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노동절에 일자리 못 찾는 청년을 살핀다

2026-05-04 13:00:07 게재

63년 만에 이름을 되찾은 노동절을 전후해 여러 행사가 열리고 정부정책이 발표됐다. 4월 27일 ‘KB굿잡 취업박람회’를 필두로 28일 두번째 ‘산업재해노동자의 날’ 기념식과 취업 경력이 없는 청년에게도 구직촉진수당 지급 발표, 29일 민관합동 청년뉴딜 보고회와 청년뉴딜 추진방안 발표, 산재노동자에게 듣는 토론회와 산재노동자 위로 음악회가 이어졌다.

노동절 전야 30일에는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청년 200여명과 일에 대한 고민과 노동의 가치를 주제로 대화한 토크콘서트가 열렸다. 노동절 당일에는 청와대에서 처음 진행된 ‘2026 다시 함께하는 노동절 기념식’에 이어 청계광장 거리축제가 펼쳐졌다.

그런가하면 이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1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파업에 돌입했다. 게다가 삼성전자 노동조합은 반도체 초호황에 따른 성과급 지급 문제를 놓고 사측과 대립하며 오는 21일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의미있는 노동절 복원, 하지만 미취업 청년 171만명

이를 의식한 듯 소년공 출신인 이재명 대통령은 노동절 기념식에서 “기업 없는 노동자도 없고, 노동자 없는 기업도 없다”며 기업과 노동자의 상생을 강조했다. 앞서 4월 30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선 “‘나만 살자’가 아니고 노동자, 국민 모두가 함께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책임의식과 연대의식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근로자의 날’에서 ‘노동절’로 명칭을 복원하고 법정공휴일로 지정한 것은 노동의 가치를 되새기고 노동자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 땅에는 일하고 싶어도 일할 곳을 찾지 못하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있다.

1분기 실업자가 102만9000명으로 100만명을 넘어섰다. 특히 청년층 실업이 심각하다. 실업자(44만5000명)와 일을 하지도, 일자리를 구하지도 않는 ‘쉬었음’ 청년(72만4000명), 취업준비생(53만6000명) 등 미취업 2030세대 청년이 약 171만명이다.

미취업 청년은 2030세대 인구의 14%에 해당한다. 일곱 집 건너 한 명꼴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했던 2021년 상황과 비슷하다. 코스피지수가 7000을 바라보는 불장인데 청년취업 전선은 냉랭하기 짝이 없다.

청년취업난은 일시적 경기침체 탓이 아니다. 제조업 등 괜찮은 일자리 감소, 기업의 경력직 채용 선호에다 인공지능(AI) 활용이 확산하면서 전문과학·기술서비스·정보통신 분야 일자리까지 위협하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가 노동절을 앞두고 취업박람회, 청년뉴딜 발표, 토크콘서트 등을 잇달아 마련한 배경이다.

하지만 청년 10만명에게 ‘새로운 출발선을 약속한다’는 ‘청년뉴딜 정책’은 한계가 있어 보인다. 정부는 실무경험을 쌓을 수 있는 공공부문 일자리를 2만3000개로 늘린다. 과거 정부도 추진했던 공공기관 인턴(3000명)에다 이재명정부 국책사업인 세금체납 실태확인원(9500명), 농지전수조사원(4000명) 등을 추가했다.

청년 1만명이 수당을 받으며 삼성전자 등 기업에서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로봇 바이오 금융 콘텐츠 등의 직업훈련을 받는 ‘K-뉴딜 아카데미’가 신설된다. 하지만 이것도 채용 연계 프로그램은 아니다.

정부는 청년뉴딜 사업에 추가경정예산 8000억원을 투입한다. ‘K-뉴딜 아카데미’ ‘K-디지털트레이닝’(첨단산업·디지털 핵심 실무인재 양성사업) 등 최신 트렌드와 유행어를 더해 프로그램을 명명했다.

‘청년뉴딜’ 공공 알바 일자리 제공에 그치지 않길

관건은 이를 통한 일 경험 기회와 직업훈련이 실제 취업으로 얼마나 연결되느냐다. 과거 정부가 해온 것처럼 ‘단기 공공 알바 일자리 제공’ 건수 채우기에 그쳐선 안된다. 청년들이 적성에 맞는 직업과 직무를 찾도록 프로그램 참여 이력을 정부가 통합 관리하면서 진로 지도를 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청년(25~34세)의 고등교육 이수율은 70.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49개 회원국 중 1위다. OECD 평균(48.4%)보다 월등히 높다. 이에 대해 정부의 청년뉴딜 추진 방안은 이렇게 적었다. “청년들이 단군 이래 최대 스펙에도 ‘쉬었음’으로 내몰리는 것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국가·사회의 총체적 대응이 절실한 문제”라고.

정부정책이 분석·진단에 그쳐선 안된다. 청년고용 문제가 청년의 능력보다 구조적 요인에 있다고 판단했으면 산업구조 전환과 노동시장 구조개선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

양재찬 본지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