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국회는 행정수도건설특별법 제정에 나서라
이달 7일에 5개의 행정수도건설특별법 제정법안에 대한 국회 공청회가 예정돼 있다. 이 법안의 주된 내용은 국회 대통령 등 주요 헌법기관과 그 소속기관, 외교부나 법무부 등 아직 서울이나 서울 인근에 남아있는 중앙행정기관을 세종특별자치시로 이전하는 것이다. 그동안 일부 중앙행정기관만 세종특별자치시로 이전해 많은 행정공무원들이 서울과 세종시를 오가며 업무를 봐야 해서 업무비효율, 행정비용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그런데 이 행정수도건설특별법 제정과 관련해 2004년 10월 21일에 내려진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 벌써부터 걸림돌로 부상하고 있다. 당시 헌재 결정문은 수도를 ‘국가의 정치·행정의 중추적 기능을 수행하는 국가기관의 소재지’로 정의내리는 데서 출발한다.
‘대한민국의 수도는 서울’이라는 점은 조선시대 이래 600여년간 계속성 항상성 명료성을 가지며 이어져 왔고 이런 오랜 관행이 ‘국민적 합의’를 얻었기 때문에 관습헌법이 되었다고 보았다. 관습헌법도 성문헌법의 경우와 동일한 효력을 가지기 때문에 헌법개정의 방법에 의해서만 개정될 수 있는데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이라는 법률의 제정만으로 수도를 이전하려 해 위헌이라는 것이다.
성문헌법을 지닌 법체계에서 관습헌법은 성문헌법을 보완하는 의미에서만 인정될 뿐 관습헌법으로써 성문헌법을 변경하는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전효숙 재판관의 유일한 반대의견도 있었다.
걸림돌로 부상한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
헌재의 위헌결정이 내려지자 당시에 많은 헌법학자들이 논리적 결함을 지적하며 비판했다. 우리나라와 같은 성문헌법국가에서 관습헌법 위반을 사실상의 유일한 이유로 위헌결정을 내릴 수는 없다든가, 수도를 정하는 것은 헌법사항이 아니라 법률사항이며 따라서 수도 이전에 관한 권한은 입법기관인 국회에 부여된다는 주장 등이 그 예다.
노무현정부는 헌재의 위헌결정 직후 국무총리실과 일부 중앙행정기관의 이전만을 내용으로 하는 일명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 제정을 추진해 국회를 통과시켰고, 이 법에 대해서는 헌재가 1년여 후인 2005년 11월 24일에 각하결정을 내려 이 법의 효력을 유지시켰다. 일부 행정기관의 이전은 청와대나 국회 등 ‘국가의 정치·행정의 중추적 기능을 수행하는 국가기관’의 이전이 아니므로 ‘수도’ 이전에 해당하지 않아 관습헌법 위반이 아니라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법은 헌재의 위헌결정이 위헌법률심판이나 헌법소원심판 등에서 다른 국가기관을 구속하는 ‘기속력’을 가진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이번에 행정수도건설특별법 제정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되면 헌재의 2004년 위헌결정의 기속력이 살아있기 때문에 이 법안도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누군가는 헌재에 헌법소송을 제기할 것이다.
국회 대통령 등 주요 헌법기관 등의 이전은 ‘국가의 정치·행정의 중추적 기능을 수행하는 국가기관의 소재지’인 ‘수도’의 이전을 의미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헌재는 이번에는 ‘관습헌법’ 논리를 버리고 합헌결정을 내려야 하고, 또 그럴 것으로 예상한다.
드물지만 헌재도 같은 법률조항에 대해 입장을 바꾸는 ‘판례 변경’을 곧잘 한다. 더욱이 2004년의 헌재 위헌결정 이후 22년의 세월이 흘렀다. 많은 사회변화가 있었는데 이를 반영한 입법을 국회가 하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사회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새로운 법질서를 형성해야 하는 입법자로서의 역할을 방기하는 것이 된다.
과도한 수도권 집중이 오히려 반헌법적 상황
백번 양보해 헌재가 관습헌법의 논리를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헌재가 내세우는 관습헌법이 되기 위한 요건 중 ‘국민적 합의’는 이미 깨진 지 오래다. 행정수도로서의 세종시를 20년 넘게 경험한 우리 국민들 중에 아직까지 ‘대한민국의 수도는 서울’이고 서울이어야만 한다는 생각을 유지하고 있는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될까?
우리 헌법 제122조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을 국가정책의 방향으로 명시하고 있다. 오히려 과도한 수도권 집중현상이 더더욱 심화되고 있는 현실이야말로 ‘국토의 균형있는 발전’에 역행하는 반헌법적 상황이다. 국회가 시급히 나서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