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공산 보수텃밭, 변화 가능성은
국힘 강승규 민주 양승조 기세 싸움
대통령 측근 대 전 충남지사 맞대결
“이번에 국민의힘 후보가 바뀌었는데 잘 된 일입니다.”
13일 충남 예산시장 인근 편의점에서 만난 50대 남성이 대뜸 건넨 말이다. 그는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최근 충남 홍성·예산 후보로 강승규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을 공천했다. 강 예비후보는 예산 출신이다. 반면 경선을 포기한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은 홍성 출신이다.
홍성·예산은 충청권 전체에서 가장 보수세가 강한 지역으로 꼽힌다. 보수정당의 텃밭으로 여겨지는 홍성·예산에 관심이 쏠린 계기는 이 지역에서 4선을 한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이 당내 경선을 포기하고 더불어민주당에선 양승조 전 충남도지사가 천안을 떠나 이곳에서 출마를 선언하면서다. 충남도청 소재지에서 윤석열 대통령 측근과 전 충남도지사의 맞대결이 성사된 것이다.
홍성보다 보수세가 더 강하다고 평가받는 예산의 분위기는 음식점에 모여 있던 60대 여성들에게서도 드러났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강 예비후보 이미지가 좋다”고 한 반면 양승조 후보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고 했다.
이 같은 분위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발소에서 만난 70대 남성은 “예산은 고령층이 많아 강승규 후보가 유리할 것으로 말을 많이 한다”면서도 “하지만 양승조 후보 역시 국회의원 4선에 충남도지사까지 지낸 만큼 가볍게 볼 사람이 아니다”고 말했다.
민주당 등 야당은 홍성군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홍 의원이 출마를 포기할 경우 무주공산이 되는데다 내포신도시 등으로 젊은 인구가 유입돼 있기 때문이다. 홍성은 예산에 비해 인구가 2만여명이 더 많다.
홍성 롯데마트 부근에서 만난 50대 초반 남성은 “양승조 후보를 지지한다”면서도 “그래도 예산에서 몰표가 나온다면 이기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홍성시장에선 만난 50대 후반 남성은 “양승조 후보라면 파괴력이 있다고 본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또 다른 40대 남성 역시 “홍문표 의원을 지지하는 층이 앙금이 있는 만큼 예상 밖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홍성군에서 만난 고령층에선 국민의힘에 대한 강한 지지세는 여전했다. 택시운전을 하고 있는 70대 남성은 “우리 택시회사 직원 가운데 60대 몇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70대 택시운전사 역시 “후보를 알아보는 중”이라면서도 “기본적으로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강승규 예비후보는 인터뷰에서 홍문표 의원 경선 포기에 대해 “홍성·예산이 보수의 터전이지만 그 속에서도 변화의 열망이 크다”면서 “안정적인 국정운영과 홍성·예산의 변화를 위해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승조 예비후보는 “홍성·예산 출마를 결심한 이유는 당이 험지에서 승리의 기폭제가 돼 달라는 요청을 거부할 수 없었던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충남도지사 시절 추진했던 홍성·예산지역 사업을 마무리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홍성·예산 선거에선 16~17일 야권단일화, 홍문표 의원의 무소속 출마여부 등이 남은 변수다.
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