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조원 모태펀드' 부대표 선임절차 논란
추천부터 임명까지 불과 이틀 걸려
이 영 장관 해외출장 중 구두 승인
한국벤처투자 "적법한 절차 밟아"
한국벤처투자 부대표 임명이 졸속으로 처리됐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추천부터 임명까지 불과 이틀에 불과했다. 특히 구두로 추천되고 해외출장 중인 장관은 구두로 승인했다. '졸속 처리' 비난을 받는 이유다.
한국벤처투자는 지난달 22일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고 신성한 전 SH필름 대표를 한국벤처투자 부대표로 선임했다.
한국벤처투자는 19일 "기관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장기간 공석이던 사내이사(부대표)의 신속한 선임이 필요했다"면서 "문화체육관광부 모태펀드 출자규모가 약 2조원에 달하고 미디어·콘텐츠 분야 중요성이 확대돼 현장전문가가 필요했다"고 전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기관이다. 모태펀드를 운영하는 공공기관이다. 정부가 민간자금의 중소벤처기업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벤처캐피탈에 출자하는 펀드를 의미한다. 중기부 문화체육관광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등 10개 부처가 참여했다. 정부는 투자재원을 공급하고 한국벤처투자는 투자결정을 담당한다. 9월 기준으로 약 9조원 가량이 조성돼 운영 중이다. 민간자금 출자까지 합치면 자펀드는 38조5000억원 규모다.
모태펀드 규모와 운용이 날로 커지자 대표를 도울 전문성을 갖춘 부대표직 신설이 논의돼 있다. 한국벤처투자는 부대표 역할을 강화하려 중기부 출신 인사가 맡던 기존 사내이사를 부대표로 조정했다.
문제는 임명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점이다. 신 부대표에 대한 기관장 추천에서 이 영 중기부 장관의 승인, 주총결의, 이사회 의결까지 단 이틀만에 진행된 것이다.
이를 두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이동주 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은 "정관위배"라고 지적했다. 정관에서 주주총회는 이사회의 의결로 의장이 소집하고 개최 2주 전 시간과 장소, 안건을 공고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벤처투자 이사회는 주주총회 소집 안건을 의결하는 10차 이사회와 신 부대표 선임을 결의하는 주주총회, 이후 신 부대표 임명을 의결하는 11차 이사회를 9월 22일 한 날에 모두 개최했다.
이사회 소집 하루전인 21일 유웅환 대표가 신 부대표를 추천했고, 같은 날 이 영 중기부 장관이 승인했다. 이때 이 장관은 19일부터 23일까지 핀란드와 덴마크를 방문하는 해외출장 중이었다. 추천과 승인이 진행되자 한국벤처투자는 21일 곧장 주주총회 소집통지서를 발송했다. 주주총회 소집을 의결해야 하는 이사회가 개최되기도 전에 소집통지부터 한 것이다.
특히 승인과 추천이 구두로 이뤄졌다. 이 의원은 "기관장 추천과 중기부 장관 승인을 증명한 문서도 없는 구두 추천과 구두 승인으로 처리됐다"고 밝혔다.
한국벤처투자는 "주주총회 소집기간 단축은 주주 전원 동의를 얻어 진행했다"며 "관련 판례 등에 의거하면 적법한 절차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전문성도 도마위에 올랐다. 신 부대표의 전문성이 인정되는 영화분야는 모태펀드 전체로 보면 비중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최근 5년간 모태펀드 누적 출자현황을 살펴보면 총 17조8000억원이다. 이중 중소기업진흥에 7조7000억원, 혁신모험 3조6000억원, 문화 1조4000억원, 특허 1조3000억원이 쓰였다. 문화계정과 별도로 운영되는 영화계정은 2376억원으로 전체 출자금 1.3%에 불과하다.
부대표직(사내이사)은 모태펀드를 총괄하여 운용하고 특히 4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진흥계정을 전문성 있게 들여다보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지금까지 사내이사를 중기부 출신 인사가 임명돼 온 배경이다.
이 의원은 "전문성도 경험도 없는 낙하산 인사를 대표가 구두로 추천하고 장관이 구두로 승인한 최악의 인사행정"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