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동후디스-아이밀 '상처만 커진 6년 분쟁'

2024-02-21 13:00:01 게재

“법원 결정도 무시하면서 소송전 이어가 … 폐업 위기”

아이밀, 상표권 침해·손해배상서 대부분 승소 … 일동후디스 “악의적 아냐, 합의로 마무리 기대”

중견기업 일동후디스(대표 이준수)가 상표권 침해에 이어 소송전으로 중소기업을 위기로 내몰고 있어 비난을 사고 있다. 중소기업은 소송에서 이기고도 폐업위기에 처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중소식품업체 아이밀(대표 김해용)이 6년간 소송에 시달리고 있다. 일동후디스가 소송에서 패하면서도 소송을 멈추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김해용 대표는 “일동후디스는 법원의 화해권고와 손해배상(5억원) 결정조차 무시하면서 중소기업을 고사시키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아이밀은 6년간 소송으로 생산라인은 멈춰섰다. 15명이던 직원은 4명밖에 남지 않았다.

일동후디스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법원의 판결을 받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일동후디스와 아이밀의 갈등은 2018년 시작됐다. 일동후디스가 브랜드 ‘아이밀’을 출시한 게 발단이 됐다. 정부가 아기 등 유아를 연상시키는 단어를 제품명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자 기존 50여년간 사용해온 이유식브랜드 ‘아기밀’을 ‘아이밀’로 바꾼 것이다.

일동후디스는 2018년 1월부터 ‘아이밀’ 상표를 출원하고 어린이용 과자나 음료 등에 ‘아이밀’ 상표를 사용했다. 특허청은 일동후디스의 ‘아이밀’ 상표출원을 거절했다. 김해용 대표가 이미 등록한 상표였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2013년 회사명과 같은 브랜드 ‘아이밀’(imeal)의 상표와 서비스표를 출원, 2013년 상품분류코드 30류(과자), 35류(과자류, 우유 도소매업)에 등록했다. 국내 온라인플랫폼, 대형마트 등에서 아이밀 제품을 판매했다. 2015년부터는 중국과 대만에 수출한 터였다.

◆상표권 패소에도 침해행위 지속 =이런 상황에서도 일동후디스는 2019년 상표를 ‘아이밀 냠냠’으로 변경해 이유식 스낵 빵 음료 등을 사용했다. 일동후디스가 회사명성에 힘입어 온라인상에서 ‘아이밀’ 검색어를 독점하자 김 대표 제품은 완전 밀려났다. 회사매출은 급감했다.

김 대표는 2019년 일동후디스의 상표 3건에 대해 상표 무효심판을 청구했다. 이에 일동후디스도 김 대표의 상표 2건, 서비스표 2건에 대한 무효심판으로 맞불을 놓았다.

2021년 특허법원은 김 대표의 상표 2건과 서비스표 2건을 인정했다. 일동후디스의 상표 3건은 무효 판결했다. 일동후디스는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아 특허법원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3년만에 일동후디스의 상표침해를 인정받은 것이다.

상표권 침해금지 소송에서도 법원은 김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2021년 7월 서울중앙지법은 “현재 일동후디스가 사용 중인 아이밀과 아이밀 냠먐 등 7개 상표를 더 이상 사용해서는 안되고 상품포장지 광고 홈페이지 등의 홍보활동에서도 아이밀을 삭제하라”고 선고했다.

2022년 5월 일동후디스는 항소심에서 법원의 임의조정을 받아들이면서 김 대표가 최종 승소했다.

김 대표는 “법원의 판결에도 일동후디스는 상표권 침해행위를 지속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일동후디스는 2021년 5월 ‘아이밀 냠냠 순곡물바 미니’를 출시했다.

같은해 공식홈페이지에는 다수의 상품을 ‘아이밀’로 소개하고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도 ‘아이밀 곡물바’ 홍보게시글을 게재했다. 대규모 라이브방송과 대형유통매장에서 추가할인 행사도 진행했다.

상표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도 김 대표가 이겼다.

2023년 8월 재판부는 “일부 제품을 제외하고 일동후디스가 김 대표의 상표권을 침해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 대표가 청구한 10억원 중 5억원과 지연이자금 지급을 결정했다. 이에 일동후디스는 불복해 올 1월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법원의 결정에도 일동후디스가 침해 광고선전물을 삭제하지 않자 김 대표는 일동후디스를 상대로 간접강제를 신청했다. 간접강제는 채무자가 의무를 이행하도록 법원이 명령하는 제도다. 이행하지 않으면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1심 재판부는 김 대표의 5차례 간접강제 신청에 3차례 집행문을 발급했다. 일동후디스는 “인스타그램 등 과거 SNS 게시물은 광고선전물로 볼 수 없다”는 논리로 반박했다. 2심 재판부는 일동후디스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김 대표가 처음으로 소송에서 졌다.

일동후디스와 6년간 소송전으로 아이밀의 생산라인이 멈춰서 있다. 사진 아이밀 제공

◆우리도 억울한 측면 있어 = 일동후디스는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는 입장이다.

일동후디스 관계자는 “그동안 법원의 결정을 착실하게 이행했다”며 “아이밀과 협의가 안돼 어쩔 수 없이 소송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소송전이 악의적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상표무효 판결을 받자 일동후디스는 수십억원의 손해를 감수하고 제품을 회수해 처리했다. 처음부터 화해를 시도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는 게 관계자 전언이다.

이 관계자는 “상대방의 피해규모에 대해 최종 재판부의 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근 법원에서 오래전에 게재된 SNS 홍보내용은 손해를 끼치기 위한 악의적 홍보가 아니다는 판결로 피해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관계자는 “상대방 기업도 매우 힘들지만 우리도 억울한 측면이 있다”며 “진심으로 빨리 합의해 소송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동후디스는 2019년 일동제약그룹에서 계열분리로 독립했다. 이준수 대표는 이금기 회장의 장남이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김형수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