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산책

디지털 시대 청소년·청년세대의 뇌 발달

2024-03-12 13:00:14 게재

2023년 여성가족부에서 발표한 우리나라 청소년(9~24세) 인구는 15.3%로 40년 전에 비해 절반 이상 줄었다. 이는 세계적인 추세를 고려하더라도 심각한 수준으로, 2022년 유엔에서 발표한 인구통계연감에 따르면 15세 미안 인구수에서 일본(11.5%)과 함께 우리나라가 11.6%로 최저로 나타났다. 미래 우리사회를 이끌 세대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청소년과 청년에 대한 더욱 세심한 기성세대의 관심이 필요하다.

이들 청소년·청년세대는 태어나면서 디지털 기기를 접해 왔다는 점에서 현재 30대 중반 이후의 성인들과 다른 환경에서 자라왔다. 새로운 지식을 얻기 위해 부모나 교사의 도움을 받고 책을 참고하던 이전 세대와는 달리 인터넷 환경에서 찾고자 하는 정보를 손쉽게 접한다. 이러한 정보습득의 차이는 청소년에서 청년기를 거쳐 성인에 이르는 발달적 특성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세대 간 차이를 이해하고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 청소년기 뇌 발달적 특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청소년기는 성인기에 도달하는 복잡한 인지행동적 기능을 성숙하는 마지막 단계로 행동 인지, 그리고 뇌기능적 수준에서 상당한 발전을 이루게 된다. 사춘기가 시작될 즈음인 초기 청소년기는 생물학적으로 호르몬과 신체의 큰 변화가 특징이며 정체성 자기의식, 그리고 인지적 유연성 측면의 변화를 특징으로 한다.

뇌인지 수준에서 변화는 위험을 감수하고 감각을 추구하며 또래와의 상호작용과 놀이행동으로 표출된다. 이러한 행동적 특징은 신경세포 발생, 시냅스 재형성, 호르몬의 변화를 동반한다.

청소년기 뇌 발달 ‘시냅스의 가지치기’

이러한 변화들과 관련해 청소년기 뇌에서 가장 두드러진 발달은 전두엽에서 찾을 수 있다. 전두엽 피질의 발달은 추론, 목표 및 우선순위 설정, 충동조절과 보상에 대한 평가에 기여한다. 사춘기 초반에 전두엽의 회백질 부피는 정점에 도달하고 이후 정체기를 거쳐 초기성인기까지 계속되는 청소년기 동안 비선형적으로 감소한다.

뇌의 회백질 부피가 감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전 연구들에 따르면 축색 수초가 증가해 뇌의 백질이 증가하고 동시에 회백질 부피는 감소한다고 알려져 왔다.

또 다른 설명은 사춘기 이후의 시냅스의 가지치기(synaptic pruning)에 기인한다는 것이다. 청소년기부터 성인기까지 발달하는 뇌인지적인 특성들은 추론과 의사결정 같은 복잡한 인지기능과 관련이 있다. 이러한 고차원의 인지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뇌가 효율적으로 작동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시냅스를 정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렇게 과잉시냅스가 제거되는 정제과정은 회백질 밀도를 꾸준히 감소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청소년기 뇌 발달에서 핵심적인 요소인 사회적 인지는 타인의 의도와 행동을 판단 예측하고 본인의 태도와 행동을 조절함으로써 적절한 의사소통을 통해 상호작용을 해나가는 능력을 의미한다. 뇌영역으로는 상측두구, 측두-두정 접합영역, 내측전전두엽 등이 대표적으로 사회인지 네트워크에 속한다.

청소년기는 아동기에 비해 더 다양한 계층적 또래 관계를 형성하고 또래들의 수용과 거부에 민감해지는 시기다. 청소년들은 성인에 비해 사회적 배제에 더 큰 불안감을 보인다. 이러한 사회적 배제는 사춘기 사회 불안의 발달과 관련이 있다. 청소년기 뇌 가소성은 아동기와는 달리 청소년 스스로 경험하는 환경자극을 적극적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발달 초기단계의 가소성과는 다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어린시절의 환경은 부모나 양육자에 의해 보다 체계적으로 구성되는 반면, 청소년들은 경험할 대상과 누구와 함께 선택할 것인지 더 많은 자율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청소년기 뇌 발달은 상당한 정도의 개인차를 보일 수 있고 사회환경적인 요소에 의해서도 많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디지털기기 영향, 뇌의 사회인지 능력 저하

과거에는 환경적 영향에 물리적 한계가 있었지만 디지털 시대에서는 디지털 기기의 노출과 활용이 청소년의 사회인지 발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뇌기능 영상을 활용한 연구에서 스마트폰을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는 젊은 성인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상대방 얼굴표정의 변화를 잘 인지하지 못한다. 이는 사회인지와 관련된 뇌영역의 활성화 저하와 관련이 있다고 보고되었다.

복합적이고 다양한 상황에서 합리적 의사결정을 내리고 건강한 사회적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성인의 뇌로 잘 발달하기 위해 청소년기에 힘써야 할 부분들과 보호받아야 할 환경적 요소들은 무엇일지 가정과 사회의 고민이 필요하다.

전지원 가톨릭대의대, 뇌과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