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부패 수사 시작, 건설업계 한파

2023-08-04 11:42:28 게재

하반기 신규공급 없이 현장점검 주력 … LH, 오늘 오후 경찰에 수사의뢰

철근누락 사건을 시작으로 건설부패 전반에 대한 사정이 시작되면서 건설업계가 얼어붙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민간아파트 293곳에 대해 전면조사에 나선다고 밝혀 건설사들이 신규공급을 일시 중단하고 설계와 자재공급망 등 현장 점검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하반기 신규 건축 물량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상반기 전국 건축 인허가 물량이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26.6% 줄었다. 착공 물량도 28.7% 줄어든 가운데 하반기 착공을 준비 중인 현장도 공사시작을 미룰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는 현재 자체 현장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무량판 구조가 아닌 아파트단지도 설계도면과 시방서 등을 다시 들여다보며 누락된 것이 없는 지 점검한다고 밝혔다. 자칫 부실이 드러날 경우 앞선 HDC현대산업개발과 GS건설처럼 전면 재시공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은 신규 사업보다는 현장 점검에 주력할 예정이다. 한 중견 건설사 임원은 "지난해 하반기 밀렸던 분양 물량이 상반기에 일부 진행되기도 했지만, 사실상 하반기에 승부를 낼 계획이었다"며 "이번 안전점검으로 하반기 신규 사업은 올스톱되고 내년 상반기까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이번 사태 원인으로 분리 발주 문제를 지적했다. 건자재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들이 철근이나 콘크리트 등 자재를 빼먹는 관행은 거의 없어졌다"며 "분리 발주로 인해 소규모 업체들이 자재 공급을 맡아 누락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규 주택 공급이 줄어들 경우 주택 수급도 불안정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하반기 공급중단은 2~3년후 주택 입주량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4일 15개 공공아파트 단지 지하주차장의 철근 누락 사태와 관련된 업체들을 부실시공으로 경찰에 수사 의뢰한다. 철근 누락 15개 아파트 단지 설계·시공·감리업체와 관련자를 모두 고발할 계획이다. 관련업체는 모두 40여곳으로 알려졌다.

이들 업체가 무량판 구조 설계 오류와 시공 누락, 부실 감리 등으로 건설기술진흥법과 주택법·건축법 등을 위반했다는 것이 고발 근거다. 이들 업체 상당수는 LH 출신 임직원들이 퇴직 후 재취업한 곳이어서 입찰 심사 등 과정에 전관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LH는 경찰 수사를 통해 관련법 위반이 확인되면 해당 업체들에 구상권을 청구할 방침이다. LH는 이번 수사 의뢰와 별도로 이번 사태와 관련한 내부 조사를 진행 중이다.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3일 철근 누락 아파트와 같은 부실시공은 불법 도급과 속도전이라는 구조적 문제 탓이라고 주장했다. 건설노조는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국 착공 면적이 감소하는 사이 건설사는 줄지 않고 되레 늘었다"며 "줄어든 사업에서 이윤을 더 남겨야 하는 건설사가 결국 불법 도급과 무리한 속도전을 택했다"고 밝혔다.

건설노조는 또 "건설기술진흥법은 민간을 포함한 발주자에 적정 공사기간 산정 의무를 부과하고 관련 지침에 따라 주 52시간제·기후 여건을 반영하도록 한다"며 "최대 공공 발주처인 LH는 이런 법 제도를 무시하고 속도전을 방임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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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배 한남진 오승완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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