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액막이 물고기’를 아시나요?
지난 3월 어느날 밤, 경기도 광명의 한 작은도서관에서 바느질 모임이 한창이었다. 동아리 선생님이 말쑥하게 잘생긴 물고기 인형을 테이블에 올려놨다. 명주실로 감아 대문 위에 거는 북어, 나쁜 기운을 대신 받아내고 밤에도 눈을 뜨고 집안을 지킨다는 ‘액막이 물고기’였다. 종교적 배경이 제각각인 회원들이었지만 거부감은커녕 어느덧 물고기 만드는 재미에 푹 빠졌다.
명주실로 몸통을 감고 정성스레 수놓아 만든 물고기들이 화사한 무늬를 입고 태어날 때 우리의 대화는 자연스레 ‘세상 사는 이야기’로 흘러들었다. 대화가 무르익어갈 무렵 필자가 ‘광명의 정치(인)를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을 던졌다. 곧이어 ‘가시적인 성과에만 매몰돼 있는 것 같다’ ‘시민을 위한다는 진정성을 못 느끼겠다’는 등의 성토가 이어졌다.
선거 때만 시민들의 손을 잡으려 하지 말고 평소에 시민들이 무엇을 어려워하는지 부지런히 찾아다니며 귀를 기울여달라는 주문이었다. 그것이 정치인의 응당한 자세이며 유권자인 우리가 그들을 선출한 이유라는 점에 모두가 동의했다. 비리를 일삼거나 제 욕망만을 앞세운 정치인인지 아닌지 잘 알아보고 뽑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도서관의 공기를 뜨겁게 달궜다.
유권자, 공동체를 지키는 최고의 ‘액막이’
그 사이 ‘액막이 물고기’도 하나둘 완성됐다. 그중 한 물고기의 커다란 눈을 보면서 문득 ‘유레카’를 외쳤다. ‘일상의 안녕을 지키기 위한 깨어 있는 시선’이라는 점에서 어쩌면 우리 유권자가 바로 액막이 물고기가 아닐까 하는 깨달음이 들었다. 물고기는 눈꺼풀이 없어 잠을 잘 때도 눈을 감지 않는다. 집안에 액운이 틈타지 못하도록 밤낮으로 경계하기 위함이다.
'잠들지 않는 눈’을 가진 유권자는 ‘민주주의’에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가. 선거 때만 반짝 눈을 뜨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권력이 바르게 작동하는지 물고기처럼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는 일이야말로 우리 공동체를 지키는 최고의 ‘액막이’일 것이다.
‘액막이’는 때로 ‘풍경(風磬)’이 되어 울린다. 처마 끝에 달린 풍경은 바람이라는 시련이 불어올 때 제 몸을 흔들어 맑은 소리를 낸다. 수행자에게 “정신 차리고 깨어 있으라”고 꾸짖는 각성의 소리다. 정치인들은 사회적 위기나 격변기마다 목소리를 내어 공동체를 깨우는 유권자의 소리를 들어야 비로소 바른 실천에 나설 수 있다.
‘어변성룡(魚變成龍)’이라는 말이 있다. 물고기가 거센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 결국 용이 된다는 설화는 ‘주체적 성장’을 상징한다. 액막이는 단순히 나쁜 것을 막는 데 그치지 않고 더 높은 가치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다. “나 하나가 뭘 바꿀 수 있겠어?”라는 무력감을 이겨내고 한땀 한땀 바느질하듯 정성을 다해 정치에 참여하는 행위는 평범한 시민이 자기 삶의 당당한 설계자로 거듭나는 과정과 맞닿아 있다.
광명에선 지난 4월 14일 유권자운동본부가 출범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헌법을 준수하고 민생을 우선하며 오직 시민의 편에 설 후보가 선출될 수 있도록 다양한 유권자 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정치, 바로 우리들 손끝에 있다
깨어 있는 시민이야말로 우리 공동체의 안녕을 지켜줄 가장 아름다운 액막이임을 시민 스스로 믿는다면 6.3 지방선거에선 꽤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않을까. 광명시의 민주주의를 잠들지 않도록 깨우는 맑은 풍경 소리가 ‘광명유권자운동본부’이길 바라본다. 정치는 결코 먼 곳에 있지 않다. 바로 오늘밤, 우리들의 손끝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