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필벌 뚜렷해지는 공직사회…전례 없는 현금 특별포상금까지
이재명 대통령 “탁월한 성과에 파격 보상” 지시 후 정부부처 ‘포상’ 릴레이
전남·광주 통합팀 3000만원 최다 … 추경·담합 적발·외교헌신에 특별포상
‘일하는 재미’ 살리는 혁신문화 확산 … 평가공정성 확보해야 조직문화 바꿔
복지부동의 대명사로 불리던 공직사회가 ‘파격보상’이라는 강력한 유인책을 만나 들썩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공직사회의 신상필벌(信賞必罰)을 강조하며 성과를 낸 공무원에게 전례 없는 수준의 특별포상금을 지급하도록 지시하면서부터다.
이러한 변화는 공무원의 사기를 진작하고 능동적인 행정 문화를 창출한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보상 격차에 따른 조직 내 위화감 조성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가능하면 요란하게 포상하라” = 이번 ‘포상 릴레이’의 진원지는 대통령실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공직자의 특별한 헌신과 성과에는 그에 걸맞은 특별한 보상이 따라야 한다”는 철학을 피력해 왔다. 특히 지난해 12월 제54회 국무회의에서 “각 부처는 탁월한 성과를 내는 공무원들에게 파격적인 포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후속 조치를 신속히 추진하라”고 공식 지시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의 구상은 명확하다. 공직사회가 지나치게 경직되어 있고, 잘못에 대한 문책만 강조할 경우 공무원들의 의욕은 꺾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월 국무회의에서도 “다른 부처들도 포상을 많이 하라. 조용히 하지 말고 가능하면 요란하게 하라”고 거듭 당부했다. 아예 성과를 대외적으로 알리고 축하하는 분위기를 조성할 것을 주문했다. 공직자가 국가를 위해 일하는 ‘재미’를 느껴야 결국 국민의 삶도 개선된다는 논리다.
◆부처별 포상금 어디까지 = 이 대통령 지시 이후 각 부처는 앞다퉈 ‘특별성과 포상금’ 제도를 신설하거나 확대하고 있다.
4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현재까지 지급된 단일 과제 포상금 중 가장 큰 액수는 행정안전부가 지급한 3000만원이다.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19일 ‘대한민국 행정을 바꾼 5개 팀’을 선정해 총 8000만원을 수여했다. 이 중 ‘전남·광주 행정통합 추진팀(11명)’은 광주·전남 행정통합특별시 출범의 기틀을 마련한 공로로 3000만원의 최고 포상금을 받았다. 정부 조직 개편을 이끈 팀(7명)에도 2000만원이 지급되는 등 파격적인 포상을 선보였다.
외교부 역시 중동전쟁이라는 극한의 위기 상황에서 헌신한 주이란 대사관 직원 23명에게 총 1억원에 달하는 포상금을 지급했다. 전쟁 발발 후에도 대사관을 정상 운영하며 우리 국민의 육로 대피를 성공적으로 지원한 공로다.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재외국민 보호에 힘쓴 현장 공무원에 대한 국가적 예우로 풀이된다.
재정경제부는 지난달 27일 구윤철 부총리 주재로 제1회 특별성과 포상 시상식을 열고 24명에게 총 3000만원을 지급했다. 최고상인 ‘국민 체감 대상(1000만원)’은 중동 전쟁 발발 직후 비상경제 대응체계를 구축한 최봉석 서기관 등 6명에게 돌아갔다. 특히 재경부는 포상금의 20%를 온누리상품권으로 지급해 지역 상권과의 상생 의미를 더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4일 대미 관세 협상과 제조업 AI 전환(M.AX) 등을 이끈 46명에게 총 6800만원을 수여했다. 대미관세협상팀과 마스가(MASGA) 팀이 각각 2000만원씩을 수령해 전체 포상금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3조2000억원 규모의 설탕 담합을 적발한 조사관 등 14명에게 총 3200만원을 수여했다. CJ제일제당 등 제당 3사의 담합을 끈질기게 추적해 적발한 정문홍 사무관은 개인으로서는 상당한 액수인 1000만원의 포상금을 받았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수립과 재생에너지 확대 등에 기여한 35명에게 과제당 최대 2000만원을 포상했다. 기획예산처는 민생 회복 소비쿠폰 설계 등을 주도한 실무자에게 대상 1000만원을 지급하는 등 관가 전반에 보상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공직사회에 활력” = 이러한 전례 없는 포상 릴레이에 대해 공직 내부의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이다.
다수의 공무원은 실질적인 보상이 ‘일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효과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과거에는 아무리 큰 성과를 내도 대통령 표창이나 훈장 등 명예 위주의 보상에 그쳤다. 하지만 포상금 수령 공무원의 폭을 넓히고 수백만~수천만원대의 현금성 포상은 실질적인 동기 부여가 된다는 것이다. 한 부처 사무관은 “밤낮없이 고생한 결과가 통장에 찍히는 포상금으로 돌아올 때 ‘국가가 내 노력을 알아준다’는 체감도가 확실히 다르다”고 전했다. 포상 자체가 인사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기대도 있다.
다만 과도한 차등보상이 조직 내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공무원 업무 특성상 여러 부서가 협업하거나 장기간 공을 들여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특정 프로젝트나 인물에게만 보상이 집중될 경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하는 대다수 직원이 소외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포상금이 커질수록 ‘평가 기준이 공정하느냐’는 논란이 일 수 있고, 이는 부서 간 이기주의나 실적 위주의 전시 행정으로 이어질 위험도 존재한다.
이 때문에 신상필벌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조직의 통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평가의 공정성’ 확보가 최우선이란 지적이 나온다. 단순히 눈에 띄는 정책뿐만 아니라 난도가 높거나 파급력이 큰 실무 위주의 과제를 발굴할 수 있는 객관적인 외부 평가 위원회 운영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기획예산처는 외부 전문가 심의위원회를 통해 정책 파급력, 난이도, 기여도를 종합 평가하며 객관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재정경제부 역시 엄격한 2차 심사를 거쳐 수상자를 확정하는 등 공정성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구윤철 재정경제부 부총리는 “창의적인 해법을 제시한 직원들이 부처의 가장 큰 자산”이라며 “특별한 성과에 확실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되, 이를 통해 일하는 분위기를 전 부처로 확산시키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