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한국 AI를 찾아온 뜻밖의 행운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 대국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가 한국에 왔다. 10년 만에 다시 온 그는 이번에도 큰 선물을 가지고 왔다. 정부가 과학기술 선도국가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K-문샷' 전략을 수립했는데 구글 딥마인드가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10년 전 허사비스 덕분에 인공지능(AI) 분야에 더 빠르게 뛰어들 수 있었던 우리나라는 이번에는 그의 도움으로 과학기술 선도국으로 뛰어오르는 기적을 만들 수 있을까?
구글 딥마인드는 한국에 'AI 캠퍼스'를 설립하기로 했다. 이 플랫폼을 통해서 국내의 학계 및 연구 기관들은 구글의 최첨단 ‘연구 AI(AI for Science)’에 접근하게 될 것이다. 또한 10명의 구글 전문가들이 국내에 상주하면서 국내 연구자들과 함께 K-문샷 과제 해결을 위해 협력할 계획이다.
구글 딥마인드, 정부의 과학기술 선도국가 전략인 ‘K-문샷' 지원
이번 협력은 구글 딥마인드가 추진하는 ‘AI 국가 파트너십(National AI Partnerships)’ 전략의 일환이다. 작년 말부터 본격화된 이 전략은 미국 영국 인도 일본 등과의 협력 확대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과 파트너십은 AI 캠퍼스 설립과 국가전략과의 긴밀한 연계라는 점에서 가장 체계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번 협력으로 한국이 AI 기반 과학기술 글로벌 경쟁에서 선진국들과 동등한 출발선에 서게 됐다는 사실이다. 우선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최첨단 모델(AlphaFold, AlphaGenome, AlphaEvolve, WeatherNext 등)을 직접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더 중요한 것은 연구방법론 자체를 바꾸는 ‘AI 공동연구자(AI Co-scientist)’를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작년 2월 공개된 AI 공동연구자는 멀티 에이전트 시스템으로 인간 연구자가 자연어로 연구 목표를 제시하면 새로운 가설, 연구 개요, 실험 프로토콜을 생성한다. 6개의 전문 에이전트(생성·자기성찰·순위·진화·근접성·메타리뷰)가 협력하며 과학적 토론과 개선 과정을 반복한다.
각 에이전트의 역할을 살펴보자. 생성 에이전트가 가설과 연구 제안을 대량으로 생성하면, 자기성찰 에이전트는 가설의 타당성 차별성 등을 검토하고, 순위 에이전트는 토너먼트 방식으로 우열을 평가한다. 진화 에이전트는 가설을 발전시키고 개선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근접성 에이전트는 유사성을 분석하고 중복을 정리한다. 최종적으로 메타리뷰 에이전트가 연구진행 과정을 요약하고 최종 연구개요를 종합 정리한다.
작년 2월 구글에서 발표한 'AI 공동연구자로 과학적 혁신 가속화' 보고서에 따르면 3개 과제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난다. 대표 사례로 ‘간 섬유증 치료 표적 발굴’ 연구를 들 수 있다. 스탠포드대학 연구진과 협력한 이 프로젝트에서 AI 공동연구자는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3개의 ‘새로운’ 표적을 제안했다. 실험 검증 결과 3개 중 2개가 간 섬유화 완화와 간세포 재생에 유의미한 효과를 보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정부와 연구계 '허사비스 기회' 반드시 잡아야
미국은 작년 11월 발표된 국가 전략 제네시스 미션을 통해 AI를 활용한 과학기술 연구의 획기적 가속화를 추진 중이다. 과학기술 선진국들과 같은 출발선에서 경쟁을 시작하게 된 우리나라는 K-문샷 협력, AI 캠퍼스 설립, 10명의 전문가 국내 상주라는 절호의 기회를 허무하게 날려버려서는 절대 안된다.
AI 캠퍼스 설립과 10명 전문가 국내 상주 결정에는 청와대 정책실장의 공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AI 기반 과학기술 시스템 확립은 결코 쉽지 않은 과제이므로 첫 성공사례를 도출할 때까지는 대통령 의제로 격상시키고 정책실장이 결자해지의 자세로 조정자 및 해결사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알파고를 통해 AI 시대 개막을 한국에서 이루어지게 해준 허사비스가 이번에는 한국이 AI 주도국가가 되는 새 기회를 제공한 것으로 기억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