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정신질환 보고서 … "돈이 최우선, 공동체와 공감하지 않아"

2023-09-05 11:53:14 게재

'강남은 거대한 정신병동이다'

저자 간담회

"사회생활은 융합을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어떤 큰 부자가 있었는데 자녀는 굉장히 이기적이었습니다. 자녀가 취업을 했는데 직장에서 적응을 못 했어요. 자기중심적인 성격이 직장에서 통할 리가 없죠. 자녀가 저한테 와서 '죽고 싶다. 자살하겠다'라고 얘기하더라고요."
'강남은 거대한 정신병동이다' 간담회 현장에서 저자인 김정일 의학박사. 사진 지식공작소 제공


신간 '강남은 거대한 정신병동이다'를 펴낸 김정일 의학박사가 4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저자는 1995년부터 강남에서 정신의학과를 개원해 운영해왔다. 그는 불면증 불안 우울 환청 등 다양한 정신질환을 얻게 된 환자들의 사례를 기반으로 이와 같은 정신질환의 원인과 대응방안, 최근 마약이 증가하는 상황과 '묻지마 범죄' '피프티피프티' 사건 등에 대한 본인의 생각 등을 글로 풀어냈다.

그는 강남에 정신의학과가 증가하는 현실을 지적하며 "돈이 많으면 열심히 살 필요가 없다. 열심히 살 필요가 없으면 에너지가 남는다"면서 "돈이 많은 사람들은 에너지가 남는 상태에서 정말 엉뚱한 짓을 저지른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환자들은 대부분 다른 사람들을 믿지 못해 다른 사람들과 '엮이는' 것을 싫어한다"면서 "우리가 어렸을 때는 아무리 돈이 많아도 인간 같지 않으면 인간 취급을 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돈이 많으면 아무리 '싸가지 없는' 짓을 하더라도 용인이 되니 돈만 움켜쥐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프로포폴에 몇 억을 쓰는 사람들이 많다. 프로포폴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마약을 섞어서 한다. 굉장히 황홀하다"면서 "도곡동에서 최고의 교육을 시켜 자녀를 잘 키웠는데 대학을 제대로 못 가는 경우, 자녀는 열등감 때문에 환청 환각 망상이 생기고 부모들은 자신들이 통제해서 자녀가 그렇게 됐는데 책임을 지지 않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환자들은 살아서 더 이상 누릴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고 그냥 죽고 싶다고 한다"면서 "사람은 하고 싶은 게 있어야 하고 사랑하는 대상이 있어야 우울증에 걸리지 않고 살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은둔형 외톨이, '묻지마 범죄' 등에 대해 "은둔형 외톨이들은 다른 사람이 자신을 해치려고 하기 때문에 밖에 나가지 못한다. 한 가정에서 이사를 하는 날 은둔형 외톨이가 자살을 시도한 사례도 있다"면서 "사람들이 나를 해칠 것 같으니까 내가 먼저 다른 사람들을 해치게 된다. 사람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뇌로 보기 때문에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실제로 보는 환각이 나타나게 된다"고 말했다.

저자는 "환자들을 보면 공동체와 공감하는 것을 남한테 퍼주고 자신의 에너지를 소비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렇게 이기적으로 생각하게 되면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잘 맺을 수가 없다. 외로워진다"고 말했다. 이어 "어렸을 때 대인관계를 잘 맺도록 교육을 시키는 것이 중요하며 공동체와 공감하는 방향으로 살아가야 정신적으로 건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남은 거대한 정신병동이다/김정일/지식공작소/1만5000원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송현경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