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전통 지지층 ‘50대’가 흔들린다

2024-03-05 13:00:21 게재

공천 파동 후 빠르게 이탈

“50대 없인 승리 어려워”

호남 지지율 ‘나비효과’

더불어민주당의 전통적인 고정 지지층 역할을 해오던 50대가 흔들리고 있다. 이미 20·30세대은 문재인정부를 거치면서 민주당에 대한 적극 지지를 철회하고 언제든 갈아탈 수 있는 중도쪽으로 방향을 튼 지 오래다. 민주당은 40·50세대의 지지세로 60세 이상의 보수지지층에 막아내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약한 고리인 50대부터 지지정도가 크게 느슨해지고 있다.

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27~29일 한국갤럽이 만 18세 이상 전국남녀 1001명에게 ‘총선에서 민주당을 지지할 의향’을 묻는 여론조사에 ‘지지할 의향이 있다’는 비율이 ‘지지할 의향이 없다’는 비율보다 높은 세대는 40대가 유일했다. 20대와 30대뿐만 아니라 민주당을 강력하게 지지해오던 50대에서도 44%대 50%로 ‘지지할 의향이 없다’는 대답이 더 많이 나왔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4.10 총선에서 누가 더 많이 당선돼야 할지’를 묻는 질문에 대한 50대의 답변은 국민의힘 34%, 민주당 40%였다. 민주당이 오차범위 안에서 앞섰다. 이는 민주당이 22대 총선의 프레임으로 밀고 있는 ‘정권심판론’이 약화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정당지지도에서도 국민의힘 34% 대 민주당 35%로 사실상 동등하게 나왔다.

한 달 전만 해도 50대는 민주당 45%, 국민의힘 30%로 40대(48%대 24%)에 비해서는 강도가 다소 약하지만 확연하게 강력한 민주당 지지의사를 밝혔다. 공천 과정을 거치면서 민주당에 대한 지지철회가 이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현상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뷰 정기월간조사에서도 나타났다. 지난달 27~29일 전국 만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0대의 민주당 정당 지지율은 39%인데 반해 국민의힘은 43%로 오차범위내에서 역전됐다. 리서치뷰 월간조사로 보면 50대에서 국민의힘이 우위로 올라선 것은 2022년 6월 지방선거 이후 처음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50대의 경우 운동권 세대이기는 하지만 20년전 30대때와 달리 안정 희구형으로 갈 수밖에 없고 민주당의 공천 파동에 등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50대가 이 사회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세대인 만큼 합리성을 갖고 판단하고 있어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변해가는 민주당에 동의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했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50대의 이탈’을 정권심판론 약화, 호남 민심 이반 등 민주당에게 부정적인 신호의 시발점으로 읽었다. 안 대표는 “‘4050세대’ 대 ‘6070세대’구도를 지탱해온 50대 동향이 예사롭지 않다”며 “보수세가 강하고 투표율도 높은 ‘6070세대’에서의 열세를 ‘4050세대’에서 만회하지 못하면 민주당은 결코 승리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2020년 총선, 2023년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직전에도 50대에서 민주당이 각각 우위를 보였고 두 선거 모두 민주당이 이겼다”며 “하지만 2021년 4월 재보선, 2022년 20대 대선과 8회 지방선거 직전에는 50대에서 국민의힘이 각각 우위를 보였고 모두 국민의힘이 승리했다”고 했다.

민주당에 대한 50대의 지지철회 움직임은 곧바로 정당지지율 역전현상으로 나왔다. 리서치뷰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36%로 국민의힘(43%)에 지난해 2월 이후 12개월만 역전됐다. 22대 총선 지역구 지지도에서도 민주당 후보 39%, 국민의힘 후보 44%로 2022년 6월 이후 1년 반 만에 선두가 교체됐다. 갤럽조사에서는 호남지역의 지지율 하락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한 달 전인 1월말엔 호남지역의 민주당 지지율이 62%였으나 지난달엔 53%로 9%p 하락했다. 엄 소장은 “50대 이탈이 흉흉한 호남민심과 맞닿아있다”면서 “광주 등 호남에서는 ‘꽂으면 당선’이라며 잡은 고기 취급하는 민주당의 대안을 찾아왔고 공천 과정을 보면서 분노가 강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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