민들이 보기에 민주당이 원칙과 기준을 공정하게 적용하고 있다고 여길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비명계인 박 원내대표 주도의 쇄신 논의가 수면 아래로 내려간 내부 갈등으로 비칠 것을 우려하기도 한다. 이재명 대표 등 친명계의 적극적인 동조 없이는 불가능한 구상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재선의원은 "쇄신 논의가 당 차원의 혁신으로 이어지기 위해 집행력 있는 혁신위원회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이명환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